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교육청, SNS에 집단소송…'통신품위법 230조'가 뭐길래?[워싱턴 현장]
서울 서이초 교사의 죽음을 계기로 한국에서 '교권 침해 문제'가 뜨거운 화두가 된 가운데, 미국에서는 교육청들이 SNS 운영사들을 상대로 집단 소송에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현재 약 200개에 달하는 미국 각지의 교육청들은 틱톡, 페이스북, 스냅챗, 유튜브 등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벌이고 있다.
SNS로 발생하는 교내 질서 붕괴, 학생들의 정신 건강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학교의 재원이 너무 많이 투입되고 있다는게 주요 이유이다.
즉, 교사들이 SNS로 인해 발생하는 폭력 사건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고, SNS 중독 학생들을 상담하는 등 관련 업무도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팬데믹 기간 동안 SNS에 과도하게 의존했던 학생들이 대면 학습에 나오면서부터 부작용은 현실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SNS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난 4월 미국 휴스턴의 라마 고등학교에서는 학생이 휴대폰을 압수한 교사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사건도 있었다.
12초 분량의 이 영상은 당시 SNS에 공유돼 수백만명이 이를 봤다. SNS가 '모방 범죄'를 되려 부추긴다는 비판이 가능한 대목이다.
위험관리 서비스 업체 '갤러거 바셋'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미국 내 학교 2천 곳에서 폭행 관련 산재 보상청구 건수는 1350건으로 최근 5년 내 가장 많았다.
이번 집단 소송에는 향후 미국 각지의 교육청이 추가로 대거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로선 전망이 썩 밝지만은 않다.
SNS 운영사들은 '통신품위법(CDA·Communicatoin Decency Act) 230조'의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품위법은 인터넷이 등장한 초창기인 1996년에 만들어진 법으로 플랫폼이 외설, 폭력 등 불법적인 정보를 송신할 경우 2년 이하 징역과 25만 달러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는 과잉 규제이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논란이 일었고, 결국 면책조항인 230조가 추가됐다.
해당 면책조항은 SNS에 유해한 게시물이 올라와도 선한 의도를 갖고 콘텐츠 중재 작업을 하는 SNS 운영사들은 콘텐츠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SNS 운영사들은 콘텐츠를 전시하고 배달하는 '컨베이어 벨트'에 불과하다는 논리이다.
앞서 미 연방대법원도 SNS 운영사들의 면책특권을 인정했기 때문에, 이번 집단소 송에서 교육청이 이기기 위해서는 기존 판례를 뒤집어야한다는 부담이 있다.
'통신품위법 230조'가 주목받는 계기가 된 소송은 두 건으로, 2015년 발생한 파리 테러와 2017년 튀르키에 이스탄불에서 벌어진 IS의 총기 난사 사건이 계기가 됐다.
이들 사건의 유족들은 유튜브와 트위터가 극단주의 콘텐츠를 방치하고 퍼뜨리고 있다고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이에 연방대법원은 "IS와 같은 악의적 행위자들이 피고와 같은 SNS 플랫폼을 불법적이고 때로는 끔찍한 목적을 위해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는 일반적으로 휴대폰, 이메일 또는 인터넷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며 SNS 운영사의 손을 들어줬다.
분당 500시간 분량의 동영상이 유튜브에 업로드되고, 51만 개의 댓글이 페이스북에 게시되며 34만 7천개의 트윗이 트위터에 전송되는데, 이를 모두 관리·감독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계산이 깔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교육청들은 유해 콘텐츠가 아닌 SNS 자체가 문제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틱톡이나 페이스북 등 플랫폼 자체가 유해한 콘텐츠를 청소년에게 주입하는 중독성 있는 제품이라 마냥 '통신품위법 230조'의 뒤에 숨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무분별한 알고리즘의 확산과 이용자들의 중독 현상을 방치한 책임을 묻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같은 움직임에 SNS 운영사들은 예전처럼 팔짱만 끼고 있을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이들은 온라인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적극 지지하되, 유해 콘텐츠에 대해서는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구글, 메타 등은 청소년 보호를 위해 지원책을 모색하겠다고 밝혔고, 틱톡도 사용 제한 정책을 만들어 청소년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통신품위법 230조'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왔고, 공화·민주 양당은 각기 다른 이유지만 이법의 개정 필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미 교육청의 집단소송에 SNS 운영사들이 시선 분산용 대응책을 내놓고 대충 넘어가려고 한다면, 그들이 전가의 보도같이 여기는 면책조항 자체가 공중분해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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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CBS노컷뉴스 최철 특파원 steelcho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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