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70년…‘두 얼굴의 평화, DMZ’ 특별전
“전쟁은 인간의 마음속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평화의 방벽을 세워야 할 곳도 인간의 마음속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유네스코 헌장에 새겨진 이 문장은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선 ‘사람의 마음 속에 평화를 심어야 한다’고 여기며 진정한 평화와 인류애를 강조했다.
1953년 7월27일 6·25전쟁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어느덧 70년이 흘렀다.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남쪽과 북쪽에 각각 2km씩 후퇴한 지점에는 비무장지대(DMZ)가 설정됐다. DMZ는 여전히 슬픔의 역사로 인식되지만,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아 역설적으로 ‘생태계의 낙원’으로 남아있다.
이 같은 DMZ를 조명해 전쟁과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경기도박물관은 정전 70주년을 맞아 오는 10월15일까지 ‘두 얼굴의 평화, DMZ’ 특별전을 선보인다. 전시에서는 지난 2020~2021년 문화재청·경기도·강원도가 합동으로 진행한 ‘한반도 비무장지대 실태조사’ 성과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DMZ에서 발굴, 수습한 전사자의 유품 600여점을 공개한다.
전시는 제1부 ‘끝나지 않은 전쟁’, 제2부 ‘두 얼굴의 DMZ’, 제3부 ‘내일을 위한 기억’, 제4부 ‘DMZ 실태조사 성과 순회사진전’으로 구성된다.
전시장 입구에는 정전 이후 최초로 DMZ를 기록한 박종우 작가의 사진들이 걸려 있다. 박 작가는 DMZ 내 멧돼지 등 다양한 동식물을 사진으로 담았는데 산불, 지뢰, 4km의 이동제한이 있는 동물들의 모습을 통해 전쟁의 아픔을 되새기게 만든다.
이번 전시에선 6·25전쟁에서 사용한 대표적인 무기인 M1 소총과 ‘따발총’으로 불리는 소련제 슈파긴 기관 단총, 중국인민지원군의 컵과 주전자, 유엔군이 기념으로 가져간 아리랑스카프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또 전쟁 때 뿌려진 각종 삐라들, 일반에 알려지지 않았던 정전협정의 복제본이 공개됐고 당시 시카고 데일리 트리뷴의 기사 등을 통해 6·25전쟁이 세계적으로 중요한 이슈였던 점도 알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선 철원의 화살머리고지와 백마고지 전투에서 전사한 6명의 유품을 볼 수 있는데, 고(故) 편귀만 하사의 만년필과 전사자신원확인통지서, 호국영웅패, 유해를 감쌌던 태극기가 든 상자 등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이 밖에 DMZ가 생기면서 사라진 401개의 마을을 조명하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 된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기록물, 전쟁·분단·이산의 아픔을 노래한 대중가요와 영화 등도 살펴볼 수 있다.
박본수 경기도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비무장지대 땅 밑에 지뢰와 폭탄이 숨어있고 전사자의 유해와 유품, 문화유적과 사라진 마을들이 여전히 남아있다”며 “이들을 무심히 덮고 회복해가는 자연생태계의 모습을 통해 DMZ의 내일, 한반도의 평화를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보람 기자 kbr13@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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