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가족”이라던 입주민 회장, 결국 檢 수사...강남 아파트에 무슨 일
업무방해·횡령 등 혐의로 중앙지검 송치
주민들 “남편·딸·사위 모두 검사라며 압박”
검찰 “공정하게 수사할 것”
서울 강남의 한 고급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 회장이 다른 입주자들과 갈등을 빚던 끝에 입대의를 소멸시키면서 입대의 통장 계좌를 폐쇄하고, 입대의 관리 서류를 숨겨 후임자가 제대로 업무를 볼 수 없도록 만든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해당 인물은 갈등을 빚던 주민들에게 자신의 남편과 딸이 현직 검사(檢事)라는 점을 언급해 압박을 느끼도록 했다고 주민들은 주장했다.
28일 수사 당국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최근 한국계 미국인 A(58·여)씨를 업무방해와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 의견을 달아 서울중앙지검에 넘겼다. A씨는 지난해 9월쯤 자신이 살고 있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한 아파트 입대의 잡비 통장을 해지시켜 새 입대의 측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파트 관리와 관련한 각종 문서에 대한 새 입대의 측의 서류 반환 요청을 거부한 혐의도 받는다.
A씨는 2017년부터 이 아파트 입대의 회장을 맡아오다 작년 9월 ‘입대의 해산’을 공고했다. 공고문에는 “지속적 해산 요구에 따라 오늘부로 입대의를 해산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산 공고 전까지 A씨는 입주민들과 여러 차례 갈등을 빚어왔다. 그러다가 지난해 이 아파트 한 동에서 누수가 발생하고, 제대로 해결이 되지 않자 갈등이 폭발했다. 주민들 사이에서 ‘A씨는 자기가 사는 동 외엔 관심이 없다’는 불만이 터져나왔고, A씨는 회장직을 내려놓는 대신 입대의 자체를 없애 버리는 강수를 뒀다.
그는 바로 입대의 고유번호증을 말소시켜 버렸다. 고유번호증은 임의·민간단체나 협동조합에게 법인격을 부여하는 증서다. 고유번호증이 있어야 은행 계좌 개설이 가능하고, 세금 처리도 할 수 있다.
이에 입주민들은 새로운 입대의를 구성하고 새 고유번호증을 발급 받았다. 은행 계좌도 새로 텄다. 문제는 A씨가 회장 자격으로 관리하던 잡비 통장과 누수 관련 건설사와 오간 공문 등의 서류를 반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입대의 명의의 잡비 통장에선 엘리베이터 사용료와 세대당 추가 주차비, 한전의 대리 검침 수당 등이 오고 나갔는데, 입대의 회장이 이제껏 관리해 왔다.
새 입대의 관계자는 “과거 입출금 내역을 보려면 통장을 봐야 하는데, A씨가 입대의 명의의 계좌를 닫고 통장도 가져가 버려 확인할 수 없는 상태”라며 “통장도 없고 건설사와 여러 해 오고 간 유지보수 서류도 없어 새 입대의 운영에 막심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했다. 회장이 바뀌더라도 고유번호증상 대표자만 변경하면 고유번호증도 통장도 계속 사용이 가능하다.
입주민들에 따르면 A씨의 남편 B씨는 서울고검에, 딸 C씨는 부산지검에 근무하는 검사다.
평소 A씨는 주민들과의 갈등이 불거져 다툼이 발생하면 남편과 딸이 검사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서 압박을 느꼈다고 한다. A씨가 한 입주민에게 보낸 문자에선 “남편이 부장검사로 오래 검찰에 있었다”는 내용이 발견됐다. A씨는 극심한 갈등을 가졌던 한 입주민에겐 “빅 마우스인 너에게 좋은 소식 전해. 우린 사위도 검사를 얻었으니 이 얼마나 경사니^^ 한국 최초래. 미국 뉴욕 검사와 한국 여검사 커플. 조만간 연락 갈 거야 ㅋㅋ”라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A씨는 조선닷컴과 통화에서 “B 검사의 아내가 맞느냐”는 질문에 “맞는다”고 말하면서도 “통화하고 싶지 않다”며 전화를 끊었다. 그런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B 검사는 내 남편이 아니다. C 검사도 내 딸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얘기를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들었나? 그렇다면 누군가가 내 입주자 카드를 보고 당신에게 말해준 것일 텐데, 그들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고소해야 할 것 같다”고만 했다.
A씨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에는 B 검사와 함께 외국에서 찍은 사진이 여러장 올라와 있었다. ‘부부가 아닌데 어떻게 B 검사와 외국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냐’고 묻자, 그는 “그게 무슨 상관이냐”며 “다신 연락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에서 담당한다. A씨 남편 B 검사는 서울중앙지검을 관할하는 서울고검에서 근무하고 있다. 입주민 측에서는 ‘제대로 수사가 진행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공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A씨는 지난해 10월 한 인터넷 매체가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를 “5년간 경비원 24명 갈아치웠다…도곡동 아파트 갑질”이란 제목으로 보도하자 경찰에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갈등이 발생하면 관리소장에게 여러 차례 심한 폭언을 가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3월 이 사건을 혐의 없음 처리하며 자체 종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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