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빈자리 차지하라”…‘원조’ 상사 日 노하우 통했다 [공급망 총아, 상사의 부활]
고도성장기 에너지 자원 확보 노하우 발휘
광산 지분 확보부터 폐배터리 리사이클링도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미국이 첨단 산업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동맹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가운데 일본의 종합상사가 재조명받고 있다. ‘원조격’인 일본 주요 상사들이 고도성장기에 축적한 에너지자원 확보 노하우가 빛을 발하면서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앞으로 100년을 넘어 영원히 살아남을 기업”이라며 일본 상사의 가치를 평가할 정도다.
버핏 회장은 이토추상사를 비롯해 최근 일본 5대 종합상사의 보유 지분을 더 늘리며 일본 상사가 주목받는 데에 가장 큰 몫을 했다. 그는 에너지 및 광물 투자에 잔뼈가 굵은 일본 종합상사들이 배터리 핵심 광물 공급망 재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높게 평가했다.
일본 종합상사들이 에너지 중심의 해외 자원개발에 가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은 2000년에 들어서다. 여기에 2004년 2월 출범한 자원개발 전문 독립 행정법인인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는 최대 75% 출자 및 채무보증 등 자금 지원과 지질 탐사 등 기술·정보 지원 기능을 수행하며 민간 종합상사들의 자원 확보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특히 2006년 일본 정부가 원유의 자체 개발률을 2030년까지 40%로 높이겠다는 내용을 담은 ‘신국가 에너지 전략’을 발표하면서 일본 종합상사들의 보폭은 한층 넓어졌다.
해외 자원개발사업이 궤도에 오르면서 스미토모상사와 미쓰비시상사, 미쓰이물산, 이토추상사, 마루베니 등 일본의 상위 5개 상사의 연결 순이익 합계가 2008년 1조엔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5년을 전후해 종합상사들의 실적은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중국 경기침체 우려로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고 칠레 구리광산사업 실적 부진이 심화되는 등 경영 환경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자원 부문 비중이 컸던 미쓰비시상사와 미쓰이물산은 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고 만년 4위였던 이토추상사가 반사이익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에 상사들은 생활용품, 식량, 소매업에 눈을 돌리며 사업다각화로 자원 부문의 매출 비중을 꾸준히 낮춰왔다.
그러나 일본 상사가 다시 새로운 기회를 잡게 된 것은 2020년대 들어서며 전기차와 반도체 등 첨단 기술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경쟁과 갈등이 격화되면서다. 일각에서는 일본 종합상사가 공급망 갈등의 최대 수혜자라는 평까지 나온다.
지난해 6월 미국 정부는 청정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핵심 광물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다자 협력 구상인 ‘핵심광물 안보 파트너십(MSP)’을 출범했다. 전기차 배터리를 비롯한 첨단 제품의 소재가 되는 희토류와 리튬, 니켈 등 핵심 광물산업에서 80% 이상의 지배력을 갖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구상이다.
일본은 구상 초기부터 MSP에 적극 참여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우호국가에서 생산한 배터리 핵심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채용한 전기차에만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제공한다. 중국이 틀어쥐고 있던 리튬, 알루미늄, 니켈, 흑연 등 핵심 광물을 최대 자동차시장에 공급할 기회가 일본에도 열리게 됐다.
일본 정부는 곧바로 미국 측과 상대국으로 수출하는 배터리용 핵심 광물에 대해 수출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협정을 맺었다.
이에 발맞춰 일본 종합상사들은 친환경 부문과 전기차 배터리용 광물 부문 사업 진출에 박차를 가하며 자원개발 부문의 비중을 다시 늘려가고 있다.
미쓰비시상사는 2022~2024년도 투자계획에서 현재 30% 수준인 재생에너지와 배터리용 광물 부문의 비중을 50%대까지 높이기 위해 향후 3년간 총 3조엔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미쓰이물산 역시 수소 등 친환경 발전과 리튬·니켈 등 배터리 광물 투자를 늘려가기로 했다. 스미토모상사와 이토추상사 역시 지멘스, 보쉬 등과 제휴해 폐배터리를 활용한 에너지저장장치(ESS)사업과 배터리 리사이클사업에 착수했다.
이미 해외 광물 개발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상사들도 있다.
소지쓰상사는 JOGMEC과 손을 잡고 디스프로슘, 테르슘 등 희토류 생산량의 최대 65%를 일본에 공급하는 조건으로 호주 라이너스사에 약 2억호주달러를 출자했다. 라이너스는 서호주 마운트웰드광산에서 채굴한 희토류 광석을 중국 기업에 위탁해 정련해왔지만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공급망을 새로 구축해 일본에 공급한다.
스미토모상사는 지난해 세계 3대 니켈광산인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광산의 지분 54.18%를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최근 주요 배터리업체들이 에너지효율을 높여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리고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하이니켈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을 고려한 포석이다.
마루베니는 미국의 서바솔루션에 5000만달러를 투자해 폐기된 배터리에서 핵심 광물을 회수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일본 종합상사는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에너지, 금속 및 광물을 찾기 위해 세계를 샅샅이 뒤지며 일본의 경제발전을 뒷받침하는 중개자 역할을 했다”며 미-중 갈등으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도 일본 종합상사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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