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값’ 벤츠, 한국서 인기폭발…‘넘사벽’ 女선호 중고차 살펴보니 [세상만車]
국산차 모닝, 수입차 벤츠E
우먼파워 덕에 넘사벽 1위
수입차 ‘대장주’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사려면 국산차 중 가장 저렴한 기아 모닝을 5~7대 살 수 있는 7000만원 이상이 필요합니다. 절대적 기준으로는 비교 대상이 아닙니다.
단, 신차 시장에서만 말이 안 됩니다. 중고차 시장에서는 말이 됩니다. 모닝 값에 벤츠를 살 수도, 벤츠 값에 모닝을 살 수도 있습니다.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차종이 신차 시장보다 다양하고 수입차가 국산차보다, 크고 비싼 차가 작고 싼 차보다 가격감가가 더 크고 빠르게 진행되는 중고차 시장 특성 때문입니다.
‘넘사벽’(넘기 어려운 사차원의 벽)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사용하는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의뢰해 올해 상반기(1~6월) 성별·연령대별 중고차 거래대수를 집계한 결과입니다.
경차 대표주자는 기아 모닝입니다. 신차 시장에서는 소형 SUV와 준중형 세단에 밀려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있지만 중고차 시장에서는 달랐습니다. 신차 판매 1위로 국민차 위상을 지닌 현대차 그랜저를 압도했습니다.
모닝(2011~2015년식)은 올 상반기 중고차 시장에서 2만3876대 거래됐습니다.
2위는 그랜저 HG(2011~2015년식)로 2만2704대, 3위는 그랜저 IG(2016~2019년식)로 2만502대로 나왔습니다.
지금은 단종된 쉐보레 스파크(2011~2017년식)는 2만426대, 기아 레이(2011~2017년식)는 1만4456대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20대 여성은 현대차 아반떼(2969대), 모닝(2500대), 스파크(1588대) 순으로 많이 구입했습니다.
30대 이상 여성들은 모닝을 가장 선호했습니다. 30대의 경우 모닝(4873대), 아반떼(4284대), 스파크(3475대) 순이었습니다.
40대도 모닝(5575대)이 1위입니다. 그랜저(3939대)가 2위, 스파크(3323대)가 3위를 기록했습니다.
50대도 역시 모닝(6145대)을 가장 많이 샀습니다. 그랜저(4919대)와 아반떼(4840대)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60대의 모닝 사랑도 각별했습니다. 모닝(3166대), 그랜저(2539대), 아반떼(2348대) 순으로 나왔죠.
벤츠 E클래스 10세대(2016~2023년)가 1만2741대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2위인 BMW 5시리즈 7세대(2017~2023년)는 7152대로 나왔습니다.
BMW 5시리즈 6세대(2010~2017년)는 6136대, 벤츠 S클래스 9세대(2013~2021년)는 4875대로 각각 3위, 4위를 기록했습니다.
5위는 벤츠 E클래스 9세대(2009~2016년)로 4518대 거래됐습니다.
벤츠 E클래스가 수입 중고차 시장 최강자로 자리잡은 이유도 모닝처럼 ‘여심’(女心) 장악에 있습니다. 20대~60대 모든 연령대에서 벤츠 E클래스가 BMW 5시리즈를 모두 잡고 1위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20대 여성의 경우 벤츠 E클래스(248대), BMW그룹 프리미엄 소형차인 MINI 해치백(228대), 벤츠 C클래스(158대) 순으로 선호했습니다.
30대 여성도 벤츠 E클래스(883대)를 가장 많이 구입했습니다. BMW 5시리즈(678대), MINI 해치백(636대)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벤츠 E클래스를 가장 많이 구입한 여성 연령대는 40대입니다. 1위 벤츠 E클래스(1526대)가 2위 BMW 5시리즈(1086대)를 압도했습니다. 3위는 MINI 해치백(577대)으로 집계됐습니다.
50~60대 여성들도 역시 남다른 벤츠사랑을 보여줬습니다. 벤츠 E클래스뿐 아니라 ‘삼각별’이 들어간 다른 차종도 많이 샀죠.
50대의 경우 벤츠 E클래스(1380대), BMW 5시리즈(751대)가 각각 1위, 2위를 기록했습니다. 판매대수는 거의 두배 가량 차이납니다. 3위는 벤츠 C클래스(421대) 였습니다.
60대도 벤츠 E클래스(732대)를 BMW 5시리즈(344대)보다 선호했습니다. 벤츠 S클래스(247대)와 벤츠 C클래스(202대)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우선 국산차를 중고차 시장에서 살 때는 생애첫차나 세컨드카로 가성비(가격대비성능)가 높은 경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신차 시장에서는 돈을 좀 더 보태면 소형 SUV나 준중형 세단을 살 수 있는 2000만원대에 진입했지만 중고차 시장에서는 200만~300만원에도 ‘꽤 괜찮은’ 경차를 살 수 있습니다.
중고차 시세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시세는 차종 인기도, 수급 상황, 경쟁차종, 단종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지지만 국산차는 신차로 나온 지 5~6년쯤 되면 ‘반값’이 됩니다. 출고된 지 10년쯤 되면 신차 값의 20~30% 수준에서 판매됩니다.
중고차단체인 서울자동차매매사업조합이 발표한 차종별 중고차 시세를 살펴보겠습니다.
모닝(신차값 1000만~1300만원대)의 경우 2011년식 시세는 200만~300만원입니다. 신차 가격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입니다. 모닝 2015년식 시세는 400만~500만원 안팎입니다. 반값 이하죠.
요즘 차량은 성능과 품질이 향상되면서 예전과 달리 출고된 지 10년이 지났어도 소모품만 잘 교환해주고 관리하면 별다른 문제없이 탈 수 있는 것도 인기 비결입니다.
게다가 경차는 ‘얌전’하게 타는 차종이어서 고장으로 속 썩을 일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신차값 절반 수준이 되는 시기는 국산차가 5~6년이지만 수입차는 4~5년입니다. 3년 만에 반값이 되는 수입차도 있습니다. 벤츠 E클래스는 여성들에게 매우 인기가 높아 감가가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지만 신차보다 훨씬 저렴하게 살 수 있습니다.
엔카닷컴과 서울자동차매매조합 시세를 살펴보면 벤츠 E클래스 2017년식은 2700만~3800만원, 2016년식은 2500만~3200만원 수준입니다.
나온 지 10년쯤 된 2013년식은 900만~2500만원, 2010년식은 600만~1500만원, 2009년식은 500만~800만원 수준입니다.
나온 지 6년 된 모델은 반값 이하, 10년 지난 모델은 모닝 값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중고 벤츠 E클래스 인기에는 샤넬과 루이비통 등 명품 소비를 확산시키는 밴드왜건(bandwagon)·파노플리(panoplie) 효과도 한몫했습니다.
밴드왜건 효과는 일부 부유층에서 시작한 과시 소비를 주위 사람들이 따라 하면서 사회 전체로 확산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편승 효과’로 부르기도 합니다.
파노플리 효과는 특정 계층이 소비하는 상품을 구입해 해당 계층에 자신도 속한다고 여기는 현상을 뜻합니다.
신차로 사기에는 너무 비싸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중고차 시장에서는 그랜저·모닝 값에 “나도 벤츠 오너”라는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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