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만 80만원 들겠네요"…자취 앞둔 이대생의 '한숨' [이현주의 빌려살기]

이현주 2023. 7. 30.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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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의 빌려살기 1]
"신촌이 대학가라고요? 직장인촌이죠"
대학가 월세 가장 비싸다는 이대앞 가보니…
월세 평균 65만5000원이라더니, 실제론 100만원 넘기도
재개발에 빌라 줄고…전세사기 여파로 오피스텔 선호
"월세 너무 비싸" 대학생들 학교 앞에서 떠나
2030세대 대다수에게 '집'은 빌려사는 공간입니다. 안정적인 삶의 터전이 돼야하는 집이지만, 최근 전세사기 같은 문제로 사회 경험이 적은 2030세대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현주의 빌려살기'는 안정적인 주거활동을 꿈꾸는 사회초년생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현장을 집중 취재하고 크고 작은 부동산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편집자주]
마포구 대흥동 '이대역푸르지오시티' 오피스텔 모습. 사진=이현주 기자

"졸업하고 쭉 눌러사는 학생들도 많죠. 이화여대 근처는 직장인들이 더 선호해요."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소재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대표)

대학생들이 대학가(街)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대학가 월세 가격이 치솟으면서 학생들은 학교 근처를 떠나게 됐습니다. 반대로 직장인들은 직장과 가깝고 역세권인데다 쇼핑·음식점 등이 몰려 있는 대학가로 몰리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신촌·이대앞입니다.

부동산 시장에서 최근 이대앞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서울 주요 대학가 중에서도 가장 비싼 월세를 내는 지역으로 꼽혔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이화여대 인근 평균 원룸(보증금 1000만원 기준·전용 33㎡이하) 월세는 65만5000원으로, 전년 동기(59만6000원) 대비 9.85% 상승했습니다.

평균이 65만원대이니, 이보다 높은 곳도 있다는 겁니다. 지난 27일 기자가 찾은 이대앞 일대의 월세는 최고 110만원에 달했습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이대앞 역세권에 신축들만 해당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다소 연식이 오래된 오피스텔도 평균이라는 65만원을 훌쩍 넘겼습니다.

이대역-신촌역 사이에 오피스텔이 밀집해 있는 모습. 사진=이현주 기자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최고가에 거래된 곳은 서대문구 대현동 '파라타워 오피스텔'(2020년 준공)입니다. 이 오피스텔 전용 19㎡는 지난 10일 110만원(보증금 1000만원 기준)에 월세 계약을 맺었습니다. 입주 10년이 넘은 곳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마포구 대흥동 '이대역푸르지오시티' 오피스텔(2013년 준공) 전용 28㎡는 지난 25일 월세 95만원에 거래를 완료했습니다. 

1년 새 월세 가격이 오른 비율도 평균치(9.85%)를 웃돌았습니다. 대현동 '이대포레스트 오피스텔' 전용 17㎡는 지난달 90만원에 월세 계약을 마쳤는데, 지난해 6월(78만원) 보다 15%(12만원) 상승한 수준입니다. 대흥동 '이대역 서희스타힐스(도시형)' 전용 12㎡는 지난 12일 월세 85만원에 거래됐습니다. 1년 전인 지난해 7월(75만원) 보다 13%(10만원) 오른 겁니다. 모두 역에서 200m 내에 있는 역세권 오피스텔들입니다. 

실제 오피스텔이 거주중인 직장인 이 모씨(26)는 "신촌역과 이대역이 모두 가까워서 이동하기 편리하다"며 "대학가 물가가 저렴한 것도 장점이라 이곳을 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직장인들은 서울지하철 2호선 이대역이나 다양한 버스로 강북(광화문·시청·을지로입구) 출퇴근이 용이하고 백화점, 영화관, 마트 등 주변 인프라가 좋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쯤에서 '오피스텔 월세가 높으니 빌라(연립·다세대) 살면 되잖아'라고 의문을 제기할 만 합니다. 하지만 최근 이대역 근처에 와봤다면 이러한 얘기는 쏙 들어갑니다. 이대역 주변의 빌라들은 대부분 재개발돼 신축 아파트가 됐습니다. 주변에서 인기라는 '마포그랑자이' 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84㎡는 최근 매매가가 16억9000만원에 이를 정도입니다. 웨딩거리라고 불렸던 빌라들은 학원이나 식당들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그나마 남아 있는 빌라들도 신축보다는 재개발을 기다리고 있다보니 낙후됐습니다. 게다가 여학생 부모라면 보안이 어느정도 보장된 오피스텔을 구해주고 싶을 겁니다. 이대 재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박 모씨(49)는 "학교 근처에 방을 구하려면 최소 80만원은 생각해야겠더라"며 "빌라는 여러모로 안전이 걱정되다보니, 비싸더라도 오피스텔에 보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대흥동 A 공인 중개 대표는 "연세대학교 1학년 학생들은 인천 송도에 있는 기숙사로 가다 보니 신촌·이대앞 일대의 실수요층은 이대생들이 많다"며 "여학생들은 비싸더라도 깔끔한 오피스텔을 선호하다보니, 월세가 높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직장인과 여대생들의 수요가 겹치다보니 오피스텔은 없어서 못 들어간다고 합니다. 대현동 B 공인 중개 대표는 "이대 학생이나 대학원생 말고도 세브란스 병원 근무자, 기존 졸업생 수요까지 있다보니 주변 오피스텔은 빈 방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화여대 앞에 신축 오피스텔이 대거 들어선 모습. 사진=이현주 기자


이대에서 벗어나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지난달 같은 신촌 지역으로 불리는 연세대, 서강대학교 원룸(보증금 1000만 원 기준·전용면적 33㎡이하) 월세 상승률은 주요 대학가 평균(8.21%) 보다 높게 집계됐습니다. 각각 연세대는 53만4000원에서 58만5000원으로 9.64% 올랐고, 서강대도 51만8000원에서 56만5000원으로 9.01% 상승했습니다. 

신촌·이대앞 오피스텔 월세 수요는 계속될 것이라고 주변 공인중개사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빌라 전세 사기 등 여파로 오피스텔 월세 수요가 증가한 영향입니다. 대흥동 C 공인 중개 대표는 "역전세, 깡통전세 등의 문제로 월세 수요가 높아지는 현상이 대학가 인근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빌라 살던 직장인들이 오피스텔이 모여있는 대학가 근처를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수요에 따라 가격도 상승하는 추세입니다. 지난 2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전국 오피스텔 전월세전환율은 5.85%로 2018년 1월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전월세 전환율이 높을수록 월세가 비싸다는 뜻인데, 같은 기간 서울 오피스텔 평균 전월세 전환율도 5.41%로 역대 최고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학생들은 올라버린 주거비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토로합니다. 졸업을 앞둔 이대생 김 모씨(23)는 "현재 관리비 포함해서 매달 100만원은 주거비로 나가고 있는데, 알바 그만두고 취업준비를 해야해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며 "집주인이 월세를 더 올린다는 얘기가 있어서 다음 학기에는 기숙사에 들어가려는데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놨습니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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