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人]⑦ 김갑래 자본시장硏 선임연구위원 “리플 판결로 코인 악재 해소… 비트코인 ETF 주목해야”
발행처 등이 수익 약속하면 증권 가능성↑
이번 판결로 시장 한동안 안정
비트코인 ETF 도입되면 성장 견인할 것
“리플(XRP)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법적 분쟁에 대한 뉴욕지방법원 약식 판결은 증권성 판단에 있어 아주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어떻게 가상자산을 판매했느냐에 따라 증권성이 갈릴 수 있기 때문에 가상자산업계의 변화도 예측된다. SEC가 그동안 무분별하게 가상자산을 두고 증권이라고 지적하면서 가상자산시장 참가자들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 판결로 불안감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다. 또한 여러 금융사가 논의 중인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가 본격적으로 대중화가 되면 가상자산시장 역시 활기를 찾을 것으로 판단된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리플과 SEC의 소송 결과에 대해 “그동안 불투명했던 가상자산 증권성에 대한 판단이 어느 정도 명확해질 수 있게 됐다”며 “연방 법원이 SEC의 증권성 지적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점도 큰 의의가 있다”고 했다.
현재 미국은 하위(Howey) 테스트를 통해 증권성을 판단하고 있다. 만일 ▲금전의 투자(invest of money)가 ▲공동 사업(in a common enterprise)에 대해 이뤄지고 ▲투자 이익을 기대할 수 있으며(with an expectation of profits) ▲그 이익은 타인의 노력으로 발생한 것(from the efforts of others)으로 보인다면 미국은 이를 증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동안 SEC는 리플, 폴리곤, 솔라나와 같은 대형 가상화폐가 이 기준을 충족한다며 증권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SEC가 가상자산에 대해 증권성 잣대를 들이댈 때마다 가격이 폭락하는 등 시장은 크게 요동치는 모습을 보여왔다.
김 연구위원은 뉴욕 법원이 리플 자체에 대해선 증권이 아니라고 판단한 점은 큰 의의가 있다고 봤다. 법원은 거래소에서 판매된 리플의 경우, 리플 보유자가 구매 비용이 어디로 가는지 명확히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이는 증권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그는 “이번 판단에 따라 리플과 같이 적극적으로 가상자산 가치상승의 약속을 일반투자자에게 하지 않은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의 통칭)들 역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리플의 발행처인 리플랩스가 기관 투자자에 직접 판매한 코인에 대해선 증권이라고 봤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리플랩스의 임원진은 기관 투자자 등을 모집할 때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법원은 이러한 사실 등을 투자계약조건에 해당된다며 증권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따라서 백서 등을 통해 코인 발행 업체가 자신들의 사업 성공 여부에 따라 코인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적을 경우, 이는 투자계약증권으로 볼 가능성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 연구위원은 미국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등이 도입 논의 중인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관련 현황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지목했다. 만일 비트코인 ETF가 대중화가 될 경우, 이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코인 시장 또한 다시 호황을 맞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과거 금 또한 ETF 상품으로 출시되며 금 시장도 크게 성장했다”며 “가상자산 시장 역시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1971년생으로 경희대 법학 학사, 행정학 석사 과정을 밟은 후 인디애나대 마우러 로스쿨 법학 박사를 졸업했다. 그는 뉴욕주 변호사, 세무사 자격증을 갖춘 국내 미국 전문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현재 김 연구위원은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금융규제혁신회의 자본시장분과 위원,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자문위원 등을 역임하고 있다.
조선비즈는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연구원 사무실에서 김 연구위원을 만났다. 다음은 그와 일문일답.
―길고 길었던 리플과 SEC 소송에 대한 결과가 나왔는데, 그 의미가 궁금하다.
“아주 큰 의의가 있다. 먼저 증권성 판단에 대한 기준을 중요하게 봐야 한다. 다만 특이한 점은 법원은 판매 행위에 따라 증권성 여부도 갈린다고 봤다. 그렇기 때문에 가상화폐와 같은 디지털 자산은 그 자체로 증권이다 아니다로 볼 것이 아니라 어떻게 팔았는지, 사안별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법원은 거래소에서 일반투자자에게 판매된 리플은 증권이 아니라고 봤지만 발행인인 리플랩스가 기관투자자에 투자계약약속을 하며 판매한 것은 증권이라고 봤다. 두 행위를 가르는 가장 큰 요소는 리플사가 자신의 노력으로 인한 수익을 약속했는지 여부이다. 법원은 리플랩스가 기관 투자자에 투자계약 성격이 강한 판촉행위를 했다고 봤다. 또한 법원은 기관 투자자는 리플랩스의 사업이 확장될수록 코인 가격 또한 오른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번 판결이 또 다른 증권성 논란을 부를 수도 있는가.
