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서도 연구중인데”...챗GPT 유행에 ‘가짜전문가’ 판쳐
스타트업 ‘그로윙업’은 지난 3월 크라우드 펀딩(인터넷 모금) 사이트 와디즈에 ‘챗GPT를 활용해 돈을 버는 법을 알려준다’며 최대 15만9000원에 강의와 책을 판매했다. 3000여 명이 몰려 모금액이 5억원 가까이 모였지만, 과장광고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면서 모금액이 3억원 아래로 떨어졌다. 고려대생들로 구성된 이들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챗GPT 사용법을 배운 상위 1% 개발자가 돈을 버는 방법을 알려 주겠다”고 했지만 사실은 6일간 실리콘밸리의 한 스타트업 회의에 갔다온 것을 과장한 것이다. 와디즈 측은 광고 내용 중 과장된 부분이 있다며 내용을 수정했다.
미국 오픈AI의 챗GPT가 관심을 끌면서, 이른바 ‘가짜 전문가’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챗GPT를 주제로 시판되고 있는 전자책은 200권이 넘는다. 하지만 저자나 강사 중 다수는 해당 전문지식과 전혀 관련 없는 직종에서 일하다가, 몇달 만에 ‘전문가’로 탈바꿈해 이익을 취하고 있는 실정이다.
편입학원에서 영어강사로 일하던 A씨는 지난 4월 챗GPT 관련 교육 회사를 세우고 소장을 맡고 있다. 관련해 책도 출판했다. A씨는 본인 소개에 “공대 출신도 아니고 엔지니어도 아닌 인문학도지만 챗GPT를 초창기부터 써왔다”며 “테크 지식이 웬만한 전문가 못지 않다는 걸 알게돼 책을 썼다”고 했다. A씨가 운영하는 회사는 100만원에 가까운 ‘챗GPT 및 AI 강사 과정’을 판매하기도 했다.
다른 강의들 역시 프로그래밍 관련 전문 지식을 앞세우기보다는 “챗GPT를 통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마케팅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며 강의를 판매하고 있다. 미국에서 무료로 풀린 자료들을 번역하고 짜깁기해 만든 교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챗GPT 수익화에 대해 우려를 보이고 있다. 챗GPT 관련 대형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관계자는 “챗GPT 공부에 대한 공부는 전혀 하지 않은 채 마케팅 분야에서 조금 활용해 본 것을 강의로 판매하는 게 문제”라며 “챗GPT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아직 제대로 밝혀진 부분이 많지 않다”고 했다. 한 개발자는 “강사 중에 제대로 챗GPT를 이해하지 못한 채 조금 활용해 본 경험을 토대로 가르치는 사람도 있었다”며 “과대광고에 속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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