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급여 확대에 2조 예산 추가 소요…'증세없는 복지' 비판도

최현만 기자 2023. 7. 3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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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중위소득 '역대급' 상향…생계급여 기준 계속 오를듯
일각선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비판 목소리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2024년 중위소득 및 급여별 선정 기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2023.7.2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세종=뉴스1) 최현만 기자 = 정부가 각종 복지사업의 기준이 되는 '기준 중위소득'과 생계급여 선정 기준을 상향하면서 약 2조원의 예산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고 밝혔으나 재원 조달 계획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세수가 좋지 않은 데다 감세가 포함된 '세법 개정안'까지 발표됐는데 증세 없이 '지출 구조조정'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28일 '제70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를 개최하고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을 올해보다 6.09% 인상한 572만9913원(4인 가구 기준)으로 결정했다.

이번 기준 중위소득 인상률은 맞춤형 급여체계로 전환된 2015년 이후 역대 최대다.

올해 인상률인 5.47%도 역대 최대폭이었는데 1년 만에 기록을 다시 썼다.

내년 생계급여 선정 기준은 기준 중위소득의 30%에서 32%로 상향 조정됐다.

이에 따라 내년 생계급여 최대 급여액은 4인 가구 기준으로 183만3572원으로 올해(162만289원) 대비 13.16%가 인상됐다. 이 역시 역대 최대 인상폭이다.

정부가 28일 발표한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보건복지부 제공)/뉴스1

◇전문가들 정부 결정에 "환영"…생계급여 기준 계속 오를 듯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에 기준 중위소득과 생계급여액이 상향 조정된 데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빈곤층에 대한 지원을 두텁게 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조치라고 이해한다"고 평가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취약계층에 대한 소득 지원을 늘려가겠다는 것"이라며 "잘된 일"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는 생계급여 선정 기준을 기준 중위소득의 35%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생계급여 기준이 앞으로도 수년간 오를 전망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생계급여 수급자가 현재 159만명에서 내년 169만명으로 약 10만명 증가해 사각지대가 대폭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약자복지 강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기재부 "지출 조정해 재원 조달"…일각선 "증세 필요" 지적도

다만 약자 복지를 위한 지출을 늘리는 건 바람직하지만 재원 조달 방법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이번 결정으로 생계급여 지급에 투입되는 예산이 약 2조원이 늘어난다고 전망하고 있다.

중앙정부 예산이 1조6000억원, 지방 예산이 약 3800억원이 추가 소요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기준 중위소득을 활용하는 정부의 수십개 복지사업 예산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불필요한 사업을 구조조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우 교수는 "이번에 늘어나는 지출은 의무 지출이고 잠깐 들어가는 돈이 아니다"라며 "재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고 지속 가능하려면 증세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책임감 있는 정부라면 재원 조달 계획도 같이 나와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미흡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재 세수도 좋지 않다. 올해 5월 말까지 걷힌 국세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조4000억원이 줄었다.

올해 하반기나 내년 경기 부진이 계속되거나 경기 반등 폭이 작다면 세수 여건은 계속 안 좋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최근 정부는 증세보다는 감세 효과를 내는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해당 개정안으로 4719억원의 세수 감소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가 건전재정 기조를 견지하지만 복지를 줄이겠다는 기조는 아니다"라며 "2조원이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충분히 조달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손봐야" 목소리도…8월에 기준 완화 방침

아울러 재원조달 방법을 향한 비판뿐만 아니라 일부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등에 대한 비판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존재했다.

정부는 지난 28일 열린 제70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의료급여 선정 기준은 기존과 동일하게 기준 중위소득의 40%로 유지했다.

다만 이번 회의에서는 의료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내지 폐지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현재는 의료급여를 받으려면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 능력이 없거나 또는 부양을 받을 수 없다는 게 증명돼야 한다.

주거·교육·생계급여는 이미 부양의무자 기준이 사실상 폐지됐다.

구 교수는 "의료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은 전근대적이라서 폐지돼야 한다고 본다"면서 "정부가 건강보험 체계를 정비하면서 의료급여도 같이 손보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아예 폐지하면 막대한 재정이 소요될 수 있는 데다 현재도 건강보험 제도라는 사회적 안전망이 있어서 의료비를 개인이 모두 내야 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지는 않더라도 완화할 필요는 있다고 보고 8월에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을 발표할 때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도 중앙생활보장위원회 회의가 비공개로 이뤄지는 데 대한 비판도 일부 있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논의가 다 공개되면 전문가들이 발언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심도 깊은 논의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chm646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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