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톡과 다르다”…진화하는 법률 플랫폼, 변협 칼날 무뎌지나

변협 징계에 법률플랫폼도 변화
‘징계 위험’ 피해 서비스 정교화
“변호인 조력권 보호 받아야”

대한변호사협회 변호사 엠블럼.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걸테크가 대한변호사협회(변협)의 칼날을 피해 진화하고 있다. 변협발 징계 압박이 오히려 법률 플랫폼 서비스를 정교하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법률 플랫폼 업체 로이어드컴퍼니는 최근 형사재판 변호 서비스를 출시했다. 로이어드컴퍼니가 운영하는 법률 플랫폼 알법은 ▲변호사 간편상담 ▲전·월세 계약 검토 ▲AI 사건분석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알법의 매칭 방식은 다른 플랫폼과 정반대 구조다. 사건 당사자가 변호사를 찾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가 먼저 연락을 취하는 방식으로 매칭이 이뤄진다.

당사자는 사건 내용만 간단하게 정리해 올리면 된다. 사건 내용은 로이어드컴퍼니가 개발한 변호업무 지원 플랫폼 ‘복대리’에 가입한 변호사 3900여명에게 전달되고 이를 확인한 변호사들이 당사자에게 먼저 연락을 취한다. 사건 당사자가 이들 중 상담 변호사를 고르면 매칭이 이뤄지는 구조다.

사건 당사자 입장에서는 시장가를 참고해 예산에 맞는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 변호사의 경우 별도로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사건을 수임할 수 있게 된다.

알법의 방식은 변협의 징계 위험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변호사가 광고비를 내고 형사재판 변호 서비스를 이용하는 구조가 아니어서다. 로이어드컴퍼니는 복대리를 이용 중인 변호사들에게만 패키지처럼 형사재판 변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변협 리스크’를 덜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

변협은 앞서 법률 플랫폼 ‘로톡’을 유로로 이용하던 변호사 123명을 상대로 징계 처분을 내렸다. 경제적 대가를 받고 변호사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행위를 한 자에게 광고를 의뢰했다는 이유에서다.

로이어드컴퍼니 관계자는 “이용자에게 별도의 수수료를 전혀 받지 않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특정 변호사를 알선하는 것도 아니고 이용자가 자신의 법률 서비스에 관한 니즈를 공유하면 저희가 자체 구축한 변호사 네트워크에 전달하고 변호사가 직접 (당사자에게) 접근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로이어드컴퍼니는 또 기존에 제공하던 AI 형량예측 서비스를 알법으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징계 위험을 최소화했다. 과금 요소를 덜어낸 것이다.

또 다른 로이어드컴퍼니 관계자는 “(AI 형량예측 서비스가) 유료로 제공될 경우에는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변협쪽에서 판단해 저희가 과금이 이뤄지던 부분을 일찌감치 해소했다”며 “홈페이지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과금 부분은 전혀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이어드컴퍼니 대표인 손수혁 변호사는 인공지능(AI) 형량예측 서비스를 제공하다 변협 징계 대상이 됐다. 손 대표에 대한 징계 절차는 아직 진행 중인 상태다.

이 관계자는 “변경 시점은 징계가 이뤄지기도 전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 무료로 변경을 했었는데 징계가 뒤에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리걸테크 시장 규모는 2027년 356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국내 리걸테크 산업은 변협발 징계 칼바람 앞에 불확실성을 떨쳐내지 못한 상황이다.

법무부는 지난 20일 변호사징계위원회를 열고 변협 징계가 정당했는지 여부를 심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벤처기업협회는 “징계위원 소집 일정 등을 고려하면 차기 위원회가 언제 잡힐지 기약도 없이 기다려야 하는 희망고문에 놓이게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내 형사재판 중 약 46%는 변호사 도움을 받지 않고 ‘나홀로 소송’으로 진행되고 있다.

손 대표는 “알법의 형사재판 변호 서비스는 간편한 신청 절차와 저렴한 비용을 통해 소비자들의 법률시장 접근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며 “특히 형사 사건에 휘말린 이용자들이 부담없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법적 권리를 정당하게 보호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