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이겨내는 간단한 방법…"도시에 '그늘'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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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이 끝나면서 폭염과 열대야가 본격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이 무더위를 버텨내려면 도시 곳곳에 '그늘'을 만드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켈리 터너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도시계획부 부교수, 아리앤 미델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미술·미디어·공학대 부교수 등은 2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기고문을 통해 "도시에 '그늘 인프라'를 설치하는 건 시민에게 전력과 대중교통을 공급하는 것만큼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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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이 끝나면서 폭염과 열대야가 본격 시작됐다. 지난 28일엔 무려 전국 81곳에 폭염특보가 발효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이 무더위를 버텨내려면 도시 곳곳에 '그늘'을 만드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켈리 터너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도시계획부 부교수, 아리앤 미델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미술·미디어·공학대 부교수 등은 2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기고문을 통해 "도시에 '그늘 인프라'를 설치하는 건 시민에게 전력과 대중교통을 공급하는 것만큼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올 여름 캘리포니아주와 애리조나주는 최고기온이 섭씨 45~50도에 이를 정도로 매우 덥다.
이들은 "그늘을 통해 햇빛에 덜 노출되는 게 더운 온도에 외부 활동을 할 때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비용절감적인 방법"이라고 말한다. 도시 계획에서의 '그늘 인프라'란 도로변 나무 아래, 빌딩, 벽 아래 등 시민이 햇빛을 피해 잠시 있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터너 부교수 등은 "현재 전 세계 많은 도시들이 거의 '그늘 사막'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인도, 대중교통 정류장, 공사장 등의 외부 일터, 학교 놀이터 등에 그늘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한다.
그늘은 태양복사열의 한 종류인 단파복사로부터 인체를 보호한다. 단파복사엔 자외선과 가시광선이 포함돼 있는데, 이 둘은 야외 활동 시 인체가 편안함을 느끼는 '적절한 온도'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다. 또 바닥 표면이 빛을 반사해 내뿜는 열로부터 인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미국, 헝가리,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지의 여러 기후학자가 2019년부터 발표해온 기온과 그늘의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온다습한 열대 지방은 그늘을 설치하는 것만으로도 최소 섭씨 20도에서 40도까지 열 차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미델 부교수는 지난 2021년 학술지 '미국기상학회'에 발표했던 '그늘이 만들어내는 차이' 연구 중 한 사례를 예로 들며,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대기온도가 35도에 육박했던 날, 바깥에서 직사광선을 쬔 사람이 실제로 체감한 온도는 80도쯤 된다"고 설명했다. 태양으로부터 내리쬐는 열에 길바닥에서 올라오는 표면온도가 더해지면서 실제 체감 온도는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다.
부교수는 이어 "반대로, 같은 날 그늘 아래 서 있는 사람은 딱 대기온도 정도의 온도만 체감했다"라고 설명했다.
터너 부교수 등은 "도시 계획을 짤 때 대기 온도나 인프라 시설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시민이 겪는 체감온도에 기반한 그늘 시설도 만들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최근 많은 연구자들과 정부 당국이 '폭염'을 공중 보건의 위협 요소로 인식은 했지만, 그럼에도 그늘의 중요성은 간과되는 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또 "사회적 취약계층은 대체로 에어컨 등의 냉방시설이 부족한 환경에서 거주하기 때문에 도시 차원에서의 그늘이 더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2021년 6월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도시의 나무량 조사' 결과를 들며 "연수입 10만 달러(한화 약 1억 2000만원)의 부유층이 거주하는 지역엔 그늘로 쓸 수 있는 나무가 취약계층 거주 지역보다 2배 많다"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특히 "도시는 자동차 통행, 콘크리트 피복 등이 일으키는 열섬현상으로 인해 시골보다 더욱 더울 수 있다"라며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열을 차단할 수 있는 그늘 인프라를 고려해 도시 계획을 수립해야한다"라고 강조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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