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제공하지 않는 이것...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기정의 와인클럽]

김기정 전문기자(kim.kijung@mk.co.kr) 2023. 7. 30.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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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정의 와인클럽 - 9] 한국와인대상 ‘미르아토 샤인머스캣 스파클링 와인 2022’

국적기 대한항공을 타면 기내식으로 맛있는 ‘비빔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비빔밥이 해외 시장에서 빠르게 K푸드의 대명사로 자리잡는데는 대한항공 ‘비빔밥’의 공헌도 컸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채소와 고추장, 고소한 참기름을 싹싹 비벼 먹는 옆자리 승객의 모습을 보곤 “저도 이걸로 주세요”라고 말하는 외국인 탑승객들을 지금도 많이 목격합니다.

와인 애호가로서 대한항공을 탈 때 마다 드는 생각은 기내에서 제공하는 와인이 정말 맛있다는 점입니다. 대한항공이 정말 심혈을 기울여 기내 와인을 선택하고 있다는 걸 여러번 느꼈습니다.

국적기 대한항공은 왜 한국 와인을 제공하지 않을까
동시에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대한항공이 제공하는 와인에 ‘한국 와인’이 없다는 점입니다. 네, 맞습니다. 한국에서도 와인이 생산됩니다. 한국 뿐 아니라 일본, 중국에서도 아주 훌륭한 품질의 와인이 만들어 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여름철 비가 많이 오고 습해, 와인을 생산하기에 아주 우호적인 조건은 아닙니다. 하지만 국산 와인, 한국 와인을 키워드로 인터넷 검색을해보면 ‘선택장애’를 느낄 정도로 이미 많은 종류의 한국 와인들이 등장합니다. 통상 ‘포도’로 만든 술을 와인으로 부르지만 한국 와인은 포도 뿐 아니라, 복숭아, 머루, 사과, 오미자 등 다양한 과실로 만드는 특징이 있습니다.
제10회 한국와인대상 시상식에서 정영철 영동군수(왼쪽 일곱번째)가 수상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지난 24일 ‘한국와인대상시상식’에 갔다 왔습니다. 충청북도 영동군이 주최하고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가 주관하는 한국와인 품평회인 ‘한국와인대상’은 올해로 벌써 10회를 맞았습니다.

우선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한국 와인을 생산해내는 와인 생산농가들에 찬사를 보냅니다. 특히 영동군은 ‘한국의 보르도’라 불릴 정도로 한국 와인 사업에 열정을 쏟고 있습니다. 한국 와인시장을 키우기 위해 진심을 다해 노력하는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와 평가에 참석한 소믈리에들에게도 한국 와인 소비자로서 감사를 표합니다. 한국 와인을 사랑하는 소믈리에들의 열정이 없었다면 한국 와인이 이만큼 성장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10회 한국와인대상에서 1등상을 받은 미르아토 샤인머스캣 스파클링 와인.
52개 와이너리, 185종 한국 와인 출품
이번 평가에는 전국 52개 와이너리에서 185종의 한국 와인이 출품됐습니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1등(다이아몬드상) 와인은 충북 영동의 금융농산이 만든 ‘미르아토 샤인머스캣 스파클링 와인 2022’이 차지했습니다. 이어 그랜드골드상은 경북 영촌 고도리 와이너리가 만든 ‘고도리 복숭아 와인 2022’와 경북 김천 수도산 와이너리에서 만든 ‘크라테 산머루 드라이 2019’가 수상했습니다.

올해 1등상을 받은 ‘미르아토 샤인머스캣 스파클링 와인’은 샤인머스캣 포도품종으로 만든 와인이라 더욱 흥미롭습니다. 샤인머스캣은 와인을 만들기 위한 주조용 포도 품종이 아니고 식용 포도입니다. 그동안 한국시장에선 ‘캠벨’포도가 식용 포도의 주를 이뤘는데 당도가 높은 샤인머스캣이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면서 캠벨을 키우던 많은 포도농장이 샤인머스캣으로 품종을 갈아 탑니다. 그러나 샤인머스캣 재배 농가가 늘면서 공급과잉이 일어났고 포도 가격이 폭락하면서 샤인머스캣 재배농가의 고민도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시름에 잠긴 샤인머스캣 재배 농가에 와인은 대체 수익원을 제공하고 새로운 활로를 제시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습니다.

지나치게 단맛은 한국 와인의 아쉬운 점
이제부터는 ‘한국 와인’의 아쉬운 점입니다.

