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제공하지 않는 이것...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기정의 와인클럽]
국적기 대한항공을 타면 기내식으로 맛있는 ‘비빔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비빔밥이 해외 시장에서 빠르게 K푸드의 대명사로 자리잡는데는 대한항공 ‘비빔밥’의 공헌도 컸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채소와 고추장, 고소한 참기름을 싹싹 비벼 먹는 옆자리 승객의 모습을 보곤 “저도 이걸로 주세요”라고 말하는 외국인 탑승객들을 지금도 많이 목격합니다.
와인 애호가로서 대한항공을 탈 때 마다 드는 생각은 기내에서 제공하는 와인이 정말 맛있다는 점입니다. 대한항공이 정말 심혈을 기울여 기내 와인을 선택하고 있다는 걸 여러번 느꼈습니다.
우선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한국 와인을 생산해내는 와인 생산농가들에 찬사를 보냅니다. 특히 영동군은 ‘한국의 보르도’라 불릴 정도로 한국 와인 사업에 열정을 쏟고 있습니다. 한국 와인시장을 키우기 위해 진심을 다해 노력하는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와 평가에 참석한 소믈리에들에게도 한국 와인 소비자로서 감사를 표합니다. 한국 와인을 사랑하는 소믈리에들의 열정이 없었다면 한국 와인이 이만큼 성장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1등(다이아몬드상) 와인은 충북 영동의 금융농산이 만든 ‘미르아토 샤인머스캣 스파클링 와인 2022’이 차지했습니다. 이어 그랜드골드상은 경북 영촌 고도리 와이너리가 만든 ‘고도리 복숭아 와인 2022’와 경북 김천 수도산 와이너리에서 만든 ‘크라테 산머루 드라이 2019’가 수상했습니다.
올해 1등상을 받은 ‘미르아토 샤인머스캣 스파클링 와인’은 샤인머스캣 포도품종으로 만든 와인이라 더욱 흥미롭습니다. 샤인머스캣은 와인을 만들기 위한 주조용 포도 품종이 아니고 식용 포도입니다. 그동안 한국시장에선 ‘캠벨’포도가 식용 포도의 주를 이뤘는데 당도가 높은 샤인머스캣이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면서 캠벨을 키우던 많은 포도농장이 샤인머스캣으로 품종을 갈아 탑니다. 그러나 샤인머스캣 재배 농가가 늘면서 공급과잉이 일어났고 포도 가격이 폭락하면서 샤인머스캣 재배농가의 고민도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시름에 잠긴 샤인머스캣 재배 농가에 와인은 대체 수익원을 제공하고 새로운 활로를 제시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습니다.
수백년 동안 와인을 만들어 온 외국과 비교해 한국 와인의 품질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와인을 생산하는 환경, 즉 떼루아의 특성이 ‘다름’도 고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 와인은 지나차게 단맛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당수 한국 와인의 당도는 거의 스위트 와인 수준입니다. 물론 한국 와인 생산자들만 탓할 일은 아닙니다. 한국 소비자들이 단 와인을 선호합니다. 한국 와인 뿐 아니라 수입 와인도 저가의 단 와인이 인기가 더 높습니다.
다음은 ‘가격’입니다. 일부 유명 한국 와인은 가격이 지나치게 비쌉니다. 수요가 많으면 가격을 올릴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친 가격인상 보다는 품질이 좋은 한국 와인을 대중적으로 알리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가격을 올려 품질 상승을 위한 재투자로 이어진다면 좋겠지만 일부는 품질에 비해 가격 거품이 끼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와인 시장의 생태계에 대한 고민 부족입니다. 한국 와인은 여러가지 정책적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와인을 포함한 주류는 현행법상 온라인 판매가 안 됩니다. 하지만 대다수 한국 와인이 ‘전통주’ 카테고리에 들어 온라인 판매가 가능합니다. 대형 유통업체에 의존하지 않고 소규모 생산만으로도 소비자 접점을 찾을 수 있는 대단히 큰 혜택입니다. 사실상 과실주라고 불려야 할 많은 술이 ‘와인’이란 이름으로 소비자에 판매되면서도 동시에 ‘전통주’의 혜택을 받는 셈입니다.
해외 수출도 그런 노력 중 하나입니다. 지난 5월 파리에서 열렸던 ‘코리아 엑스포’에선 한국 술도 참여했는데 현지 소비자들의 반응이 무척 좋았습니다. 한국 와인의 개성을 강화해 국내 소비자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사랑받는 ‘한국 와인’이 탄생했으면 합니다.
대한항공에는 없는 한국 와인, 소비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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