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가 신경쓰는 中의 또다른 '굴기'…특허 절반 휩쓴 '양자' 기술 [차이나는 중국]

김재현 전문위원 2023. 7. 30.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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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중국 양자컴퓨터 주충즈(祖沖之) 2호/사진=중국과학원 양자정보 및 양자과학기술혁신연구원 홈페이지
지난 2019년 구글이 개발한 양자컴퓨터 시커모어(Sycamore)가 슈퍼컴퓨터로 1만년이 걸리는 문제를 불과 200초 만에 풀면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양자컴퓨터가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주요국이 미래 핵심기술의 확보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분야로 부상했다.
초고속 연산이 가능한 양자컴퓨터
양자컴퓨터란 뭘까.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는 정보의 단위로 비트(bit)를 사용하며 데이터가 0 혹은 1의 값만 갖는 이진법을 따른다. 반면 양자컴퓨터는 비트가 아닌 양자 정보의 기본 단위인 큐비트(Qubit)를 정보의 단위로 사용한다. 큐비트는 비트와 달리 0과 1이 공존할 수 있어서 기존 컴퓨터보다 효율적으로 연산을 수행할 수 있다.
비트와 큐비트의 차이/자료=Dhyeyaias, 코트라

즉, 이진법을 사용하는 비트는 2개의 정보(0, 1)를 처리할 수 있는 반면 큐비트는 0과 1이 공존할 수 있기 때문에 4개의 정보(00, 01, 10, 11)를 처리할 수 있다. 더 많은 큐비트가 얽힐수록 처리가능한 정보량은 2의 제곱수로 늘어나기 때문에 양자컴퓨터는 빠르게 연산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순차적으로 계산하는 기존 컴퓨터와 달리 양자컴퓨터는 여러 계산을 동시에 진행하는 병렬계산이 가능해 연산속도가 빠르다. 그래서 슈퍼컴퓨터가 1만년 걸려 풀 문제를 53큐비트급 양자컴퓨터 시커모어가 200초 만에 연산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양자컴퓨터의 초고속 연산 속도를 이용하면 금융·교통·전력 분배나 신약개발·암호해독 등 모든 영역에서 혁신적인 해법을 찾아낼 수 있다.

중국 정부의 양자기술 투자는 세계 최대 규모
중국은 양자기술이 미중 기술패권 경쟁에 미칠 막대한 영향을 짐작하고 관련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중이다. 지난 2020년 10월 16일에는 시진핑 주석을 포함한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이 '양자과학기술 연구와 응용 전망'을 주제로 한 집단학습 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이날 시 주석은 양자과학기술 발전의 의미와 양자과학기술 발전 전략 강화를 강조했다.

이미 중국은 정부 주도하에 양자정보기술 관련 기초과학과 시스템 개발 역량을 빠르게 향상시키며 미국, 유럽에 맞설 주요 경쟁국으로 자리잡는 데 성공했다. 이를 가능케 한 건 중국 정부의 막대한 투자다.

중국 정부의 양자정보기술에 대한 투자규모는 세계 최대규모다. 중국은 2018년부터 5년간 1000억위안(약 18조원)을 투자해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세계 최대 양자기술 연구소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유럽과 비교해도 중국의 투자규모는 압도적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2022년까지 중국이 양자정보기술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금액은 153억달러(약 19조6000억원)으로 유럽연합(84억달러), 미국(37억달러)을 크게 초과했다.

중국이 양자정보기술 개발을 시작한 건 2006년 '국가 중장기과학기술 발전계획요강(2006~2020)에 양자기술을 포함시키면서부터다. 중국은 2016년 '제13차 5개년 국가과학기술 혁신계획(2016~2020)에서 양자통신을 중대과학기술 프로젝트에 포함시키며 양자통신기술 개발을 본격화했다.

이때 중국 정부는 중국 안후이성(省) 허페이에 70억위안(약 1조2600억원)을 투자해서 판젠웨이(潘建偉) 중국과학기술대 교수가 이끄는 '중국과학원 양자정보 및 양자과학기술혁신연구원'을 설립했다. 뒤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판 교수는 중국 양자기술의 대부로 불리는 인물로 중국 양자정보기술은 대부분 그의 손을 거쳤다.

중국은 2021년 발표된 '제14차 5개년 계획(2021~2025)'에서 양자통신뿐 아니라 양자컴퓨터·양자정밀측정 등을 모두 언급하며 양자정보기술 전반에 대한 기술 확보의지를 드러냈다. 양자정보기술은 △양자컴퓨터 △양자암호통신 △양자센싱 등 3가지 분야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양자정보기술과 전기차에서 나타나는 중국의 산업 정책도 살펴 볼만 한다. 중국은 지금까지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에 충실했지만, 최근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전기차가 중국이 퍼스트 무버 전략을 제대로 펼친 사례다. 중국은 1980년대 초반에야 자동차 산업에 진입하면서 독일·미국 등 자동차 선진국의 뒤꽁무니만 쫓아야 했지만, 전동화 추세는 누구보다 앞장서면서 전기차 선두그룹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전기차라는 신생산업에서 중국이 미국, 유럽에 뒤지지 않는 게임을 펼치는 것처럼 미래 기술인 양자정보기술에서도 중국이 미국, 유럽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양자기술에서 중국의 특허 출원 점유율은 52.3%
막대한 투자의 영향으로 중국은 양자정보기술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국가별 양자정보기술 특허 출원 점유율을 살펴보면 전체 양자정보기술에서 중국의 특허 출원 점유율은 52.3%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2위~5위는 일본(13.8%), 유럽연합(13.8%), 미국(10%), 한국(3.6%) 순이다. 세부 분야인 양자컴퓨팅(52.8%), 양자통신(43.2%), 양자센싱(56.6%)에서도 중국의 특허출원 점유율은 모두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양자암호통신에서 중국의 기술이 돋보인다. 앞서 언급한 판젠웨이 중국과학기술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2016년 8월 양자통신위성 '묵자'를 발사해, 세계 최초로 1200㎞거리의 위성과 지상기지 간 양자통신에 성공했으며 2030년까지 글로벌 양자암호 통신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양자컴퓨터도 빠질 수 없다. 판 교수팀은 2020년 양자컴퓨터 '지우장(九章)'을 개발한 데 이어 2021년 10월에는 66큐비트 초전도 양자 컴퓨터 '주충즈(祖沖之) 2호'를 개발했다. 판 교수팀에 따르면 '주충즈 2호'의 연산속도는 가장 빠른 슈퍼 컴퓨터의 1000만배에 달한다.

중국 정부뿐 아니라 바이두, 화웨이, 알리바바 같은 IT기업들도 양자 컴퓨터 개발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6월 화웨이는 양자컴퓨터 관련 특허 출원을 밝히며 양자정보기술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같은 해 8월 바이두도 10큐비트 양자컴퓨터 치앤시를 발표했다.

미국이 미래 핵심기술인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에 대한 대중 투자를 제한하는 방안을 만지작거리는 것도 미국이 해당 분야의 기술 우위를 장담할 수 없을 만큼 중국의 기술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양자정보기술이 미중 기술 패권 경쟁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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