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앤스톡] 물적분할도 참았는데… CB 사태에 필옵틱스 주주 '속앓이'

김동욱 기자 2023. 7. 30.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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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전지 장비회사 필에너지 모회사인 필옵틱스의 주주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물적분할된 필에너지가 상장하면서 필옵틱스 주가가 급락한 영향이다.

2020년 필옵틱스로부터 물적분할된 필에너지는 지난 14일 상장했는데 필옵틱스 주가 하락이 시작된 시점과 일치한다.

핵심 사업부 분할로 인한 주가 하락만 겪고 별도 보상은 받지 못할 수 있어 필옵틱스 주주들이 필에너지 상장에 반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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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에너지 상장 후 필옵틱스 주가가 하락했다. 사진은 한기수 필옵틱스 대표. /사진=머니투데이 DB(필옵틱스 제공)
이차전지 장비회사 필에너지 모회사인 필옵틱스의 주주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물적분할된 필에너지가 상장하면서 필옵틱스 주가가 급락한 영향이다. 필에너지 전환사채(CB) 전환청구권 행사 탓에 필옵틱스가 내세운 주주환원 정책도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30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필옵틱스 주가는 지난 14일 1만5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 대비 29.9% 하락이다. 이후에는 등락을 반복하며 지난 28일 1만570원으로 마감됐다. 이 기간 필옵틱스 주가는 총 52.2% 내렸다.

필옵틱스 주가 하락은 필에너지의 코스닥 시장 상장 영향으로 관측된다. 2020년 필옵틱스로부터 물적분할된 필에너지는 지난 14일 상장했는데 필옵틱스 주가 하락이 시작된 시점과 일치한다. 필옵틱스에 투자하기보다는 필에너지에 직접 투자해 이차전지 시장 확대 수혜를 극대화하겠다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통상 모회사 주주들은 자회사 물적분할 후 상장을 반대한다.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주주들은 신설회사의 주식을 단 한주도 받을 수 없어서다. 핵심 사업부 분할로 인한 주가 하락만 겪고 별도 보상은 받지 못할 수 있어 필옵틱스 주주들이 필에너지 상장에 반대한 것이다.

한기수 필옵틱스 대표는 주주들의 반대에도 필에너지 상장을 강행했다. 그는 지난 1월13일 간담회를 통해 "그동안 필옵틱스가 보증을 서면서 필에너지 장비를 생산해왔는데 한계에 도달했다"며 "신설 회사인 필에너지는 자본금이 얼마 되지 않아 이대로면 장비를 제작할 여력이 없어진다"고 했다. "자금 확보를 위해 상장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필에너지 주식으로 주주환원 한다는데… CB 전환청구권 행사로 주가 하락


지난 14일 필에너지 코스닥 시장 상장기념식에 참석한 채남기 한국IR협의회 회장, 홍순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 김광일 필에너지 대표, 강성범 미래에셋증권 부사장, 강왕락 코스닥협회 부회장(왼쪽부터). /사진=뉴스1 DB(한국거래소 제공)
필옵틱스는 현금배당 및 자사주 매입·소각과 함께 필에너지 기업공개(IPO) 공모 물량의 20%를 2024년 일반 주주들에게 현물배당하겠다고 공언하며 주주들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현물배당 예정인 필에너지의 주가가 하락하고 있어 주주들이 받는 보상이 적어질 것이란 시각이다.

필에너지 주가는 지난 28일 6만4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장 첫날인 지난 14일 종가(11만4600원) 대비 43.5% 하락이다.

필에너지 주가 하락은 CB 전환청구권 행사 영향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필에너지는 지난 14일 장 마감 후 160억원 규모(120만29주)의 CB를 주식으로 전환한다고 공시했다. 기존 발행주식총수(940만4412주) 대비 12.8%에 달하는 물량(120만29주)이 지난 26일 상장됐고 25만4090주는 유통이 시작됐다. 필에너지 주가는 전환청구권 행사 공시 다음 거래일인 지난 17일 전 거래일 대비 22.3% 급락했으며 신주가 상장된 지난 26일에는 전 거래일보다 12.6% 내렸다.

문제는 필에너지 주가 하락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전환청구한 보통주 중 78.8%(94만5939주)는 아직 시장에 풀리지 않았다. 해당 주식은 다음 달 14일 보호예수가 해제된다. 전환사채 전환가액이 1만3333원인 점을 감안, AIP자산운용 등 국내 자산운용사로 이뤄진 CB 투자자들은 수익 창출을 위해 보호예수가 풀리는 즉시 주식을 매도할 가능성이 크다.

필옵틱스 관계자는 추가적인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 대한 질문에 "자세한 사항은 언급하기 힘들다"며 말을 아꼈다.

김동욱 기자 ase8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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