“그럴 가능성도 존재한다. 특히 재단이 백서나 마케팅을 통해 코인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내용이 담길 경우, 증권으로 규정될 수 있다.”
―가상자산업계 반응은 어떠한가.
“일단은 반기는 분위기다. 왜냐하면 리플 판결을 맡은 판사가 리플 자체로는 증권이 아니라고 명확히 짚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SEC는 하위 테스트를 가상자산에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한 감이 없지 않았는데, 미국 법원이 이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점은 아주 큰 의의가 있다.”
―이전 SEC는 이더리움도 증권 성격을 지닌다고 지적했다.
“사실 그 위험은 많이 해소된 상태다. 게리 갠슬러 SEC 위원장이 많은 비판을 받는 이유도 너무 무분별하게 코인을 증권이라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미국 상품거래위원회(CFTC)가 이더리움은 상품이라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는 점, 미국 과세 당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의견을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러한 입장이 뒤바뀔 확률은 낮다.”
―이번 판결에 SEC가 불복하고 항소할 가능성도 있지 않은가.
“항소하더라도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먼저 리플 판결문을 보면 담당 판사가 일반투자자에 대한 가상자산거래소 판매에 대해 ‘공동 사업성’ 요건과 ‘공정고지방어(fair notice defence)’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판결을 뒤집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만일 방대한 증거를 가져온다 하더라도 대법원이 기관투자자에 대한 판매도 투자계약관계가 부족하다고 증권성이 없다고 볼 여지도 있다. 다만 이는 법률적인 판단에 따른 추측일 뿐이고, 갠슬러 의장이 그동안 보여준 모습을 보면 정책적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항소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판결에 근거하면 테라·루나를 증권으로 볼 수 있는가.
“사실 SEC가 늘 증권성 관련 소송에서 이겼다는 것은 리플 판결에 큰 영향이 없었다. SEC가 지난 6차례 증권성 소송에 대해 승리를 한 것을 비유하자면 ‘경량급’ 선수와 싸움에서 이긴 것이다. 다만 리플랩스는 방어 논리도 탄탄했고, 이를 뒷받침할 많은 증거도 가져온 ‘헤비급’ 선수로 볼 수 있다. 테라 관련 소송도 결국 증거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큰데,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자금줄이 말라 변호사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게 되면 패색이 짙어질 수 있다.”
―이 외에도 주목해야 할 이벤트가 있으면 무엇인가.
“현재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비트코인 현물 ETF일 것이다. 사실 이는 리플 소송만큼이나 중요하다. 지난 2004년, 미국에서 금을 기초 자산으로 삼는 ETF가 등장한 이후 관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가상자산 역시 그럴 수 있다. 특히 ETF 수요에 대응해 기관 자금이 들어오는 만큼, 그동안 가상자산의 문제로 지적된 가격 변동성이 안정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투자자 보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등 시장엔 큰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내 가상자산 기본법에 추가로 논의돼야 할 사안이 있다면.
“발행인의 자격과 의무, 공시규제, 사업자 진입 및 행위규제, 자율규제기구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1단계 논의에서는 고객의 자산보호, 불공정거래 규제에 대한 내용이 주로 담겼지만, 건전한 시장 육성을 위해선 선진화된 규제체계가 필요하다.”
―가상자산시장 진흥을 위해선 어떤 조치가 필요한가.
“정책결정자의 디지털자산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야 한다. 또한 주무부서에 대해 충분한 인력 충원과 예산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인력과 재원이 부족할 경우, 마땅히 이뤄져야 할 감시와 견제도 잘 안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대통령실이나 총리실의 큰 관심과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경희대 법학 학사 ▲경희대 행정학 석사 ▲인디애나대 마우러 로스쿨 법학박사 졸업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2008~2022)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 조교수(2011)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2022~) ▲금융위원회 금융규제혁신회의 자본시장분과 위원(2022~)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자문위원(2022~) ▲금융위원회 법령해석심의위원회 의원(2022~)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의원(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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