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브리핑] 북중러, 어깨 나란히 한채 '핵무기 열병식' 관람
<출연 : 이준삼 연합뉴스 기자>
[앵커]
한주간의 한반도 정세와 외교안보 이슈를 다시 한번 정리해보는 토요일 대담코너 '한반도 브리핑'입니다.
이번 한주, 최대 외교안보 이슈는 역시 정전협정 70주년 관련 소식들이었습니다.
특히 북한은 다시 한 번 대규모 '전승절' 열병식에서 핵무력을 과시하며 미국을 향해 위협 발언을 쏟아냈고, 이번 열병식을 계기로 본격화 된 북중러의 연대와 밀착은 동북아 안보 환경에 더욱 만만치 않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외교안보 분야 취재하는 이준삼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이 기자, 오늘 준비한 핵심 내용들부터 소개해주시죠.
[기자]
네, 북중러의 밀착 행보, 사실상 이미 예고됐던 장면이지만 예상보다 훨씬 파격적이었단 평가들이 많습니다.
오늘은 북한 열병식에서 부각된 북중러 연대 행보와 그 의미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북한은 이번 대규모 열병식에서 또 한 번 핵무력을 과시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중국, 러시아 대표들이 어깨를 나란히 한 채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관람하며 삼각연대가 본격화될 것임을 예고했습니다.
북한은 열병식을 계기로 신형 무인기들도 공개했습니다.
미군이 보유한 첨단 무인기들과 외형, 크기가 너무 비슷해 해킹 의혹까지 나오는 상황인데, 하지만 성능에 대해선 물음표가 따라 붙고 있습니다.
북한은 '전승절' 행사 기간 내내 중국보다는 러시아와 더욱 밀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탄약과 포탄 공급이 절실한 러시아와 에너지와 식량 지원, 군사기술 이전을 노리는 북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단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은 미국을 향해 '멸망' 등의 표현을 거론하며 또 한 번 말폭탄을 쏟아냈습니다.
자신들에게 핵을 사용한다면 살아남을 수 없을 거라며 으름장도 놨습니다.
[앵커]
정전협정 체결일.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70년 전인 1953년 7월 27일은 전쟁이 중단되고, 그야말로 불안한 평화가 시작된 날이었죠.
그런데 북한은 이날을 '전승절'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어떤 의도가 담겼는지부터 잠깐 설명해주시죠.
[기자]
'조국해방전쟁 승리 기념일' 이란 약칭인데, 말 그대로 자신들이 한국전쟁에서 남한과 미국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6.25가 어디서 비롯됐는지 더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상황인데도, 북한 정권은 여전히 남한과 미국에 의한 침략, 즉 북침으로 전쟁이 시작됐다 주장하고 있고, 이걸 자신들이 막아냈다면서 '승리'라고 표현하고 있는 건데요.
북한은 특히 5년, 10년 주기 등, 꺾어지는 해에 이 '전승절'을 기념하기 위해 늘 대규모 열병식을 열어오고 있고, 전쟁 당시 자신들을 지원한 이른바 혈맹, 바로 중국이죠.
중국 고위급 대표들을 초청해 각종 교류 협력의 동력으로 삼아오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번 70주년 기념일이, 그동안 국경 봉쇄로 중단됐던 외교 관계와 교역 등을 정상화시켜야하는 시기와 맞물린 만큼,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까지 초청해 성대하게 행사를 치른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리훙중 전인대 상무위 부위원장을, 러시아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을 각각 파견했습니다.
[앵커]
열병식이 열린 게 그제 밤, 그러니까 지난 목요일 저녁이었습니다.
예상대로 대륙간탄도미사일도 등장을 했는데, 이번에 동원된 무기들,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기자]
역시 가장 주목해볼 무기 체계는 열병식 마지막 부분에 등장한,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최신형 ICBM 화성-18형이었습니다.
