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에 시달리고, 세금으로 털리는데 기업이 돌아올까 [비즈360]
최근 삼성전자, 현대차 등 한국 기업들의 대규모 해외투자 뉴스가 나올 때마다 일부 싸늘한 시선이 있다. 국내 투자 공백에 대한 지적이다. 사실 글로벌 공급망 이슈속에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등 첨단산업의 해외투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블록화되는 공급망에서 한국이 배제되면 세계 시장을 상대로 사업을 해야하는 기업들로선 생존의 문제가 대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국가간 산업동맹에 편입해야 살아남는다.
물론 투자를 통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이끌어 내야하는 정부로선 세계 공급망 대응과 함께, 국내 투자 확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지난 20일 정부는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 등 핵심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7곳을 지정했다. 이곳에서만 614조원의 투자를 이끌어낸다는 목표다. 아울러 27일엔 ‘2023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해외로 나간 기업의 국내 복귀(리쇼어링)를 유도하기 위한 세금 감면 혜택도 밝혔다. 법인세 감면기간을 기존 7년(5년 100%·2년 50% 감면)에서 10년(7년 100%, 3년 50% 감면)으로 연장했다.
우리 정부의 리쇼어링 지원은 2013년부터 10년간 이뤄져왔다. 하지만 지난해 24개를 포함, 10년간 복귀기업은 126곳에 그쳤다. 올 상반기 국내 복귀를 확인받은 12곳을 합쳐도 140개가 안된다. 미국의 리쇼어링 기업 1844개(2021년), 일본의 615개(2018년)와 비교하면 천지차이다.
정부의 이번 유턴기업 지원확대 자체는 반길만하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히 세금 일부를 깎아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업의 복귀를 유도할 수는 있어도, 정착할 여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다시 나가거나 고사한다.
국내 노조와 세금 이슈가 대표적으로 개선돼야할 여건이다. 이는 복귀 기업뿐 아니라 국내외 투자기업 모두에 해당한다. 국내에서 노조 파업은 다반사다. 7월초엔 민주노총이 2주간 ‘윤석열 정권 퇴진’을 외치는 정치파업까지 벌였다.
8월엔 일명 ‘파업조장법’으로 불리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핵심은 노동쟁의 개념 확대로 인한 ‘무분별한 파업’과,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제한이다. 경제·산업계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산업현장은 무법천지가 될 것”이라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영상황에 따라 채용과 해고를 탄력적으로 하기 어려운, 한국의 경직된 노동 유연성은 늘 언급되는 투자 걸림돌이다. 미국 기업의 한국투자 진출을 독려하고 있는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도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낮은 노동 유연성을 해외 기업이 한국에 진출할 때의 큰 걸림돌로 꼽았다.
세금 부담 또한 여전하다. 1%포인트 찔끔 인하에 그친 한국의 법인세(24%)는 미국(21%)은 물론 일본·대만(20%)보다 높다. 상속세는 징벌적 수준이다. 절반(과세표준 30억원 초과 시 50%)은 기본이고, 기업 최대 주주의 주식을 상속 받으면 최대 60%에 이른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상속세 최고세율은 30%수준이다. 국내에서 기업하다가는 상속과정에서 회사가 공중분해될 수도 있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전어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속담이 있다. ‘전어(일부 세금감면)’로 며느리(기업)를 집에 잠시 돌아 오게는 할 수 있다. 하지만 며느리가 집에 눌러 살게 하려면 가사 노동을 줄이고, 대우를 다르게 해주는 등 집안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
최근 만난 한 기업인은 “해외에 공장을 둔 제조업이 인프라를 두고 완전히 국내로 복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예를들어 중국시장이 힘들어져도, 중국에서 한국에 오기보다 최대한 공장을 운영하면서 제품을 다른 나라로 수출하려고 할 것이다. 한국 정부가 복귀 기업이 새로운 업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확실히 지원하거나,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복귀를 결정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 일본, 유럽, 대만 등이 자국 첨단산업육성을 위해 경쟁적으로 ‘리쇼어링’을 핵심전략으로 펼치고 있는 지금, 글로벌 시각에 기반한 한국의 투자·경영 환경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권남근 헤럴드경제 뉴스콘텐츠부문장 겸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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