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역행한 언론 장악일까, 엉킨 실타래를 푼 결단일까 [미디어 리터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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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없다 싶었는데 이제는 너무 많다 싶다.
전임 문재인 정부와 현 윤석열 정부의 언론 정책 이야기다.
불과 1년 만에 언론을 장악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국민 불편'을 앞세운 공영방송 길들이기이자 장악 시도라는 게 언론계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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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없다 싶었는데 이제는 너무 많다 싶다. 전임 문재인 정부와 현 윤석열 정부의 언론 정책 이야기다. 언론 개혁 요구가 한창일 때 취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언론계의 목소리를 끝내 외면했다는 비판 속에 퇴장했다. 당선자 시절 “언론 자유는 우리 사회의 원동력(제66회 신문의날 기념식)”이라던 윤석열 대통령은 어떤가. 불과 1년 만에 언론을 장악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평가가 짙어진 계기 중 하나는 ‘TV 수신료 '분리 징수’ 문제다. 올해 초부터 이 사안을 취재하면서 정부가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졌는지 새삼 체감했다. 언론의 자유, 이를 통한 진보와 퇴행 역시 정부 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또 한번 확인했다.
시작은 정부의 온라인 찬반 투표였다. 대통령실은 지난 3월9일부터 4월9일까지 ‘국민제안’ 사이트에서 TV 수신료 징수 방식에 대한 국민 여론을 수렴했다. TV 수상기 보유 가구당 월 2500원씩 납부해 모인 수신료는 방송법에 따라 공영방송사 KBS(2261원·90%)와 EBS(70원·3%)가 나눠 갖는다. 한국전력은 1994년부터 전기요금과 수신료를 통합해 걷으면서 위탁수수료로 169원(7%)을 가져간다. 30년 동안 이어진 이 구조를 개선해야 하는지, 찬반 의견을 달라는 게 대통령실의 취지였다. 한 달간의 투표 결과 ‘개선이 필요하다(찬성)’는 응답이 96.5%(5만6226표)였다. 다만 과학적으로 설계된 여론조사가 아닌 단순한 온라인 투표였고, 한 사람이 여러 번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이라 신뢰성 문제가 제기됐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6월5일 “국민 불편 호소와 변화 요구를 반영하겠다”라고 발표했다. 관련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징수하기 위한 관계 법령 개정을 권고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대통령실 권고 11일 만에 통합 징수를 금지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입법예고 기간은 통상 40일 이상이지만 ‘시급한 사안’이라며 열흘만 적용했다. 7월5일 방통위는 이 개정안을 끝내 의결했다.
정권을 겨눈 굵직한 보도 뒤 일어난 일
당사자들의 발등엔 불이 떨어졌다. KBS와 한전은 대책 마련과 사회적 논의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히 KBS로서는 막막할 수밖에 없다. 방송법상 KBS 운영 재원은 수신료다. 지난해 기준 수신료 순수입(6200억원)은 KBS 전체 수입의 45%였다. KBS는 분리 징수 시 수신료 수입이 1000억원대로 떨어질 거라며 공영방송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호소한다. 정부는 통합 징수로 시민들이 겪는 불편이 더 크다고 주장한다. 개정안 처리를 주도한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은 분리 징수를 추진한 배경으로 KBS의 보도 공정성 논란과 방만 경영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 불편’을 앞세운 공영방송 길들이기이자 장악 시도라는 게 언론계 시각이다. 공교롭게도 대통령실이 수신료 분리 징수에 시동을 건 시점은 KBS의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아들 학교폭력’ 보도 이후 약 2주 만이었다. 결국 윤 대통령은 국수본부장 임명을 취소해야 했다. 보태자면 MBC 전용기 배제도, YTN 민영화 추진도 정권을 겨눈 굵직한 보도 이후 진행됐다. 이런 식의 ‘개혁’이 4년 뒤 언론 현실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상상하기 어렵다. 다만 확신할 수는 있다. 시대를 역행한 장악인지 엉킨 실타래를 푼 결단인지, 그 평가는 공히 냉정할 것이다.
김달아 (⟨기자협회보⟩ 기자)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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