이 ICBM은 북한이 지난 2월 군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했고, 지난 4월과 이달 12일에 두 차례 시험발사를 진행했습니다.
최대 사거리가 1만5천㎞ 이상으로,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고, 다탄두 ICBM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현 시점에서 북한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할 수 있겠고요.
이와 함께 이전까지 최강으로 평가받아온 ICBM, 화성-17형도 바로 뒤이어 등장을 했습니다.
이번에 처음 공개된 무기들도 있었습니다.
'샛별-4형', '샛별-9형'이란 이름이 붙은 무인 정찰기와 공격용 무인기들인데요.
이 무기들은 무엇보다 크기와 외관이 모두 미국 첨단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와 무인공격기 리퍼하고 판박이처럼 닮아서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외형이 너무 똑같다보니 미군 설계도를 해킹한 것 아니냐, 이런 추측까지 나오는데, 그것과는 별개로, 북한이 가진 관련 기술의 수준을 놓고 가늠해볼 때, 실제 비행 능력이나 탐지센서, 정밀타격 무기체계 등의 측면에선 엄청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 중론입니다.
이밖에도 지난 3월에 개발, 시험 사실이 처음 공개됐던 핵무인수중공격정을 비롯해 전술핵을 투발할 수 있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600밀리 초대형 방사포 등이 이번 열병식에서 줄줄이 등장을 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 열병식에서 보면, 북중러의 결속 행보가 부각된 가운데에서도 북한과 러시아 간의 밀착이 훨씬 두드러졌다, 이런 평가가 나오는데, 그 배경은 어떻게 봐야할까요?
[기자]
네, 확실히 이전에는 좀 보기 힘들었던 장면이었죠.
이번처럼 러시아 대표단, 그것도 현직 국방장관 같은 인물이 북한 열병식에 참석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데다, 더구나 쇼이구 장관은 현재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상황에서 자리 비우고 온 거 아니겠습니까,
김 위원장의 환대 행보도 파격적이었단 평가가 나오는데요.
열병식 하루 전날 김 위원장이 쇼이구 장관과 군사장비 전시회를 찾는 등 그야말로 홍보맨 역할까지 연출을 했고요.
열병식 본행사에서도 러시아가 중국보다 먼저 소개가 됐습니다.
당연히 양쪽 이해관계가 찰떡처럼 잘 맞아떨어지지 않았다면 연출될 수 없는 모습들일텐데 이 때문에, 전문가 사이에선, 쇼이구 장관의 이번 방북을 계기로 일종의 거래, 빅딜이 성사됐거나 앞으로 추진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가 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전 장기화로 각종 무기가 바닥난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탄약과 포탄, 무인기 등을 제공 받고, 러시아는 그 반대 급부로 첨단 전투기나 icbm, 인공위성 관련 기술, 또 에너지와 식량 등의 군사경제적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논의가 심도있게 진행이 됐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인데요.
이런 측면에서 보면, 앞으로 북한과 러시아 간의 군사적 협력의 폭과 깊이에 따라 한반도 안보 환경도 더욱 요동칠 수밖에 없는, 그런 또 하나의 불확실성이 생긴 것 아닌가, 이런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앵커]
러시아는 미국과 함께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핵강국이잖아요.
그런 나라의 군 사령탑인 쇼이구 장관, 북한이 선보인 핵 병기들 보면서 과연 어떤 생각 했을까요?
[기자]
화면 속 쇼이구 장관 표정 보시면요.
머 굳은 표정도 아니고 웃는 표정도 아니고, 속내를 좀처럼 짐작해보긴 쉽지 않은데요.
다만 이런 저런 추정들은 좀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지금 북한과 러시아는 모두 미국이란 초강대국과 일촉즉발, 정면으로 맞선 상황 아니겠습니까.
러시아 입장에서, 당장은 북한의 군사력 강화 행보가 그리 싫지는 않을 것 같고요.
