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형 슬라이딩 감동” 결승타 친 캡틴이 설명한 더 강해진 LG···그리고 떠나는 후배 향한 격려[SS인터뷰]
[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경기 막바지에는 감동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캡틴이 저력을 발휘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패색이 짙었던 9회초 동점을 만들어준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듯 10회초 결승 2루타를 터뜨렸다. 수비에서도 골든글러브 유격수 답게 침착하게 타구를 처리하고 내야수들을 리드했다.
LG 오지환이 29일 잠실 두산전에서 결승 2루타 포함 5타수 2안타로 활약했다. LG는 10회 연장 끝에 7-6으로 두산을 꺾고 3연승을 달렸다. 시즌 전적 52승 33패 2무. 2위 SSG와는 2.5경기 차이를 유지했다.
다음은 경기 후 오지환과 취재진의 일문일답.
-어려운 경기에서 가치 있는 승리를 만든 것 같다.
경기 막바지에는 감동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형들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승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 경기였다. 초반에 (허)도환이 형이 어려운 희생 번트를 성공했다. 그리고 연장 10회초 (김)현수 형이 슬라이딩으로 2루타를 만들었다. 우리가 이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 슬라이딩을 하는 모습이 감동스러웠다. 그래서 내가 타석에 섰을 때 어떻게든 찬스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득점하는 과정도 좋았지만 결국에는 수비의 차이로 승리한 경기라고 본다. 에러 없는 경기를 했는데 연패 기간을 지나 연승하면서 다시 강팀의 모습을 찾은 게 아닌가 싶다.
확실히 야구는 분위기 싸움이라는 것을 다시 느낀다. 연패 기간에는 정말 작은 실수 하나도 크게 느껴졌다. 작은 것 하나하나가 힘들게 다가왔다. 질 수 있는 경기 진 것뿐인데 너무 아쉽고 힘들었다. 그래서 선수들끼리 이기고 있을 때 오히려 더 실수하지 말고 집중하자고 한다.
-오늘 대형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선수로서 어떤 느낌을 받나?
내가 트레이드가 된 적이 없어서 트레이드된 선수의 입장이나 심정은 잘 모르겠다. 다만 팀으로 봤을 때는 확실히 윈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프로의 현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우리 팀 어린 선수들이었던 (이)주형이와 (김)동규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키움이라는 팀 자체가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는 만큼 주형이와 동규의 미래에 좋게 작용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오늘 트레이드 소식을 듣고 평소보다 빨리 야구장에 왔다. 와서 주형이를 만나려 했다. 만나니까 많이 울컥하고 우울하기도 했다. 그런데 주형이는 정말 좋은 게 많은 친구다. 키움에서 (강)정호 형, (김)하성이가 미국에 간 것처럼 주형이도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형이에게 ‘너는 무조건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중에 30-30도 할 수 있다’고 격려했다. 그리고 키움에 있는 (이)형종이 형과 (김)혜성이에게도 우리 팀에 있었던 선수들 정말 잘 부탁한다고 전화했다.
-새로 온 최원태에 대한 기대도 클 것 같다. 최원태 선수가 오지환 선수와 친하다고 얘기도 했는데.
그렇다. 아시안게임 멤버이기도 했고 훈련소도 함께 갔다. 재미있는 친구다. 이전부터 연락도 자주했던 후배라 앞으로 계속 잘 챙겨주고 도와줄 것이다. 야구는 워낙 잘하는 선수니까 우리 팀에 잘 적응할 수 있게 얘기 많이 하고 밥도 자주 먹을 것이다.
-올해 최원태를 상대한 경기에서 LG가 고전했다. 실제로 최원태 선수가 작년 후반기부터 구속이 올라왔는데 타자로서 상대하면서 달라진 것을 느꼈나?
안 그래도 공이 빨라져서 원태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수정한 게 있다고 하더라. 이제 LG에 온 만큼 구속이 더 빨라졌으면 좋겠다.
-지금 1위를 하고 있는데 최원태라는 좋은 선발 투수가 왔다. 선수로서 우승에 대한 더 큰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충분히 그렇다. 시즌을 치르면서 느끼는 게 연패를 하고 있을 때 좋은 선발 투수가 정말 필요하다는 것이다. 3, 4연패할 때 좋은 선발이 있으면 연패를 끊기 쉽다. 꼭 외국인 투수가 아니더라도 그렇다. 다른 팀에 안우진, 구창모 같은 투수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우리도 그런 투수가 추가됐다.
올해 (임)찬규가 잘 해줬는데 원태까지 오면서 이제 우리는 마지막 5선발 한 자리만 남았다. 이 한 자리를 두고 어린 투수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기를 바란다. 단장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1라운드든, 2라운드든 상위 지명 순번이라서 당연히 자리가 생긴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말 잘하는 친구가 5선발을 차지하기를 바란다.
-두산을 상대로 고전한 시즌이 많았다. 하지만 작년부터 우세를 점하고 있고 올해는 훨씬 승이 많다. 경기 내용으로도 그런데 선수들은 어떻게 느끼나?
그냥 잘 풀리는 해가 있고 안 풀리는 해가 있는 것 같다. 두산에 비등했던 시즌, 밀렸던 시즌, 크게 밀렸던 시즌 등을 다 치렀다. 그러다 작년에는 우리가 앞섰다. 올해는 우리에게 더 좋게 흐름이 흘러가는 게 아닌가 싶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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