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베일 벗는 네이버 초거대 AI…‘점잖게’ 패권 잡을까? [주말엔]
■ '국산' 초거대 인공지능 다음 달 공개…챗GPT 대항마 될까
네이버가 다음 달 24일 초거대 인공지능(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합니다.
초거대 AI는 대규모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사고·학습·판단하는 인공지능을 뜻합니다. 오픈 AI의 챗GPT를 시작으로 구글의 '바드', 메타(옛 페이스북)의 '라마' 등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이 초거대 AI 모델을 잇따라 발표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네이버가 공개할 하이퍼클로바X는 '한국어 특화'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하이퍼클로바X의 한국어 데이터 학습량은 오픈AI의 GPT-3의 6,500배 이상입니다.
성능에 대한 검증도 끝났습니다.
실시간 인터넷 판매 방송의 대본을 작성해 주는 'AI 큐시트 헬퍼'를 선보이는 등 이미 자사의 각종 서비스에도 하이퍼클로바X 기술을 접목했습니다.
스타트업을 비롯한 일부 기업엔 하이퍼클로바X의 성능과 특징을 선공개했는데, 한글과 컴퓨터, 쏘카 등과도 업무협약을 맺으며 기술력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성낙호 네이버 하이퍼스케일 AI 기술총괄은 "이미 성능 검증은 끝났지만, 그동안 내부 임직원 테스트를 통해 개선 작업을 벌여왔다"며 "성급하게 공개를 서두르기보단 마지막까지 점검하고 또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AI 서비스 어디까지?…로드맵도 나왔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버X 공개와 동시에 대화형 에이전트인 클로바X를 베타를 서비스합니다. 클로바X는 답변을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창작과 요약을 비롯한 글쓰기 능력을 제공합니다.
9월에는 생성형 AI를 기반으로한 검색 서비스인 '큐:(Cue:)' 베타 서비스도 공개됩니다. 복합적인 의도가 담긴 긴 질문을 이해하고 답변 생성에 필요한 신뢰도 있는 최신 정보를 활용해 입체적인 검색 결과도 제공한다고 네이버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전방위적인 AI 기술 접목은 오픈AI나 구글 등 빅테크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지려는 시도로 풀이됩니다.
네이버는 특히 커머스 AI 생태계를 앞세워 해외 빅테크와 격차를 벌리겠다는 목표를 삼고 있습니다.
■ 앞다퉈 '한국형 AI' 내놓는 국내 업체들…통신사도 '반격'
글로벌 IT 기업들이 올해 상반기 내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동안 국내 IT 대기업들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하반기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선봉에 나선 건 LG입니다.
LG AI연구원은 지난 19일 초거대 AI '엑사원(EXAONE) 2.0'을 공개했습니다.
엑사원 2.0은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이해하고 답변할 수 있는 '이중 언어 모델'입니다. 기존의 다른 생성형 인공지능과는 달리 이미지도 학습해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LG는 상위 1%의 전문가들을 위한 AI를 목표로 향후 5년간 3조 6,000억 원을 투입해 미래 기술을 선점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카카오 역시 올해 하반기에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을 통해 '코GPT 2.0’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또 챗GPT에 대응한 AI 챗봇 서비스 '코챗GPT'도 함께 선보인다는 계획입니다.
통신사들 역시 AI 개발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은 AI 서비스 에이닷을 전면 개편한 데 이어 글로벌 주요 통신사들과 'AI 동맹'을 맺고 빅테크 위주의 AI산업 지형 변화를 선도하기로 했습니다.
KT 역시 10월쯤 초거대AI '믿음'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입니다.
■ 저작권·거짓말 논란 없이…'점잖게' 웃을 수 있을까?
국내 AI 기업들은 초거대 AI 시장에서 패권을 잡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도, 저작권 논란이나 거짓말을 그럴듯하게 내놓는 'AI 환각 현상' 등을 의식해 당분간 조심스러운 서비스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생성형 AI는 기존 데이터를 학습하고 이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창작하는 과정에서 저작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AI 기업에 대한 줄소송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소송 사례는 없었지만, '한국형 AI'가 속속 등장하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저작권 침해 논란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생성형 AI의 특성상 거짓말을 그럴듯하게 지어내는 '환각 현상'이나 '꺼림칙한' 답변을 내놓는 문제도 국내 업체로선 우려될 수밖에 없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얼마 전 차별과 혐오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챗봇 '이루다' 의 사례 이후 국내 기업들은 이미 자체적으로 기준을 가지고 있다"며 "이런저런 기준을 적용하다 보면 한국형 AI는 '점잖게' 답변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이 때문에 오히려 정부의 규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저작권이나 개인정보 침해 등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명확하게 나오면 그에 맞는 기준을 적용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모든 논란은 AI 기업의 몫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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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인 기자 (row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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