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대로 파격 발탁한 친강 낙마...‘시진핑 1인 지배체제’ 또 구멍

최유식 동북아연구소장 2023. 7. 3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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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의 온차이나]
파격 발탁했던 친강 외교부장, 불과 7개월 만에 자기 손으로 해임
서방 전문가들 “제로 코로나 정책 이어 또다시 판단 능력 문제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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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동안 모습을 감췄던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결국 해임됐습니다. 후임에는 전임 부장인 왕이가 임명됐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격) 상무위원회는 7월25일 전체회의를 열어 친강 외교부장을 경질한다는 시진핑 주석의 주석령을 승인했습니다. G2 강대국의 외교 사령탑이 뚜렷한 이유 없이 사라지면서 기밀유출설, 혼외자출산설 등 온갖 추측이 난무하자 예정에 없던 긴급회의를 개최해 해임 결정을 한 거죠.

하지만 해임 이유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또 친강이 가진 국무위원(부총리급)과 공산당 중앙위원 직책은 그대로 놔둬 재기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라는 관측도 나와요.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7월25일 보도한 친강 외교부장 해임 결정 주석령 원문. /신화통신

◇인사 시스템 무시한 파격 발탁

친강 실종 사건이 국내외의 큰 관심을 끈 데는 그가 G2 대국의 외교사령탑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지만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차관급 주미대사였던 친 전 부장은 작년 말 장관급인 외교부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올 3월 전인대에서 부총리급 국무위원에 선출됐죠. 3개월 만에 초고속 승진을 하면서 국가 지도자급 반열에 오른 겁니다.

중국 당정 고위관료가 승진하려면 일정 기간 현 직책을 큰 문제 없이 수행해야 하고, 당 중앙조직부의 까다로운 인사 검증을 거쳐야 해요. 최고지도부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의 동의도 필요합니다. 친 부장은 이런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고 차관급에서 부총리급으로 고속 승진을 했어요. 시진핑 주석이 기존 인사 시스템을 무시하고 발탁을 한 겁니다.

올 3월12일 전인대에서 국무위원으로 선출된 친강 외교부장과 우정룽 국무원 비서장, 리상푸 국방부장(왼쪽부터)이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친강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간 외교부 의전국장을 지낼 당시 시 주석의 눈에 들었다고 해요. 해외 방문 때 새벽까지 철저하게 행사를 준비하고, 시 주석의 위신과 체면을 앞세우는 고압적인 의전으로 신임을 얻었다는 겁니다. 외교부 대변인, 주미대사 시절에는 서방 진영의 중국 비판에 대해 공격적인 언사로 반격하는 ‘전랑(戰狼·싸움꾼 늑대) 외교’로 이름을 날렸죠.

이렇게 발탁을 한 인물이 외교부장에 재임한 지 불과 7개월 만에 전격 해임됐으니 시 주석으로서는 제대로 체면을 구긴 셈이 됐습니다. 서방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고지도자로서 인물 판단 능력과 의사 결정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와요.

◇“혼외자 미국 출산 문제 됐을 것”

중국 당국은 언급을 피하지만 해외에서는 주미대사 시절 홍콩 봉황위성TV 여성 앵커 푸샤오텐과 불륜관계를 맺고 그 사이에 혼외 자식이 태어난 것이 원인이라는 소문이 무성합니다. 푸샤오톈은 작년 11월 미국에서 아이를 출산했는데, 이 아이의 아버지가 친강이라는 거죠.

미국의 베테랑 중국 전문가인 보니 글레이저(독일마샬펀드 아시아프로그램 국장)는 “추측을 할 수밖에 없지만 소셜미디어에는 친강이 혼외관계를 통해 아이를 낳았다는 근거가 상당히 많다”며 “아이를 미국에서 출산했다는 점이 중국의 미래를 불신하는 것으로 비쳤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작년 3월 봉황위성TV 앵커 푸샤오톈이 친강 당시 주미 대사와 미국에서 인터뷰를 한 후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 /웨이보

중국 고위층에는 불륜 문제에 떳떳한 사람이 많지 않아 이런 문제로 해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어요. 뭔가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겁니다. 친강이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감춘 건 6월25일이었는데, 이틀 뒤인 6월27일 로켓군 사령관 리위차오가 체포됐죠. 이 때문에 친강이 미국에 기밀을 누출한 혐의로 조사를 받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중국 당국이 이유를 공개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추측은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아요. 다만 그를 발탁한 시 주석도 보호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문제를 일으켰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커지는 ‘1인 지배체제 리스크’

지난 한 달 동안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친강 실종 관련 글이 다수 올라왔지만, 중국 당국은 적극적으로 검열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어요. 내부에서 문제 제기가 나왔지만 시 주석이 결론을 내리지 않고 계속 지켜본 겁니다.

그러다 이 문제가 세계적인 화젯거리가 되고 내부에서 문책 여론이 고조되자 결국 결단을 내렸다는 게 해외 전문가들의 분석이에요. 그 이후 웨이보 댓글 통제는 대폭 강화됐습니다.

친강 외교부장 해임을 전한 웨이보 글에 붙은 댓글. 국가와 당의 결정을 지지한다는 댓글만 잔뜩 달려 있다. /웨이보

이번 사건 역시 제로 코로나 정책과 마찬가지로 시 주석의 판단 능력 문제를 드러낸 사건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시 주석은 과학보다 정치 논리를 앞세운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중국 경제를 파탄 지경으로 몰아넣었죠. 우크라이나전쟁에서는 침략국인 러시아 쪽에 서면서 국제무대에서 ‘왕따’ 신세가 됐습니다.

중요한 고비마다 판단 착오를 거듭해 중국이 1인 지배체제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거죠.

◇미중관계 고려 소방수 왕이 투입

다니엘 러셀 전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벼락출세를 시켜 베테랑 외교관들의 윗자리로 올렸던 친강이 돌연 낙마한 사건은 고위층의 어처구니 없는 판단 착오로 결국 최고지도자(시진핑)에게 책임이 돌아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덩위원 전 중국 학습시보 부편집장도 “시 주석의 권력 장악력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최고지도자 위신엔 큰 손실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중국을 방문한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 특사가 7월18일 인민대회당에서 중국 공산당 외사공작판공실 주임인 왕이와 악수하고 있다. 왕이는 7월25일 다시 외교부장에 임명됐다. /로이터 연합뉴스

친강의 후임으로 올해 70세인 왕이를 임명한 건 미중관계에 충격을 주지 않고 이 문제를 빨리 수습하겠다는 의도로 보여요. 양국은 올 11월 미국에서 개최되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때 미중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을 협의 중입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 등이 최근 잇달아 중국을 방문한 것도 이 때문이죠.

왕이가 과도기 외교부장으로 올 연말 미중 정상회담을 마무리하고 나면 그 이후 새로운 중국 외교부장이 임명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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