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 칼부림’ 추모공간 없앤 상인들 “매출 반토막, 남자가 문 열 때마다 깜짝 놀라” [밀착취재]
가짜 모금함에 취객 행패, 살인예고글까지
상인들 “발길 뚝…그냥 빨리 지나갔으면”
서울 신림동 칼부림 사건 피의자 조선이 28일 검찰에 송치된 가운데, 같은날 사건 현장에 마련된 추모 공간도 사라졌다. 해당 공간은 사건 직후 사망한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해 시민들이 만든 공간인데, 2차 피해가 우려되자 상인들이 협의 끝에 철거를 결정했다.
인근 상인과 관악구청에 따르면 서울 관악구 신림역 4번 출구 근처에 마련된 추모공간은 이날 새벽 신림동 상인회가 철거했다.
실제 전날 밤까지만 해도 수북이 쌓여있던 조화와 건물 앞에 가득 붙어있던 포스트잇 등은 이날 흔적도 없이 사라진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이따금 조화를 들고 찾아왔던 시민들은 말끔히 치워진 추모 공간 앞에서 서성이다 자리를 뜨기도 했다.
사건 현장 골목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윤모씨는 “한 남성이 가짜 모금함을 갖다 놓고 돈을 벌려고 해 상인 등과 마찰이 있었다”며 “경찰 신고를 했더니 ‘상인이나 집주인은 주변에 선을 행해야지, 안 그러면 나중에 해코지 당한다. 부처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도둑의 눈에는 도둑만 보인다’고 적힌 종이를 상가에 붙이고 갔다”고 분노했다.
음식점 직원 김모씨는 “이 골목이 원래 술집도 몰려있고 가끔 사건사고가 나는 골목인데, 취객들이 추모 공간을 찾은 추모객들한테 여러 차례 시비를 걸거나 고성을 지르는 등 행패를 부리는 일이 있었다”며 “칼부림 사건이 난 것만으로 무서운데 2차 피해가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하소연했다.
골목 초입에 위치한 추모 공간으로 인해 시민들이 선뜻 골목 안으로 발걸음 하지 못하는 분위기도 철거 결정에 한몫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 21일 직후부터 골목 분위기가 뒤숭숭했는데, 24일 온라인에 “신림역에서 여성 20명을 살해하겠다”는 글까지 올라오자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는 전언이다.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피해자가 있어 장사 안 된다고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지난 주말 매출이 평일만도 못 나와 우리도 힘들다. 한주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 저녁 손님이 많은 편인데 지나다니는 사람 자체가 줄었다”며 “혼자서 근무하는데 너무 무서워서 전기충격기를 구매했고 비상벨도 설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 음식점 업주도 “우리는 여기서 생업을 이어나가야 하니 사건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며 “직원들이나 저나 그냥 문 소리만 들려도 흠칫 놀란다거나 덩치 있는 젊은 남성 손님만 봐도 놀라곤 한다”고 전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상인과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4일부터 신림역 일대 방범 활동을 강화했다. 실제 이날도 10분 간격으로 골목을 순찰 중인 경찰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경찰은 모방범죄 예고 글 4건에 대해선 작성자 중 한 명인 20대 남성을 구속하는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신림동 칼부림 사건의 피의자 조선(33)은 지난 21일 오후 2시7분쯤 신림역 인근에서 20대 남성 1명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하고, 30대 남성 3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혐의로 지난 23일 구속됐다. 조씨는 28일 오전 7시쯤 경찰서를 나서면서 ‘언제부터 계획했느냐’ 등 취재진 질문에 “죄송합니다”라고만 답했다. 서울경찰청이 지난 26일 신상공개위원회에서 조선의 신상을 공개함에 따라 조선의 얼굴은 모두 공개됐다.
글·사진=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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