수백년 동안 와인을 만들어 온 외국과 비교해 한국 와인의 품질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와인을 생산하는 환경, 즉 떼루아의 특성이 ‘다름’도 고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 와인은 지나차게 단맛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당수 한국 와인의 당도는 거의 스위트 와인 수준입니다. 물론 한국 와인 생산자들만 탓할 일은 아닙니다. 한국 소비자들이 단 와인을 선호합니다. 한국 와인 뿐 아니라 수입 와인도 저가의 단 와인이 인기가 더 높습니다.

제10회 한국와인대상에서 수상한 와인들.
생산자들은 소비자의 기호에 맞는 제품을 만들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단맛을 내는데 치중하다 보면 와인의 품질 향상이 어려워 질수 있습니다. 단맛이 와인의 여러 결점들을 쉽게 감추기 때문입니다. 와인의 주성분인 포도 품종의 개성을 강화시키고 깊은 맛을 내려는 노력보다 단맛으로 쉽게 맛을 잡다 보면 저가 와인의 범주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다음은 ‘가격’입니다. 일부 유명 한국 와인은 가격이 지나치게 비쌉니다. 수요가 많으면 가격을 올릴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친 가격인상 보다는 품질이 좋은 한국 와인을 대중적으로 알리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가격을 올려 품질 상승을 위한 재투자로 이어진다면 좋겠지만 일부는 품질에 비해 가격 거품이 끼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칠레 와인 몬테스 알파처럼 기억하기 쉬운 이름 지어야
브랜드 마케팅도 아쉽습니다. 와인 이름에 프랑스어인지 영어인지 모를 ‘긴’ 이름을 쓰면 소비자들이 기억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유명한 칠레 와인 몬테스 알파는 원래 ‘몬테스 그란 레세르바’ 였습니다. 관례대로 이름을 지었다가 ‘알파’로 바꿨습니다. 어떤 이름이 기억하기 쉽나요? 프랑스의 테이블 와인인 ‘뱅드 프랑스’의 트렌드를 살펴봐도 쉬운 이름이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뱅드 프랑스는 일반 소비자들에 쉽게 접근하기 위해 가능한 기억하기 쉬운 와인 이름과 인상적인 라벨을 사용하려고 노력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와인 시장의 생태계에 대한 고민 부족입니다. 한국 와인은 여러가지 정책적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와인을 포함한 주류는 현행법상 온라인 판매가 안 됩니다. 하지만 대다수 한국 와인이 ‘전통주’ 카테고리에 들어 온라인 판매가 가능합니다. 대형 유통업체에 의존하지 않고 소규모 생산만으로도 소비자 접점을 찾을 수 있는 대단히 큰 혜택입니다. 사실상 과실주라고 불려야 할 많은 술이 ‘와인’이란 이름으로 소비자에 판매되면서도 동시에 ‘전통주’의 혜택을 받는 셈입니다.

전통주 혜택받은 한국 와인, 해외 수출 노력 필요
와인이 왜 ‘전통주’ 혜택을 받냐고 따지는 게 아닙니다. 그 혜택의 일부는 한국 와인의 경쟁력을 키우는 노력에 쓰여져야 한다는 겁니다. 와인을 평가하는 소믈리에나 양조기술을 익히기 위한 교육과 인력에 투자해야 합니다. 떨어진 ‘낙과’로 과실주를 만드는 수준에서는 벗어나야 합니다.

해외 수출도 그런 노력 중 하나입니다. 지난 5월 파리에서 열렸던 ‘코리아 엑스포’에선 한국 술도 참여했는데 현지 소비자들의 반응이 무척 좋았습니다. 한국 와인의 개성을 강화해 국내 소비자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사랑받는 ‘한국 와인’이 탄생했으면 합니다.

대한항공에는 없는 한국 와인, 소비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매일경제신문 컨슈머전문기자가 와인과 관련해 소비자들이 궁금해하는 내용들을 풀어드립니다. 김 기자는 매일경제신문 유통팀장, 식품팀장을 역임했고 아시아와인트로피 2022년 심사위원, 한국와인대상 2022년 심사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 프랑스 부르고뉴와 보르도의 그랑크뤼 와인 뿐 아니라 미국, 이탈리아, 호주, 뉴질랜드, 스페인, 칠레, 아르헨티나의 다양한 와인세계로 안내하겠습니다. 질문은 kim.kijung@mk.co.kr로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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