“쥐 아니야?” 푸바오 동생 왜 작을까?…판다에 대한 6가지 질문[판다의 정치경제학④]
대한민국이 ‘푸바오’로 들썩거리고 있다. 어린이부터 20~30대, 중·장년층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한국 최초의 자이언트 판다 새끼인 ‘푸바오’에 입덕했다. 일명 푸바오 덕후 ‘푸린이’들이다. 에버랜드 유튜브 채널인 ‘에버랜드’의 구독자 수는 7월 25일 판다 인기에 힘입어 100만 명을 돌파했다. 판다를 향한 국민적 관심이 눈에 보이는 순간이다.
자이언트 판다 부부가 한국에 온 지는 2016년, 그 후 4년이 지난 2020년 7월 20일 한국 최초로 자이언트 판다 새끼 푸바오가 태어났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푸바오는 한국의 슈퍼스타다. 한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푸바오를 보기 위한 인파가 에버랜드에 몰려들고 있다.
푸바오에 대한 관심은 판다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진다. 판다가 1000분의 1크기로 태어나는 이유는 무엇인지, 푸바오는 왜 '분노의 앞구르기'를 하는지 파헤쳤다.
1. 푸바오 동생 왜 작을까
얼마 전 푸바오의 쌍둥이 동생이 태어났다. 세 살인 푸바오는 96kg, 엄마인 아이바오는 120kg이다. 그런데 쌍둥이 판다는 각각 180g, 140g으로 태어났다. 비누 1개 정도의 무게다. 생긴 것도 판다보다는 쥐에 가까웠다. 털 한 오라기 없이 태어나 눈도 뜨지 못하는 작은 생명체다. 인간보다 무거운 판다가 왜 자기 몸의 0.1%에 해당하는 새끼를 낳는 것일까.
정동희 에버랜드 주토피아 팀장(동물원장)은 “판다는 수정란 착상 후 한 달 만에 새끼를 낳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착상 후 출산까지 10개월이 걸리는 인간이나 착상 후 출산까지 2개월이 걸리는 개과나 다른 곰과 동물보다 빠르게 새끼를 낳는 것이다.
정 팀장은 “판다는 생후 4개월이 지나야 네 발로 걷기 때문에 3개월 동안은 어미 판다가 캥거루처럼 새끼 판다를 품에 안고 키운다”며 “어미 뱃속에서 세포 분열을 하며 자라날 시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미숙한 상태로 태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판다는 쌍둥이 새끼를 낳으면 한 마리를 포기한다. 생존력을 높이기 위해 어미가 한 마리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푸바오의 쌍둥이 동생 역시 현재 한 마리는 어미인 아이바오가 양육하고 한 마리는 인큐베이터에서 사육사들이 돌보고 있다.
2. 판다는 왜 귀여울까
푸바오가 인기 있는 이유는 귀여워서다. 사람이 연애할 때도 “귀여우면 게임 끝”이라는 말이 있다. 귀엽다는 것은 포유류가 가진 강력한 무기다. 가설이 아니라 뇌 과학과 진화론적으로 근거가 있다.
1973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오스트리아의 동물학자 콘라드 로렌츠는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의 새끼가 귀여운 이유를 ‘보살핌’에서 찾았다. ‘부모의 돌봄’을 이끌기 위해 귀엽게 태어난다는 주장이다. 이를 ‘베이비 스키마’라고 불렀다.
베이비 스키마의 외형적 특징은 몸에 비해 머리가 크고 뺨이 통통하며 이마는 튀어나왔다. 코와 입은 작은데 눈이 크다. 몸통은 둥글어 ‘귀여움’을 유발하는 형태다. 외모뿐만 아니라 행동에서도 베이비 스키마가 나타난다. 뒤뚱거리거나 뒹굴거리는 어설픈 행동 역시 베이비 스키마에 해당한다. 푸바오를 비롯한 판다는 ‘베이비 스키마’의 모든 조건을 충족한다.
대부분의 포유류는 자라면서 베이비 스키마의 특징이 사라진다. 더 이상 돌봄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다는 성체가 돼서도 동글동글하고 눈이 크며 눈사람 같은 비율을 유지한다. 푸바오가 100kg에 육박해도 귀여움을 받는 이유다.
베이비 스키마의 조건이 충족되는 대상을 보면 인간은 사랑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옥시토신’이 분비된다. 옥시토신은 감정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관여하는 호르몬이다. ‘사랑에 빠졌다’고 표현할 때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주로 옥시토신에서 온다. 최근에는 손상된 심장도 치유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다. 행복과 쾌감을 촉발하는 ‘도파민’도 함께 분비된다. 푸바오를 본 우리가 1초도 되지 않는 순간에 행복·안정감·따뜻함·유대감 등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이유다.
3. 곰은 왜 대나무를 먹을까
자이언트 판다는 곰이다.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 사냥감을 추적하기 위한 눈(양안시)이 이를 증명한다. 내장 기관도 초식 동물이 아니라 육식 동물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판다는 초식 동물이다. 주식인 대나무를 아주 맛있게 하루 종일 먹는다. 판다가 주식으로 대나무를 먹게 된 이유를 알려면 약 20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밝혀진 연구에 따르면 오래전 자이언트 판다의 조상 격인 ‘아일루락토스(Ailurarctos)’는 잡식성이었다. 동물과 식물을 모두 먹었고 이를 소화할 수 있는 내장 기관과 장내 미생물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감칠맛 수용체(Tas1r1)’가 있어 고기의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240만 년에서 200만 년쯤 다르게 진화했다. 여러 가지 가설이 있지만 가장 큰 힘을 받는 가설은 ‘기후 변화로 인한 미각의 변화’다. 미국 미시간대 생물학과 지안지 장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판다는 ‘고기 맛을 느끼지 못하게 되면서’ 육식을 그만뒀다.
