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열린 연 4%시대… 저축은행 연 4.5% 예금도 속속

강한빛 기자 2023. 7. 30.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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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수신금리 인상 경쟁… 득일까 실일까②] 업계 "오르긴 더 오르는데"… 복잡한 셈법

[편집자주]4%대 정기예금 상품이 다시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7개월째 3.50% 기준금리를 유지하는 가운데 정기예금 금리가 올 4월 기준금리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후 지난 7월 들어 슬금슬금 오르는 형국이다. 예금금리 상승은 곧 대출금리 상승을 부추겨 그만큼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으로 이어진다. 이미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올 1월 수준으로 회귀하며 다시 높아지는 추세다. 수신금리 인상으로 무작정 웃을 수 만은 없는 상황인 셈이다.

사진=SBI저축은행
◆기사 게재 순서
① 기준금리 동결에도… 4%대 정기예금 재등장
② 다시 열린 연 4%시대...저축은행 연 4.5% 예금도 속속
③ 예금금리 오른다 좋아했는데… 대출금리 더 올라 영끌족 '울상'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가 지난 6월 약 3개월보름만에 연 4%대로 올라선 뒤 한 달 넘게 횡보 중이다. 지난해 말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금리 경쟁을 겨냥한 이후 한때 연 6%대로 치솟던 금리는 빠르게 하향 곡선을 그렸지만 올해 들어 금리 흐름이 방향을 바꿨다. 올 연말이면 지난해 하반기 5~6%대 금리에 유치한 수신의 만기가 도래하는 만큼 빠져나가는 수신 잔고를 채우기 위해서라도 1년 전과 비슷한 수준까지 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업계의 표정은 어둡다. 지난해 고금리로 이자비용이 늘어 실적 하방 압력이 커져 마냥 금리를 올릴 수 없어서다.


'반갑다' 연 4%… 어디가 많이 주나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 공시에 따르면 지난 6월1일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연 4%로 집계됐다. 하루 전인 5월31일(3.99%)과 비교해 0.01%포인트 오른 수치로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가 연 4%대인 건 지난 2월16일(4.03%) 이후 약 3개월하고도 보름만이다.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금리를 하향 조정해왔다. 기준금리 인상기 속 경쟁적으로 수신금리를 올려 고객 유치를 해왔지만 금융당국이 출혈경쟁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면서다. 금웅당국의 한 마디에 연 6%대까지 올랐던 평균금리는 이후 하락세로 방향을 바꿨다.

하지만 최근 금리 상승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매월 말 기준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 ▲1월 4.71%에서 ▲2월 3.79% ▲3월 3.77%로 줄곧 하락한 뒤 ▲4월 3.87% ▲5월 3.99%까지 올랐다. 이후 6월 3.96%로 떨어졌지만 소폭 오름세를 보이며 7월 중순까지 4.01% 수준을 유지 중이다. 전년 동기 3%대 초반의 금리를 제공한 걸 감안하면 수신금리 수준이 과거와 비교해 상향 평준화됐다.

평균 금리가 연 4%대를 회복한 가운데 일부 저축은행들은 4%대 중반이 넘는 금리를 얹어 주고 있다. 지난 28일 기준 HB저축은행은 'e-회전정기예금'에 연 4.5%(이하 1년 만기 동일), 대백·유니온저축은행 역시 정기예금 금리로 4.5%를 각각 제공하고 있다. 대형사인 애큐온저축은행(3-UP정기예금)은 연 4.45%, OK저축은행(OK e-안심앱플러스정기예금)은 연 4.41%를 각각 제공했다.


지난해 말 연 6% 재현될까… 업계는 '고심'


저축은행이 금리를 올리고 있는 배경으로는 자금 이탈에 대한 우려가 지목된다. 저축은행은 그동안 시중은행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해 고객을 확보했지만 금리가 떨어지는 사이 자금 이탈 속도가 빨라졌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상호저축은행의 수신(말잔)은 지난해 ▲1월(104조3860억원)부터 같은 해 ▲11월(121조3572억원)까지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12월 120조2384억원으로 집계되며 상승세가 꺾였다. 올해 ▲1월 120조7854억원으로 소폭 늘었지만 지난 ▲2월(118조9529억원) ▲3월(116조431억원) ▲4월(114조6159억원) ▲5월(114조5260억원)까지 4개월째 수신고가 쪼그라들었다.

수신고를 지키기 위해서는 수신금리를 올리는 게 맞지만 업계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난해 고금리 시기 가입자들의 예금 만기가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다. 고객 예금 재예치를 위해서는 금리를 과거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려야 하지만 고금리 후폭풍으로 올해 1분기 실적이 고꾸라지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총자산은 135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2.5%(3조5000억원) 감소했다. 올해 1분기 전국 79개 저축은행 순손실은 약 600억원 규모로 저축은행 전체 이익이 적자를 기록한 건 2014년 이후 9년만이다.

수신금리 인상으로 고객에게 얹어 주는 이자비용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의 올해 1분기 이자비용은 1534억원으로 1년 전(634억원)과 비교해 900억원(141.96%) 늘었고 OK저축은행은 지난 1분기 1년 전(552억원)의 2배가 넘는 1483억원의 이자를 냈다.

업계 관계자는 "수신 규모가 줄고 있는 데다 지난해 고금리로 제공한 예금의 만기가 도래하고 있어 올해 연말쯤이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까지 금리가 오를 순 있을 것"이라면서도 "올해 1분기 실적이 전체적으로 악화된 데다 오는 8월말 발표될 상반기 실적 역시 기대감을 갖기 어려워 쉽사리 금리를 올릴 수 없는 딜레마 상태"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만기 도래를 대비해 올해 말 수신 금리를 올려 수신 규모를 늘려 놓으면 또 내년에 가 실적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그러면 또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야 하는 건데 결국 악순환이 이어지는 꼴"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수신 규모가 줄면 대출규모도 위축될 수 밖에 없다"며 "여기에 연체율이 오르고 있다는 점도 골칫거리"라고 우려했다.

강한빛 기자 onelight9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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