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판인지, 주식판인지”…1조원 빚투에도 에코프로 ‘153만원→96만원→110만원’[권제인의 일‘주’읽]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코인하기 싫어서 국장 왔는데, 또 하나의 코인 시장이네.”(직장인 A씨)
에코프로 그룹주를 시작으로 2차전지 열풍이 번지면서 주식시장이 연일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습니다. 2차전지주로 수급이 쏠리며 다른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거나, 코스닥 지수마저 요동치는 등 파급효과가 대단합니다.
포스코그룹주의 신용융자 잔고가 1조원을 돌파하고 변동성 완화장치(VI)가 수요일 하루 만에 수백 회 발동되는 등 위험 신호도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153만원→96만원→110만원’
에코프로의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가 흐름입니다. 장중 고점 대비 저점 수준을 비교하면 수요일에는 26.18%, 목요일에는 19.91% 하락했습니다. 반면, 금요일에는 전날 종가 대비 12.08% 상승했습니다.
2차전지주 주가는 수요일과 목요일 일제히 오전 상승 후 오후 급락했습니다. 장중 고점과 저점 수준을 비교하면 사실상 하한가보다 손실이 큰 경우도 발생했습니다. 금양은 수요일 고점 대비 34.94% 하락했고, 목요일에는 33.82% 내렸습니다.
2차전지주는 이전부터 이미 불안한 신호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포스코 그룹주에 대한 신용융자 잔고는 1조원을 돌파했고, 에코프로 그룹주와 엘앤에프의 합산 신용융자잔고도 1조원에 육박합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주 월요일 포스코홀딩스, 포스코퓨처엠,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스틸리온, 포스코DX, 포스코엠텍 등 포스코그룹 6개 상장사들의 신용융자 잔고는 1조원을 처음으로 돌파했습니다. 연초와 비교하면 4.3배 늘어난 수준입니다.
금요일 코스콤 CHECK 단말기에 따르면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에이치엔, 엘앤에프의 합산 신용융자 잔고도 9207억원 수준입니다.
신용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금액으로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많을수록 늘어나는 경향을 보입니다. 다만, 높은 이자율을 감당해야 하고 주가가 일정 이상 하락하면 증권사가 강제로 해당 주식을 매도할 수 있습니다. 신용융자 잔고가 높아진다는 건 그만큼 시장이 과열됐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변동성 완화장치(VI) 발동 횟수에서도 시장 불안이 감지됩니다. VI는 개별종목에 대한 가격안정화 조치로, 일시적으로 주가가 급변하면 2분간 단일가 매매로 전환해 투자자들에게 냉각 기회를 부여하는 제도입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수요일 정규·시간외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정적·동적 VI는 모두 723회 발동됐습니다. 하루 만에 VI가 수백회 발동된 건 이례적인 일입니다. 2거래일 전인 월요일에는 유가증권시장 VI 발동은 57회, 코스닥시장 VI 발동은 189회에 각각 불과했습니다.
금요일 2차전지주는 일제히 상승 마감했습니다. 에코프로는 또 한 번 황제주 자리를 탈환했습니다. 다만, 위험 신호가 커지는 만큼 투자 책임은 언제나 본인 몫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반도체 업종에서는 삼성전자의 ‘감산 지속’이라는 긍정적인 소식이 나왔습니다. 수요일 SK하이닉스에 이어 목요일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콘퍼런스콜에서 낸드(NAND) 감산을 공식적으로 언급했습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메모리 감산에 대해 “하반기에도 생산 하향 조정을 지속할 계획”이라며 “이에 더해 D램과 낸드 모두 제품별 선별적인 추가 생산 조정을 진행 중이며, 특히 낸드 위주로 생산 하향 조정폭을 크게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가 낸드 감산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입니다. 앞서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다 지난 4월 업계의 감산 행렬에 동참한 바 있습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목요일 전 거래일 대비 9.73% 오른 12만4000원으로 장을 마쳐 종가 기준 52주 신고가를 경신했습니다. 금요일에도 12만8000원까지 상승해 새 기록을 또 한 번 세웠습니다.
ey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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