기후 변화로 판다가 먹을 수 있는 고기가 줄었고 당시 판다의 서식지 인근에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던 먹잇감이 대나무였다는 학설이다. 기후가 다시 변해 고기가 많아진 이후에는 이미 고기 맛을 느끼는 수용체가 퇴화한 뒤였다. 턱과 이빨도 고기 대신 대나무를 으깨는 데 도움이 되도록 진화했다.
대나무만 먹고도 200만 년 넘게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따로 있다. 판다는 대나무를 통해 육식 동물만큼의 단백질을 섭취한다. 호주 시드니대와 중국 과학아카데미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야생 판다가 하루 동안 먹은 칼로리의 절반(48%)이 단백질이었다.
이는 늑대나 길고양이 등 다른 육식 동물과 비슷한 단백질 섭취량이다. 지방과 탄수화물을 합한 칼로리는 나머지 52%였다. 연구진이 판다의 배설물을 수집하고 분석한 결과 단백질은 거의 흡수됐고 판다의 에너지를 위해 사용됐다.
고기 한 점 먹지 않고도 판다가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이유는 단백질이 풍부한 죽순과 잎을 위주로 먹기 때문이다. 연구진이 야생 판다에 위성항법장치(GPS)를 부착해 분석한 결과 판다는 1년 동안 낮은 지대와 높은 지대를 이동해 가며 단백질을 섭취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죽순이 나는 곳을 따라 이동한 것이다.
4. 통통한 발로 어떻게 대나무를 움켜잡을까
푸바오의 대나무 먹방을 지켜보다 보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판다는 둥글고 통통한 발로 어떻게 얇은 대나무를 잡고 먹을 수 있을까. 비밀은 판다의 ‘엄지 손가락’에 있다. 판다의 손바닥(실제로는 앞 발바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손가락이 6개인 것처럼 보인다.
손바닥에 붙어 있는 손가락 5개 외에 손목에 달린 짧은 여섯째 엄지손가락이 있다. 짧고 단단하며 손톱은 갈고리 모양이라 대나무를 잡고 뜯기 편하다. 학명으로는 ‘유사 엄지손가락’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자연사박물관에 따르면 잡식성이었던 대왕 판다가 초식성으로 진화하면서 주식인 대나무를 먹기 위해 손목뼈가 변형되면서 엄지손가락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 엄지 손가락을 활용해 판다는 하루 최대 14시간 동안 약 40kg 정도의 대나무를 먹는다.
5. 푸바오 '분노의 앞구르기'에 얽힌 비밀
푸바오 영상을 보다 보면 유독 귀여운 행동을 할 때가 있다. 기분이 아주 좋아 보일 때나 화가 나 보일 때 이를 주체하지 못하고 앞구르기를 한다.
판다가 평소 구르는 행동을 하는 이유는 ‘둥글둥글해서’다. 푸바오만의 감정 표현이 아니다. 판다는 둥글둥글한 신체 특성에 따라 앞으로나 옆으로 잘 구를 수 있다. 이 같은 행동은 본래 대나무가 많은 산지에서 뾰족한 물질에 손이나 발이 찔리지 않기 위해서거나 산에서 잘 내려오기 위해 구르는 것이 아니냐는 가설도 있다.
판다는 특정 행동보다 후각과 소리에 대한 반응이 발달했다. 낯선 소리가 들리면 판다가 후다닥 나무 위로 뛰어올라가는 것도 본능이다. 본래 단독 생활을 하기 때문에 다른 동물이나 다른 판다의 소리나 냄새에 반응하도록 진화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번식기가 되면 양이 우는 듯한 소리를 많이 내고 이에 따라 호르몬 변화도 보인다.
밝혀진 연구에 따르면 판다는 구체적으로 약 11가지 정도의 소리를 낸다. 이는 구애의 표현일수도 있고 다른 동물에 대한 경계, 발정기에 대한 표시 등으로 상황에 따라 표현한다.
6. 한국에 온 판다 이름은 누가 지을까
2016년 한국에 온 판다 아이바오와 러바오는 에버랜드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중국어로 에버랜드는 ‘아이바오러위안(愛寶樂園)’으로 표기한다. 여기서 암컷 아이바오와 수컷 러바오의 이름이 탄생했다. 판다 부부의 첫 새끼인 푸바오는 태어난 지 100일 차에 인터넷 투표로 이름을 공모했다. 에버랜드 측은 푸바오의 쌍둥이 동생 역시 온라인을 통해 이름을 공모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및 전문가 조언 : 정동희 에버랜드 주토피아팀장, 가디언, WWF, 사이언티픽리포트, ‘자이언트 판다는 거대한 영양 육식 동물이다(Giant Pandas Are Macronutritional Carnivores, 시드니대·중국과학아카데미, 2019년)’.
[스페셜 리포트 : 푸바오 신드롬-판다의 정치경제학]
①한국은 ‘푸바오’ 앓이 중…꾸밈없는 콘텐츠의 힘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307264963b
②“푸바오 유지비 15억원?” 사실은…판다효과 상상초월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307275662b
③판다 외교에서 전랑 외교로…‘밉상’ 된 중국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307275645b
④“쥐 아니야?” 푸바오 동생 왜 작을까?…판다에 대한 6가지 질문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307264896b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Copyright © 한경비즈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