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박이’ 안전관리계획…형식적인 재난 매뉴얼
[앵커]
'오송 참사'를 비롯한 올 여름 수해를 계기로 지자체들의 '재난 대비' 실태가 또 한번 도마 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자치단체들마다 매년 안전관리 계획이란 걸 짜놓는다고는 하는데, 그 내용이 대체로 천편일률적이고, 각 지역별 특성이라든가 구체적인 사고 요인은 제대로 반영하질 않아서, 실효성이 별로 없다고 하네요.
이규명 기자가 취재한 내용입니다.
[리포트]
충북 오송의 한 지하차도입니다.
지난해 8월, 집중 호우로 차량이 침수돼 소방 당국에 구조 신고가 접수된 곳입니다.
상습 침수로 충청북도가 3년 전, 복구 공사를 마무리했는데 또 침수 사고가 난 겁니다.
충청북도는 재난재해에 대비해 해마다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는 데 이런 내용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한 터널 사고 분야를 살펴봤더니 충북에서 침수 사고는커녕
단 한 건의 사고도 없다고 적혀 있습니다.
사고가 없었으니 원인 분석도 없습니다.
[충청북도 관계자/음성변조 : "지금까지 (터널) 사고가 발생한 게 없었고 그래서 작성이 (사고가 없다고) 그렇게 됐던 상황이고요."]
2차 화재 등 재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는 터널 교통사고도 마찬가지입니다.
도로교통공단은 최근 3년 사이 충북 지역 터널과 지하차도에서 천백여 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40명이 숨지고 천 8백여 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했습니다.
하지만 충청북도는 모두 단순 교통사고로 분류했습니다.
터널 붕괴 등 시설물 파손만 터널 사고로 반영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충청북도 관계자/음성변조 : "도로 터널 사고 현황 같은 경우에는 시설물의 파손으로 분류돼 있어요. 이번 사고 같은 경우에는 터널 사고로 분류가 안 되고 풍수해 사고로 분류되거든요."]
행정안전부가 내려주는 지침을 그대로 따라 해 해마다 비슷한 내용의 '판박이' 재난안전계획이 만들어졌습니다.
[정종수/숭실대 재난안전관리학과 : "행안부가 (지침을) 내려 보내면 그대로 포워딩(전달)만 하는 상태니까, 터널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을 다 포함해서 (위험 평가를) 하도록 넓게 해석을 해야 하는데..."]
재난재해 상황에서 실효성이 떨어지는 획일적인 안전관리계획.
참사를 불러온 원인 중 하나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KBS 뉴스 이규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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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명 기자 (investigat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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