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으로 가르치고 싶을 뿐"…거리 쏟아져 나온 검은 옷 교사들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인근 도로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식 및 교사생존권을 위한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교사 처우 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3.7.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를 추모하는 전국 각지 교사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과 교사의 교육권 보장, 아동학대처벌법 개정 등을 촉구했다.

전국 교사들의 자발적 모임인 '전국교사일동'은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경복궁역 일대에서 '7·29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집회'를 열었다. 당초 신고된 인원은 8000여명이었지만 주최측 추산 3만여명이 거리에 모였다.

5000여명이 모인 지난 22일 첫 집회보다 훨씬 더 많은 교사와 예비교사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자발적으로 참가자를 모집했다. 이날 낮 최고 기온이 33도가 넘으면서 폭염 경보가 내려졌지만 교사들은 검은색 계열의 옷을 입고 집결했다. '교육환경 조성하라' '교사의 교육권 보장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이들은 이날 발표한 성명문에서 "이 집회는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을 비난하기 위한 집회가 아니고 가르치고 싶은 교사, 배우고 싶은 학생들에게 정상적인 교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사를 넘어 교육을 위해,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살아갈 우리 모두를 위해 모였다"며 "교육이 더는 무너지도록 둘 수 없다. 다시 뜨거운 열정으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한 초등학교 교사는 자신이 아동학대범으로 몰려 1년간 재판을 받고 무죄를 선도받은 사연을 공유하기도 했다.

그는 "몇년 전부터 싸우는 학생을 몸으로 막으면 신체적 학대, 큰소리를 치면 정서적 학대, 세워놓거나 훈계하는 것조차 아동학대로 판정받는 현실 때문에 살얼음 위를 걷는 심정으로 아이들 앞에 섰다"고 말했다. 이어 "아동학대처벌법이 교사의 손발을 묶고 교사를 협박하는데 악용되지 못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경찰과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서초구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경찰은 A씨가 숨진 원인을 찾기 위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앞서 확보한 A씨의 일기장을 분석하는 한편 그와 함께 일했던 교사들을 모두 불러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