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의 이민청, 청사진은 아직…'외국인 근로자 확대' 집중

김남희 기자 2023. 7. 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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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이민청 로드맵' 발표 계획 지연
외국인숙련공 17배 확대 등 '노동 확보'
전문가 "쉬운 정책 집중…시스템 갖춰야"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2023.07.26.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남희 기자 = "저희가 후발주자라서 할 때 정확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여러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고 정부 자체 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입법부에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릴 경우 혼선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30일 국회에 따르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출입국·이민관리청'(이민청) 설립과 관련한 법무부의 자료 제출이 부실하다는 지적에 이같이 답했다.

법무부, 상반기 '이민청 로드맵' 발표 계획 지연

한 장관은 지난해 5월 장관 취임 일성으로 법무부 소관 '이민청' 설립 검토를 제시했다. 출입국·이민 정책을 총괄할 컨트롤타워를 신설해 10년 후 인구구조 변화에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게 목표다.

이후 1년 2개월여의 시간이 지났지만 이민청의 구체적 로드맵과 방향성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법무부는 당초 올해 상반기까지 이민청 로드맵을 발표하겠다고 했으나 관련 연구용역이 3차례 유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한 장관은 법사위에서 "작년 출입국·이민관리체계 개선추진단을 만들어 직접 챙기고 있기 때문에 연구용역은 부차적으로 운영되는 면이 있다"며 "내부적으로 생산하는 보고서와 직접 출장 가는 부분이 훨씬 많다. 이민청을 띄웠을 때 우리가 하려는 게 뭔지 청사진을 준비해야 되기 때문에 늦어지게 느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그간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종합하면 '공론화' 외에 구체적 법 개정안이나 내용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최근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민청 추진 작업으로 ▲지난해 7월 대통령 업무보고 시 언론브리핑 ▲세미나·토론회 등 공론화 작업 21회 ▲출입국·이민관리체계 개선추진단 운영 ▲프랑스·네덜란드·독일 장관 출장 등을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박용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도 법무부는 "출입국·이민정책 관련 쟁점에 대해 국민·각계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수렴 (9회)을 지속하고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공론화 작업에는 '한국이민학회 학술대회', '농어촌 인구 소멸 위기 해소 관련 국회 정책 토론회' 등이 모두 집계됐다.

외국인 숙련공 17배 확대…전문가 "쉬운 정책에 집중"

[영암=뉴시스] 이영주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0일 오후 전남 영암군 현대삼호중공업에서 자동용접기 시연 장면을 보고 있다. 2023.07.10.leeyj2578@newsis.com
법무부가 구체적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는 건 부처 간 알력 다툼으로 조율해야 할 사안이 많고, '이민 확대'를 명시적으로 발표하는 데 부담이 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 관계자는 "법무부가 출입국과 비자 권한을 갖고 있지만 다문화 가정은 여성가족부, 외국인 취업은 고용노동부가 다루고 있다. 부처별 관할법도 있다"며 "지자체는 농림과 어업 분야에 노동력이 필요하니 무작정 충원하려 하는 등 이해관계가 달라 빠르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건수 한국이민학회장(강원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은 "이민 정책 주관 부서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10년 전부터 있었다. 그럼에도 쉽게 설치하지 못하고 로드맵을 내놓지 못하는 데는 여러 정치적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이민 수용이 불가피하단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청 로드맵 발표는 늦어졌지만, 법무부는 최근 시급한 외국인 근로자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한 장관은 지난 10일 전남 영암 현대삼호중공업 조선소에 방문해 "지난해 외국인 숙련기능인력 쿼터가 2000명이었는데, 올해 3만5000명으로 17배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숙련기능인력비자로 전환되면 체류 기간에 제한이 없다.

법무부는 사업체 규모에 관계없이 최대 8명까지만 고용할 수 있도록 한 제한을 국민 고용 인원의 2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뿌리산업, 농축어업, 비수도권 제조업체의 경우 국민 고용인원의 30%까지 숙련기능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크게 완화할 계획이다.

다만 정부가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를 만들기보다 '쉬운 정책'부터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민 문제는 인재 영입부터 정착까지 아울러야 하는데 산업 현장의 인력 수급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이다.

정지윤 명지대 산업대학원 교수는 "단순한 외국인 노동자 확대와 유학생을 늘려 글로벌 인재로 키우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노동자를 늘려도 5개월 체류기간이 끝나면 나가지 않고 불법체류자가 되는 경우가 1만명이 넘는다"라며 "관리자도 없이 3만명 넘게 확대하는 누가 관리하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노동자를 체계적으로 교육시키고 한국 문화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부터 갖춰야 한다. 한국에 정착까지 할 수 있도록 장기적 비전이 필요하다"며 "이런 정리가 되지 않으면 부처 싸움밖에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법무부 차관을 중심으로 별도의 '외국인정책 개선TF'를 운영해 숙련기능인력 확대와 외국인력 총량제 등 주요 현안을 신속하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민청 설립과 관련해서는 올해 하반기에도 의견수렴 작업을 지속하면서 관계부처 협의와 법률 개정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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