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 대신 장비탓? 필요하면 만들어버린 공학천재의 취미 생활 [추동훈의 흥부전]
[브랜드로 남은 창업자들-11] 하워드 헤드
귀족들의 스포츠라 불리는 테니스, 최근 국내에선 MZ세대를 중시임으로써 골프를 뒤잇는 대세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요. 매너와 격식,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며 고귀한 스포츠임을 자부하던 테니스의 대중화가 눈에 띄는 상황입니다.
테니스 인증 SNS 게시물이 줄을 잇고 테니스 관련 TV 프로그램이나 콘텐츠도 우후죽순 늘어나며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데요. 테니스 용품에도 바로 창업자의 이름을 딴 브랜드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바로 세계적인 스포츠 용품 브랜드 헤드의 이야기입니다.
스포츠와 포커 등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겼고 사교생활을 좋아했던 헤드는 1946년 우연히 미 동북부에 위치한 버몬트 주의 스토우로 나들이를 떠납니다. 춥고 눈이 많은 지역인 버몬트에 갔던만큼 스키를 한번 타보게 됐습니다. 그 취미생활이 헤드의 인생을 바꿔 놓았습니다.
스키의 매력에 푹 빠진 헤드는 슬로프에서 넘어지고 넘어지길 반복하며 더 잘 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보통 자신의 운동부족을 탓하던 다른 친구들과 달리 헤드는 스키 장비가 문제라고 그 탓을 돌렸습니다. 일반인이 그런 소리를 했다면? 핑계라고 치부할 수 있겠지만 오늘의 주인공 헤드는 하버드대를 졸업한 엔지니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무려 회사를 그만두고 스키 개발에 몰두한 것입니다. 부족한 수입은 또 다른 취미였던 포커 게임을 통해 충당할 정도로 뛰어난 포커 플레이어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기존 직장이 있던 볼티미어 시내의 한 창고를 임대해 기술 개발에 매진합니다.
당시 스키는 길고 무거웠습니다. 특히 히코리 나무로 만들어져 있던 당시의 스키는 착용감도 좋지 않을 뿐더러 쉽게 부서지거나 망가져 비용 부담 역시 만만치 않았습니다. 문제를 파악한 헤드는 항공기에 쓰이는 금속과 합금 등을 이용해 이를 다시 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헤드는 아예 250달러를 주고 톱을 구입해 시간이 날때마다 가벼우면서 속도를 잘 낼 수 있는 스키 디자인에 몰두했습니다.
시련도 많았습니다. 처음 생산한 시제품은 가볍기는 했지만 잘 부서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여러 차례 좌절도 있었지만 세계적인 스키 선수들의 격려끝에 나무 스키만큼 강하면서 무게는 절반인 헤드의 스키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개발을 완료한 헤드는 1950년 자신의 회사를 헤드 스키 컴퍼니로 이름 짓고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갑니다. 대중적인 스키 제작 대신 값비싼 소재와 제품 경쟁력을 앞세운 헤드는 곧바로 시장을 장악하진 못했지만 뛰어난 성능과 제품 경쟁력으로 이름을 조금씩 알려나갔습니다.
스키 사업이 커지며 이제 여유가 생긴 헤드. 그런데 여기서 또다시 발명왕 헤드의 취미생활이 빛을 발합니다. 바로 테니스입니다. 스키와 비슷하게 테니스 역시 헤드에게 쉽지 않은 스포츠였습니다. 평소 테니스를 즐겨 치던 헤드는 1968년 회사에 테니스 사업부를 만들어 US오픈에서 최초의 금속 테니스 라켓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십여 년간 헤드 스키를 경영하며 일에 몰두했던 그는 1969년 회사를 매각하고 아예 은퇴를 택했습니다. 돈도 벌 만큼 벌었고 회사도 충분히 키웠다고 판단한 것이죠.
헤드는 라켓의 스위트 스팟, 즉 공을 멀리, 잘 보내기 위한 지점을 잘 찾을 수 있게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 기존의 라켓보다 사이즈가 더 크고 목재 대신 흑연을 이용한 라켓을 만들어 냅니다. 가벼우면서 튼튼한 이 라켓은 결국 수백 년의 역사를 대신해 새로운 업계 표준이 됐습니다.
이렇게 본인이 불편하면 만들어 버릴 수 있는 능력, 위대한 창업자들이 가지고 있는 치트키 같은 것인데요. 마이크로소프트 제국을 세운 빌 게이츠나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역시 본인이 직접 코딩을 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버리는 것처럼 스키와 라켓을 직접 만들어 버리는 하워드 헤드의 폼은 굉장히 클래식한 멋스러움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저도 올해 남은 기간동안 한번 테니스를 배워볼까 싶은데 헤드 라켓도 한번 고려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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