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의 매일밤 12시]도미노 피자 알바 출신 수비수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이 한창이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오늘 한국이 2차전을 가진다. 모로코를 상대로.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경기. 태극전사들 파이팅!
이번에 소개할 이야기는 알바생 신화를 쓴 수비수 이야기다. 주인공은 잉글랜드 간판 수비수 루시 브론즈. 세계 최고의 풀백 중 하나로 꼽히는 선수. 에버턴·리버풀·맨체스터 시티·올림피크 리옹 등을 거쳤고, 지금 소속팀은 바르셀로나다.
프로 통산 22개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는 무려 4번이나 정상에 섰다. UEFA 유로 우승 경험도 있고, 2020년에는 FIFA 올해의 선수상도 수상했다. 영국 올해의 선수상은 2번 품었다. 잉글랜드 대표팀으로 106경기 출전했다. 하지만 그에게 월드컵 우승 트로피는 아직 없다.
2015년 3위가 최고 성적. 그리고 2019년에도 4위에 만족해야 했다. 그녀는 이번 대회에서 잉글랜드의 사상 첫 결승 진출을 원하고 있다. 올해 나이 31세. 어쩌면 이번이 그녀의 마지막 월드컵일 수 있다. 그래서 더 간절하다.
잉글랜드의 출발은 좋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아이티에 1-0 승리, 2차전에서 덴마크에 1-0 승리, 2연승으로 조 1위를 지키고 있다. 오는 8월 1을 중국과 3차전을 가진다.
브론즈는 최고의 선수가 됐지만, 최고의 무대 앞에서 '초심'으로 돌아갔다. 힘들었지만 극복하고 비상했던 그때를 회상했다. 대학생일 때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 알바와 축구를 함께 해야 했던 그 시절. 힘들었을 법도 한데, 그녀는 마냥 행복했다고 한다.
그 당시 도미노 피자에서 알바를 했다. 학비를 벌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녀의 역할을 피자에 토핑을 얹는 것. 놀라운 건 당시 에버턴 소속이었다는 점이다. 열악한 여자 축구의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피자집 알바. 누군가에게는 무시도 당했다. 하지만 브론즈는 행복했다. 무시의 눈빛을 무시하고 넘길 수 있을 만큼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녀는 이렇게 회상했다.
"에버턴 소속으로 대학교를 다녔다. 그때 도미노 피자에서 일했다. 나는 그 일을 너무도 사랑했다. 그곳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항상 웃음꽃이 피었다. 일이 끝나면 무료 피자를 얻을 수 있었다."
도미노 피자에서도 확실한 경쟁력을 갖춘 브론즈. 그녀는 경기장에서 더욱 강해졌다. 이후 앞서 언급했듯 세계적인 선수로 거듭났다. 그리고 도미노 피자와의 인연도 끊지 않았다. 일은 그만뒀지만 그때 함께 웃었던 사람들과는 꾸준히 소통했다.
2019 월드컵에서 미국이 4강에 진출했을 당시, 브론즈가 일했던 도미노 피자 매장 매니저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모두 브론즈가 성취한 모든 것에 자랑스러워한다. 이번에도 잉글랜드가 4강에 올랐고, 그녀에게 경의를 표할 수 있어 너무나 기쁘다."
브론즈는 또 월드컵에 나섰다. 잉글랜드는 순항 중이다. 최초의 월드컵 결승 진출을 위해 나아가고 있다. 도미노 피자 직원들도 한 마음으로 그녀를 응원하고 있다. 그녀는 이렇게 다짐했다.
"내가 뛴 월드컵은 항상 4강에서 탈락했다. 너무 아쉬운 일이다. 나는 월드컵 결승전에 가본 적이 없다. 잉글랜드가 이번에야 말로 월드컵 끝까지 갈 수 있기를 바란다. 지난 10년 동안 노력해 왔다.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것이다."
[최용재의 매일밤 12시]는 깊은 밤, 잠 못 이루는 축구 팬들을 위해 준비한 잔잔한 칼럼입니다. 머리 아프고, 복잡하고, 진지한 내용은 없습니다. 가볍거나, 웃기거나, 감동적이거나, 때로는 정말 아무 의미 없는 잡담까지, 자기 전 편안하게 시간 때울 수 있는 축구 이야기입니다. 매일밤 12시에 찾아갑니다.
[루시 브론즈, 도미노 피자 매장.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데일리 스타]-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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