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혼내서 때렸어요”...699만명 ‘느린학습자’ 치료 가능할까 [스물스물]

이지안 기자(cup@mk.co.kr) 2023. 7. 29.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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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우울증 및 경계성 지능인이라 밝힌 초등학생에게 폭행당한 담임교사가 팔에 부상을 입은 모습. [사진 제공=서울교사노동조합]
지난달 30일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 A가 담임교사를 폭행해 교사가 전치 3주 진단을 받은 소식이 전해졌다. A학생 측 부모는 “아이가 경계성 지능에 해당한다. 신경 써달라 했는데 선생이 아이를 차별하고 혼내서 벌어진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A학생은 경계성 지능 외에도 분노 조절 등의 문제가 있어 하루 한 시간 특수반 수업을 듣는 학생이라고 전해졌다.

이를 두고 경계성 지능인에 대한 관심이 쏠렸다. 경계성 지능인이 특수 교육의 대상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묻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매일경제가 취재한 결과 A는 특수한 경우로 다수의 경계성 지능인은 일반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듣고 있는 실정이다.

초등학교 3학년 재학중인 경계성 지능인을 자녀로 둔 한 엄마는 “특수교사도 경계성 지능인에 대해 교육받은 바가 없어 특수학급으로의 편입을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내 아이를 특수학급에 보내려 했을 때 상담한 선생님이 못 받는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경계성 지능인은 지적장애 기준에 미달하기 때문에 장애인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따라서 특수교육 대상자가 아니다. 장애정도판정기준에 따르면 지적장애의 기준은 지능지수(IQ) 70 이하다. 국내 평균 지능지수는 102.35(2023년 기준)인데 반해 경계성 지능인은 지능지수(IQ)가 71~84 사이에 해당한다.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극심한 사회 부적응자는 아니나 인지 속도나 정서 이해, 사회 적응 능력이 남들보다 조금 더딘 수준이다. 그래서 ‘느린 학습자’라는 별칭이 붙기도 한다. 경계성 지능인이 성인이 되면 직업을 구하는 데나 직업 활동 등에 있어 비장애인보다 어려움을 겪는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6월 발간한 ‘경계성 지능인의 현황과 향후 과제’에 따르면 국내 경계성 지능인은 699만 명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 많은 이들이 장애인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별다른 제도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복지 사각지대에 위치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경계성 지능인에 대한 지속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정신과 전문의)는 “경계성 지능인은 정서장애와 품행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지난달 벌어진 초등학생 교사 폭행 사건의 학생도 이러한 경우에 해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계성 지능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품행장애, 간헐적 폭발성, 주의력결핍과잉행동 장애, 우울증 등이 동반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경계성 지능인은 학창 시절에 잘 조절해주고 관리해주면 충분히 나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경계성 지능인을 대상으로 특수반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경계성 지능인이 특수학급을 오가면서 수업을 받는 것은 세계적 흐름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맞춤 수업은 경계성 지능인 학부모들도 일부 동의하는 바다. 경계성 지능인 지원센터인 느린소리 대표이자 경계성 지능인 자녀의 엄마이기도 한 최수진 씨는 “경계성 지능인에 적합한 교육 시스템이 없다”고 강조하며 “일반적인 학교 선생님들은 경계성 지능인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고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해외 참고 사례로 독일을 살펴볼 수 있다. 독일의 돈보스코 직업학교 및 직업교육훈련소는 경계성 지능인을 비롯해 자폐 등 경증 장애가 있는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개별화된 직업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국내 경계성 지능인 학부모들이 경계하는 분리교육에 가깝지만, 경계성 지능인에 적합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다.

남겨진 과제는 제도적 보완이다. 현재 경계성 지능인에 관련된 정책이 부재한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부가 아동복지법 38조에 따라 ‘경계선 지능 아동 맞춤형 사례관리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지만 신청과정이 복잡하고 선정과정이 지난해 무용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지원책 마련에는 실태조사가 우선이다. 임 교수는 “경계성 지능인은 보고서에 나온 699만 명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며 “특히 경증 장애 같은 경우 부모가 ‘낙인찍힌다’라는 느낌이 들어 외면하는 경향이 있고 경계성 지능인 판정을 받아도 제도적 지원이 부재해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경계성 지능인을 위한 실질적 지원책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월 경계성 지능인의 생애주기에 따라 적합한 복지를 제공하기 위해 ‘경계성지능인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경계에 위치한 경계성 지능인의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국가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배경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경계성 지능인 학생의 학부모는 “그간 국가 복지 및 교육 과정에서 배제돼 있던 경계성지능인을 논의 테이블에 올려놨다는 점에서부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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