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세계기록 세우고 플로깅하는 청년들 ‘위아원’…“우리는 혼자가 아니에요”
“생애 최초 헌혈자, 생명 살릴 수 있다는 경험 후 지속적 헌혈”
“누군가가 힘들고 어려울 때 힘이 될 수 있는 존재 되겠다”
대한적십자사는 매일 어느 정도의 혈액을 보유하고 있는지 홈페이지에 공시하고 있다. 28일 기준 혈액보유량은 8일이다. 한국에서 8일간 사용할 수 있는 혈액을 현재 갖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난해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며 헌혈이 어려워지자 혈액보유량이 3일분 수준으로 떨어져 떨어져 비상이 걸렸다.
그때 ‘위아원’이라는 청년 자원봉사단체가 회원 7만여명을 동원하며 부족한 혈액을 메웠다. 지난해 10월 2일 대한적십자사의 공식 헌혈 앱 ‘레드커넥트’로 24시간 만에 7만1121명이 헌혈을 신청해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됐다. 실제 헌혈에는 이보다 2000여명 많은 7만3807명이 참여했다. 인도가 갖고 있던 종전 세계기록 1만217명(8시간)의 7배다.
위아원은 지난해 7월 30일 출범해 이제 1년을 맞는 신생 봉사단체다. 그러나 회원 수는 국내 7만명, 해외 2만명에 달한다. 덕분에 7만3807여명이 헌혈 봉사 캠페인에 참여하는 성과를 냈다. 필리핀에서도 현지 회원이 헌혈 봉사에 참여했다.
지난 25일 경기 안양시 인덕원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홍준수(35) 위아원 대표는 출범 초기 대규모 헌혈 봉사를 한 데 대해 “코로나19를 겪으며 생명과 사회 안전망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다”며 “수혈을 받지 못해 수술을 하지 못하거나, 혈액을 구하는 보호자의 글을 보며 우리 청년들이 나서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혈액은 인공적으로 생성되지 않고 사람이 사람에게만 전해줄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면서도 그 가치는 크다”며 “헌혈 제안을 하니 회원 모두가 좋아했다”고 말했다.
위아원 관계자는 “저희가 헌혈 봉사를 하면서 혈액보유랑을 평년치로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고 했다. 국내 한 해 평균 헌혈자는 240만명으로, 헌혈 봉사에 참여한 7만3000명은 3%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대한적십자사는 헌혈에 참여한 사람에게 문화상품권 등 소정의 기부권을 제공한다. 위아원은 이렇게 받은 약 4억원 상당의 기부권을 다시 대한적십자사에 기부했다.
7만명이 넘는 회원들이 참여했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헌혈을 해보는 봉사자들도 있었다고 한다. 홍 대표는 “이번 캠페인으로 처음 헌혈에 도전한 회원들도 많았다”며 “잠깐의 따끔한 헌혈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경험을 하고 지속적으로 헌혈하는 회원들이 크게 늘었다”고 했다.
위아원은 작년 만큼 대규모는 아니지만, 대학생 여름방학 기간을 맞아 올해에도 헌혈 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기 과천시의 한 장소에 회원들이 모여 헌혈과 관련한 퀴즈를 풀며 관심을 끌어올리고, 헌혈 버스에 올라 단체 헌혈을 한다. 이렇게 하루에 최대 350명 정도 헌혈 봉사를 하고 있다.
‘러닝 봉사’도 진행했다. 지난 4월 9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서 진행된 ‘소외계층 돕기 제10회 행복한 가게 마라톤 대회’에 참여했다. 이 마라톤 대회는 참가자 30명 이상의 단체와 소외계층 1명을 매칭해 참가비 전액을 장학금으로 전달하는 캠페인이다. 위아원 내 달리기 모임인 ‘위아런’ 회원 1140명이 참가했고, 이렇게 모인 1140만원이 기부됐다.
러닝 봉사는 자연스럽게 쓰레기를 주우며 조깅하는 ‘플로깅(Plogging)’으로 이어졌다. 수해 지역 복구를 돕는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홍 대표는 “누군가가 정말 힘들고 어려울 때 힘이 될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며 “위아원은 국내 최대 청년 자원봉사단으로서, 더 다양하고 적극적인 봉사활동에 힘쓰겠다”고 했다.
다음은 홍 대표와 일문일답.
─7만여명이 헌혈할 때 대표님은 개인적으로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
“저도 작년 9월과 11월에 한번씩 총 2회 헌혈의 집에서 헌혈에 참여했다. 흘러 지나가버릴 수 있는 5분 남짓한 짧은 시간에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라는 뿌듯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헌혈 봉사 참여자가 7만여명이나 되다 보니 이색 사례도 많을 것 같다.
“회원 중에 지금까지 120번 헌혈을 한 30대 초반 청년도 있었다. 처음에는 헌혈을 하면 기념품을 받을 수 있어 시작했지만, 고등학생 때 혈우병을 앓고 있는 친구가 있어 같은 반 급우들이 단체 헌혈을 하며 ‘개인적인 작은 선행이 어느 누군가에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느꼈다고 한다. 이렇게 헌혈이 습관이 되어 120번이나 했다고 한다.”
─짧은 기간에 7만명이 헌혈하려면 어려운 일도 많았을 것 같다.
“국내 회원 7만명을 상징한 ‘7만명 헌혈’을 하면서, 전세계 사람들에게도 헌혈의 중요성을 널리 알려 모두 동참할 수 있도록 세계 기록에도 도전했다. 기네스 도전으로 기존 헌혈 예약자분들이 불편함을 겪는 일이 없도록 대한적십자사의 도움을 받아 헌혈 앱 ‘레드 커넥트’에서 신청을 완료했다. 지난해 8월 27일부터 3달 동안 7만3807명이 헌혈을 완료했다.”
─올해도 헌혈 캠페인을 진행하나.
“혈액 수급이 악화되는 7~8월 휴가철을 맞아 ‘위아레드’ 헌혈캠페인을 이달 새롭게 시작했다. 위아원은 캠페인을 시작한 21일을 ‘대학생 헌혈의 날’로 자체 지정하고 방학을 맞은 대학생 회원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수도권 지하철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 인근 공터에서 대한적십자사와 협력하여 5대의 헌혈 버스를 운영했다. 지방에서도 회원들이 참여해 첫날에만 2297명이 헌혈했다.”
─헌혈과 러닝 이외에 기획하고 있는 다른 봉사활동은.
“다양성을 존중하고 경계를 허물어 차별 없이 모두가 공감하고 향유할 수 있는 문화의 장을 만드는 것이 앞으로 위아원이 나아가야 할 봉사의 형태라고 생각한다. 최근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어 환경개선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수해 복구 봉사, 플로깅도 진행하고 있다.”
─봉사를 해야 하는 이유는.
“봉사는 남을 위한 희생으로 볼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나의 삶 속 중요한 가치를 깨닫게 하는 첫걸음이다. 각자가 하는 고민을 공유하면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것을 알게 되고, 삶의 희망을 얻게 된다. 위아원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나 혼자만이 아닌 ‘우리’. 우리가 함께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이뤄나가다 보면 결국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세상으로 변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위아원(We are one)’이라는 이름과 같이 전세계 모든 청년들이 올바르고 건강한 가치관으로 하나되어 우리의 지구촌의 미래를 멋지고 아름답게 이끌고 싶다. 나아가 국내 최대 청년자원봉사단으로서 보다 더 다양하고 적극적인 봉사활동에 힘쓰고 헌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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