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재난지역 선포됐지만 "지원 부족"…농민·소상공인 망연자실
(전국종합=연합뉴스) 올여름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전국적으로 50명이 숨지거나 실종됐고, 서울 면적의 절반이 넘는 논밭에서 농작물이 침수되거나 낙과 피해가 발생했다.
삶의 터전이 망가진 전국 곳곳에서 특별재난지역 추가 선포 요구가 제기된다.
그러나 정작 특별재난지역으로 우선 선포된 지역에서는 "정부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별재난지역 추가 선포해야"…지자체·지방의회 나서
30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세종시, 충북 청주·괴산, 충남 논산·공주·청양·부여, 전북 익산·김제 죽산면, 경북 예천·봉화·영주·문경 등 13곳이 지난 19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다.
피해가 가장 심각한 이들 지역을 신속하게 수습·복구하기 위해 정부가 우선 선포한 것이지만, 인접 시군들 역시 피해가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지자체와 지방의회 등을 중심으로 특별재난지역 선포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충북 충주시의회는 지난 27일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시의회는 "괴산댐 월류로 하류 지역인 살미면을 비롯한 6개 지역 주민이 긴급 대피하고 산사태와 제방 붕괴, 농경지 및 도로 침수 등으로 심각한 재난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보은군도 회인면에 대해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정부에 요청했다.
보은에서는 하천 19곳과 절개지 3곳 등 공공시설 29곳과 농경지 10여㏊가 물에 잠겨 24억4천만원의 재산 피해가 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군 관계자는 "중장비 100여대 등을 투입해 피해 본 하천 등을 응급 복구했지만, 항구적인 복구를 위해서는 90억원 이상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전북 군산시의회 의원들도 지난 24일 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에서 우선 선포한 특별재난지역에서조차 군산이 제외돼 비통한 심정을 감출 길이 없다"고 밝혔다.
시의회는 충남과 경북에서 각각 4개 시군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지만, 전국에서 침수 농경지가 가장 큰 전북은 2곳만 지정돼 불합리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군산 피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추가 지정·선포하고 피해 복구를 위한 신속한 예산 지원과 재발 방지대책을 수립하며, 침수지역에 대한 광역 정비계획을 마련할 것 등을 촉구했다.
특별재난지역 선포 지역서도 '지원 부족' 볼멘소리
특별재난지역 주민들은 정부 지원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입을 모은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자체는 복구비 중 지방비 부담액의 일부를 국비로 추가 지원받아 재정 부담을 덜 수 있지만, 주택·농어업 등 사유 시설 피해 재난지원금은 특별재난지역 선포 여부와 관계없이 동일하다.
일반 재난지역에서 시행하는 국세 납부 예외, 지방세 감면 등 18가지 혜택 외에 건강보험·전기·통신·도시가스 요금·지역 난방요금 감면 등 12가지 혜택을 추가로 받지만, 피부에 크게 와닿지 않는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박형백 전국농민회 충북도연맹 정책위원장은 "괴산댐 방류량이 늘면서 달천(목도강) 주변에 있는 불정면과 감물면 마을 저지대 곳곳이 물에 잠겨 이 지역 농가들이 큰 피해를 봤다"며 "올해 농사는 사실상 끝났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서 수해로 인한 종자구입비 등은 지원해 준다고 하던데, 현장에서 농가들이 시급하게 필요한 부분이 현실적으로 지원금에 반영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농업 분야에서는 농경지 유실·매몰과 시설복구비, 대파(재해 등으로 대신 다른 씨앗을 뿌리는 일) 대금, 농약 대금을 지원하는데 일부는 융자금이거나 농민이 자기부담금을 내야 한다. 트랙터 등 농기계는 지원 대상도 아니다.
소상공인들 사정도 마찬가지다.
김일형 한국외식업중앙회 청주 흥덕구지부 사무국장은 "흥덕구 강내면에 있는 식당 33곳이 침수돼 내부 시설을 거의 포기해야 할 지경"이라며 "피해액이 1억원이 넘어가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에서 도와준다고는 하는데 현장에서 느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크다"며 "지자체 차원에서 추가로 예산편성을 해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정부 지원이 실질적인 피해 복구 비용에 못 미치자 충남도는 자체적으로 '전액' 지원을 약속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지난 24일 "피해액 전액 지원 원칙에 따라 피해액의 50%를 농협을 통해 즉시 지급하고, 나머지는 정산 후 추가 지급하는 방식으로 신속하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제도상 정부의 영농시설 피해 복구 지원 규모가 피해액의 35% 안팎인 점을 지적하며 영농시설 실제 피해액의 80∼90%, 건조기 등 농기계와 토양 개량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청주시도 이달 31일까지 소상공인 피해 신고를 받고, 피해 사실이 확인되면 해당 소상공인에게 최대 60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행정안전부가 지급하는 재난지원금(업체당 300만원)과 충북도의 재해구호기금(업체당 200만원),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을 때 청주시가 주는 생활안정긴급지원금(최대 100만원)이다.
피해 주민들은 지원 현실화를 촉구한다.
부여군 규암면에서 수박을 재배하는 A씨(62)는 "비닐하우스 5개 동에서 재배한 수박 대부분이 침수돼 수천만 원의 피해를 본 상태에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돼 기대감이 컸는데, 실제 피해 농민에 대한 보상액은 실질적으로 20%에 불과하다고 하니 매우 실망스럽다"며 "시름에 잠긴 농민들을 위한 실질적인 보상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폭우로 출하 직전에 있던 농작물이 모두 침수됐다는 익산시 망성면 김보경 씨는 "빚을 갚고 외국인 근로자들 인건비도 줘야 하는데 당장 생활비도 없다"며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어도 농민들에게 와 닿는 게 없다. 생활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은파 홍인철 김형우 김선형 송승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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