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기조도 잠시 접었다..최원태 품은 LG의 ‘우승 올인’ 승부수
[뉴스엔 안형준 기자]
LG가 우승을 향한 승부수를 던졌다.
LG 트윈스는 7월 29일 키움 히어로즈와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키움에 내야수 이주형과 투수 김동규,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내주고 우완 최원태를 영입했다.
가장 필요한 것을 얻은 트레이드였다. LG는 올시즌 팀타율, 팀 평균자책점 1위를 달리며 순위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1994년 이후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릴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를 맞이했다. 그런 LG에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선발투수였다. LG는 탄탄한 타선과 안정적인 불펜을 가졌지만 선발 로테이션이 약점이었다.
LG는 지난해까지 4년 동안 마운드를 이끈 에이스 켈리가 올시즌 내내 극심한 기복을 보이고 있다. 28일 경기에서 7이닝 2실점 승리를 거뒀음에도 평균자책점이 4.53에 달한다. LG가 기대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2선발인 플럿코가 18경기에서 11승, 평균자책점 2.33을 기록했고 불펜으로 시즌을 시작해 3선발로 안착한 임찬규가 18경기에서 6승, 평균자책점 3.35를 기록하며 그나마 마운드를 지탱하고 있지만 4,5선발 자리는 벌써 시즌 반환점을 돈 지금까지도 확실한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개막 로테이션에 포함됐던 이민호, 김윤식, 강효종은 현재 모두 2군에 머물고 있고 상무에서 전역한 이상영도 전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지강 역시 선발보다는 '첫 번째 투수'에 가까운 모습. 불펜에서 시즌을 시작한 이정용이 현재 4선발 역할을 맡고 있지만 기대 이하인 것은 매한가지다. 염경엽 감독은 "5이닝 3실점만 해주면 되는데 그게 어렵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탄탄한 선발진은 '강팀'의 필수 조건. 안정적으로 로테이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발투수가 최소 4명은 있어야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다. 4개월이나 고민을 거듭했지만 결국 4번째 선발투수를 찾지 못한 LG는 외부에서 답을 찾았다.
최원태는 올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키움에서 17경기에 등판해 102.1이닝을 투구했고 6승 4패, 평균자책점 3.25를 기록했다. 키움이 올시즌 타격 부진으로 팀 성적이 부진해 승리는 많이 거두지 못했지만 평균자책점은 커리어 하이 수치를 쓰고 있다. 올시즌 17번의 등판에서 11차례나 퀄리티스타트를 성공시킨 최원태는 LG의 가려운 곳을 확실하게 긁어줄 수 있는 선수였다.
아직 FA 자격 취득까지 1년이 남아있는 최원태는 1997년생으로 여전히 젊은 투수. '시장 가격'은 당연히 비쌀 수 밖에 없다. LG는 드래프트 2라운더인 2001년생 어린 내야수 이주형과 올해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지명한 2004년생 유망주 김동규에 내년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까지 과감히 포기하며 최원태를 품었다.
사실상 '내줄 수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좋은 카드를 내준 셈이다. 거포 유망주인 이재원을 비롯해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잡은 문성주, 문보경 등 젊은 선수들을 지키며 현재 전력과 미래 전력으로 가장 기대하고 있는 자원은 유지했다. 어린 나이에 병역 문제를 해결한 이주형은 올시즌 1군에서도 활약한 기대주지만 현재 군 복무 중인 이영빈(상무)도 있는 만큼 LG 입장에서는 '아쉽지만 포기할 수 있는 선수'였다.
염경엽 감독은 지난 겨울 지휘봉을 잡으면서 '연속성'을 강조했다. 한 시즌의 성적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 우승에 도전하는 것은 물론 유망주를 꾸준히 육성해 '지속 가능한' 강팀으로 전력도 유지하겠다는 것이 LG 구단이 세운 기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우에 따라 '즉시 전력'으로 활용할 수도 있는 어린 선수와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까지 내준 것은 올시즌 가장 가깝게 다가온 우승 기회를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다.
염경엽 감독은 "그동안의 기조를 바꾸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결단을 내려준 구단에 감사한다. 중요한 시기에 큰 힘이 되는 트레이드다"고 만족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또 다른 의미도 부여했다. 정체된 유망주의 '순환'과 최원태의 장기 동행 가능성이었다.
LG는 이미 많은 유망주를 보유한 팀. 유망주가 많은 팀은 2차 드래프트에서 다른 구단에 애지중지한 선수를 속절없이 빼앗길 수 밖에 없다. 이주형은 재능있는 선수지만 2차 드래프트에서 잃는 것보다는 에이스와 맞바꾸는 것이 훨씬 나은 것이 사실이다. 또 염경엽 감독은 "최원태는 1997년생으로 아직 어리다. 앞으로 7-8년은 우리 마운드를 이끌어줄 수 있다"고 최원태와 장기 동행 가능성도 시사했다. 다만 이 모든 것는 LG가 올시즌 최원태와 함께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라야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KBO리그 역대 최다안타를 기록한 뒤 은퇴한 박용택의 데뷔시즌 이후 한 번도 한국시리즈에 오르지 못한 LG는 최근 몇 년간 이어온 운영 철학을 잠시 접어두고 '우승 올인'을 선언했다. 과연 최원태는 LG가 바란 '우승 청부사'가 돼 정상에서 새 팀과 함께 웃을 수 있을까.(사진=왼쪽부터 염경엽, 최원태/뉴스엔DB)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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