다만 제가 쇼이구 장관이라면 북한의 핵무장에 대해서 만큼은 신경이 쓰이고 달갑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북한은 어쨌든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나라 아닙니까.
코 앞에 있는 이웃 나라가 만만치 않은 핵무장 국가로 변신한다는 건, 당연히 달갑지 않은 일일 거구요.
더구나 국제관계에선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말이 있는데, 훗날 혹시라도 관계가 틀어진다면, 러시아 입장에선 정말 악몽같은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게 되는거죠.
쇼이구 장관 입장에선, 핵무장 욕심을 키우고 있는 북한을 보며 상당한 경계심도 들지 않았을까, 전 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앵커]
북한이 이번 열병식 연설에서 또 한 번 대미 메시지도 내놨는데요.
위협 수위가 상당히 높았던 것 같습니다.
이 내용도 좀 정리를 해주시요.
[기자]
열병식 연설은 김정은 위원장 대신 강순남 북한 국방상이 했는데요.
초점은 역시 미국이었습니다.
강 국방상은 "이제는 조선반도에서 핵전쟁이 일어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언제 어떻게 핵전쟁을 일으키겠는가 하는 것이 문제"다, 이렇게 위협했습니다.
미국이 핵으로 공격하면 북한의 보복 핵공격에 미국 역시 멸망하게 될 거다, 이런 위협인데, 최근 북한의 선제 핵공격에 '정권 종말'을 거론한 한미의 경고에 대한 맞불 놓기식 대응으로 보이는데요.
하나 더 주목해볼 건, 당초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열병식 연설을 할 것으로 예상이 됐는데,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지 않은 부분입니다,
메시지 수위를 조절한 건지, 아니면 최근 주요 국가행사에서 김 위원장이 연설에 나서지 않고 있는데, 이런 차원에서, 다른 공통적인 이유가 있는 건지, 현재 여러 해석이 분분한 상황입니다.
[앵커]
이번 열병식의 내용과 의미, 지금까지 여러 각도에서 짚어봤는데요.
앞으로도 예의주시해야 할 대목들, 총론 차원에서 다시 한번 정리해주시죠.
[기자]
우선은 역시 한미일-북중러 라는 진영 간 신냉전 구도가 더욱 명료하게 확인된 무대였다, 다시 한 번 이렇게 요약해 볼 있을 것 같습니다.
북중러 최고위, 고위급 인사들이 주석단에 올라 어깨를 나란히 한 채, 한미일을 겨냥한 핵 미사일들의 등장에 거수경례를 하고 박수를 치고 하는 장면들이 발신하는 대외적 메시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겠죠.
또 하나는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공식적인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받는 다섯 국가 이른바 'P5' 중에서 두 개 국가 대표를 공식 초청해 자신들의 핵 무력을 거침없이 과시한 측면인데요.
핵 강대국들이 자신의 핵 개발을 공식적으로 공개적으로 용인하고 있다, 이런 점을 부각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되는데, 앞으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북한의 대외적 행보가 더욱 노골화되지 않을까 그런 예상을 해볼 수 있는 대목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북중관계, 최소한 군사적 측면에서의 북중관계 부분인데요.
여기에서는 아직은 좀더 두고 봐야할 대목들이 적지 않아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북중러 결속의 방향성 만큼은 확실해 보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북중, 북러, 중러 사이의 온도차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거거든요.
일각에선, 중국이 이번에 최고지도부 일원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대신, 다소 애매모호한 위치의 인물을 보낸 점 등을 놓고 볼 때 다소 거리를 두는, 절제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런 분석도 나오는데, 역시 주목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앵커]
다음 달 18일에는 미국 워싱턴DC 인근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립니다.
한미일이 3국 정상회의만을 위해 별도로 모이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 북핵 위협, 그리고 본격화된 북중러 연대 행보에 대해 어떤 대응 방안들을 논의할지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오늘 한반도 브리핑 여기에서 마치겠습니다.
이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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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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