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축제] 진흙범벅 되고 물세례 받고…보령아, 나 지금 되게 신나~

황지원 2023. 7. 3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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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보령머드축제
외국인 관광객 즐겨 찾는 국가대표 ‘놀이마당’
처음 만난 이들과 온몸 부대끼며 즐거움 만끽
올해는 태국 물축제 ‘송크란’도 맛볼 수 있어
태양 아래서 실컷 논 후엔 머드팩으로 꿀피부

지루했던 장마가 물러간 뒤 바야흐로 여름 축제의 계절이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그보다 더 뜨거운 열정과 볼거리가 가득한 축제가 전국 곳곳에서 열린다. 대한민국 대표 여름 축제인 충남 보령머드축제를 찾아가봤다. 온몸이 진흙 범벅이 될수록 마음은 동심처럼 깨끗해진다. 봄꽃과는 다른 매력을 지닌 여름꽃 축제 현장 등을 방문해 추억을 남기는 것도 무더위로 자칫 무기력하게 보낼 수 있는 여름을 보람차게 하는 방법이다.

충남 보령머드축제 참가자들이 머드 풀장 안에서 진흙물을 튀기며 놀고 있다. 코로나19 방역 완화 조치 후 처음 맞은 이번 축제는 대천해수욕장 일원에서 8월6일까지 열린다.

“다섯명 모이세요!”

“다섯명? 한명만 더 이리 오세요! 얼른!”

보령머드축제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머드 풀장에서 한바탕 게임이 펼쳐졌다. 수십명이 머드 풀장에 들어가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짝짓기 게임’을 했다. 사회자가 인원을 말하면 참가자들이 그 수만큼 모이는 놀이다. 처음 본 사람들과도 온몸을 부딪치며 하나가 된다. 게임을 처음 해본 외국인도 주위 사람들의 친절한 설명 덕에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었다. 짝을 짓지 못한 사람은 풀장 가운데로 불려 나와 진흙탕물 세례를 받는다. 벌칙이지만 받는 사람이 더 즐겁다. 프랑스에서 온 마크씨(57)는 “우리 나라에서는 진흙을 갖고 노는 축제가 전혀 없는데 한국에 놀러 와서 이색적인 경험을 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머드에는 광물질이 풍부해 피부 건강에 좋다

1998년 7월 처음 시작한 보령머드축제는 올해로 26회를 맞은 대한민국 대표 축제다. 축제의 시작은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상돈 당시 대천시장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대천해수욕장 인근 머드를 활용한 화장품을 개발하고 대천해수욕장에 홍보관을 세웠다. 1997년 보령시 문화관광과로부터 지역축제를 발전시킬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받은 정강환 배재대학교 교수가 머드체험을 기반으로 한 축제를 제안해 보령머드축제가 시작됐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엔 무려 181만명이 축제에 방문했고 그중 외국인도 38만명이나 됐다.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집콕 머드체험 키트’를 판매하고 온라인으로 라이브 공연을 송출하는 형태로 축제가 진행됐다. 이번 축제는 코로나19 방역 조치 완화로 4년 만에 온전히 열려 더욱 의미 있다.

머드축제는 일반존·패밀리존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일반존은 11살 이상만 입장 가능하고 거대 머드 풀장, 슬라이드, 무대 등이 있다. 패밀리존은 보호자와 3세 이상 아이가 모두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두 구역의 티켓은 각각 구매해야 하며 가격은 주말 기준 일반존 성인 1만4000원, 패밀리존 보호자 6000원, 어린이 1만1000원이다.

한바탕 물총게임을 하면 한여름 더위가 물러간다. 보령=현진 기자

“가족들이랑 같이 왔는데 너무 재미있어요.”

서울 도봉구에서 온 박승현군(15)은 벌써 10번째 슬라이드를 타고 있다. 성수기에 워터파크에 가 슬라이드를 타려면 2시간 넘게 기다려야 하는데 평일에 방문한 보령머드축제에선 그럴 걱정이 없다. 재미도 워터파크 못지않다. 건물 2층 높이의 대형 에어바운스에 차근차근 기어올라가면 바다가 저 멀리까지 눈에 들어온다. 무서움을 꾹 참고 슬라이드를 미끄러져 내려오면 짜릿함과 시원함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축제엔 물놀이뿐 아니라 춤과 음악이 있는 다양한 행사가 마련돼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기자가 축제 현장을 찾은 25일에는 태국의 물축제인 ‘송크란축제’가 열렸다. 물을 신성하게 여기는 태국에선 축복하는 의미로 새해에 서로에게 물을 끼얹는 행사를 연다. 태국에서만 볼 수 있던 송크란이 보령머드축제에서 재현됐다. 전통의상을 입은 태국 댄서들이 무대 위로 올라오자 행사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전통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관객을 향해 물을 뿌렸고 사람들은 물을 맞으며 온몸으로 여름을 즐겼다. 태국에서 온 댄서 옴씨(30)는 “한국에 태국 전통문화를 알리게 돼 기쁘다”며 “한국인들의 열정을 보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온몸으로 진흙을 느끼는 게 부담스럽다면 얼굴에 팩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보령머드테마파크 머드관 2층에선 충남도립대학교 뷰티코디네이션학과 학생들이 머드팩을 발라준다. 머드 안에는 피부 노화를 늦춰주고 탄력 회복을 돕는 광물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20분 정도 기다리면 머드 속 영양을 듬뿍 받은 꿀 피부가 탄생한다. 머드팩을 한 김예분씨(66·도봉구)는 “밖에서 뜨거운 햇빛을 받고 왔는데 머드팩 덕에 피부가 촉촉해지고 10살은 어려진 것 같다”며 웃었다.

보령머드축제는 지역경제 활성화 우수 사례로 꼽힌다. 2019년 티켓 판매와 부대 수입으로 약 4억6000만원의 수익을 올렸으며 주변 숙박시설과 식당의 매출 증대에도 큰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받은 바 있다.

축제는 21일 시작됐지만 장마가 끝난 시점부터 축제 종료일인 8월6일까지가 절정이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축제를 다시 만나기 위해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여름의 중심에서 태양보다 뜨거운 머드축제의 열기를 직접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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