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이탈해서..." 최원태 보낸 키움의 과감한 선택, 내년 역대급 신인 풍년 믿었다

김동윤 기자 2023. 7. 2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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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키움 최원태.
2022 한국시리즈에서의 최원태(왼쪽).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치열한 순위 경쟁 중인 키움 히어로즈가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토종 2선발 최원태(26)를 트레이드하는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 하지만 키움은 가을야구도 포기하지 않았다.

고형욱 단장은 29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25일쯤 LG에서 먼저 최원태를 줄 수 있냐고 문의가 왔다. 우리로서도 트레이드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정후 선수가 빠지긴 했지만, 래리 도슨이 와서 공격이 활발해지려는 분위기였다. 만약 (이)정후가 전력에서 이탈하지 않았으면 조금 더 고민이 길어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키움은 "LG로부터 내야수 이주형과 투수 김동규, 2024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받고, 투수 최원태를 내주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인헌초(용산구리틀)-서울경원중-서울고를 졸업한 최원태는 2015년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했다. 2016년 데뷔한 그는 히어로즈에서 8시즌 간 184경기에 출전, 66승 48패 평균자책점 4.27, 963⅓이닝 675탈삼진을 기록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호투를 기점으로 훈련 루틴에 변화를 주고 포심 패스트볼 구사율을 늘리면서 올 시즌 17경기 6승 4패 평균자책점 3.25, 102⅓이닝 78탈삼진으로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었다.

키움은 최원태를 떠나보내면서 또 한 명의 프랜차이즈 스타를 잃게 됐다. 이제 목동야구장 시절을 기억하는 1차 지명 및 1라운드 지명 선수는 올해 12월 23일 복귀할 조상우(29·2023년 1라운드 전체 1번)와 임병욱(28·2014년 1차 지명)뿐이다.

고 단장은 "지난 8년 동안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해준 최원태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새로운 팀에서도 좋은 활약 이어 나가길 바란다"고 진심을 전했다.
9위 키움의 과감한 선택, 왜 지금이었나... 이정후 이탈 나비효과, 최원태 자리는 베테랑 정찬헌이 메운다
키움 이정후.
키움 정찬헌.
키움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 후 2023시즌을 대비해 대대적인 보강을 했다. 지난 겨울 FA 원종현(36)과 4년 총액 25억 원, 퓨처스 FA 이형종(34)과 4년 총액 20억 원 계약을 했다. 뒤이어 방출 시장에서 임창민(38)을 비롯해 4명의 선수를 보강, 불펜과 내야 뎁스를 채웠고, 외국인 선수도 에릭 요키시(34)만 재계약하고 아리엘 후라도(27), 에디슨 러셀(29)을 새로 영입해 한국시리즈 도전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주축 타자 이정후의 초반 부진을 시작으로 타선이 삐걱거렸다. 4월 27일 불펜 투수 김태훈을 삼성 라이온즈에 내주고 내야수 이원석(36)을 데려오기까지 했으나,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7월 28일 경기를 마친 시점에서 키움의 타격 지표는 KBO 10개 팀 중 타율 9위(0.253), 홈런 공동 9위(39개), OPS 10위(0.673)으로 최하위를 달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정후가 이달 23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수비 도중 발목 부상을 당하면서 키움의 가을야구 도전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이정후는 결국 27일 왼쪽 발목 신전지대 수술을 받았고 재활까지는 약 3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정규 시즌 내 복귀가 힘들어졌다.

고 단장은 "우리 구단은 2022시즌이 끝난 후 정상 정복을 위해 나름대로 전력 강화를 준비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시즌 중반을 넘어선 가운데 조금 더 냉정을 찾고 구단의 현재 전력상 약한 부분 보강과 미래 전력 강화를 심각하게 고민한 끝에 이번 트레이드를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정후의 수술이 결정되면서 키움과 LG의 트레이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선발 보강을 원했던 LG와 가을야구 진출을 위한 타선 보강과 팀 리빌딩 모두를 바랐던 키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최원태가 빠진 선발 공백은 6선발 정찬헌(33)이 메운다. 2023시즌 시작 직전 키움과 2년 총액 8억 6000만 원의 FA 계약을 한 정찬헌은 전반기 5선발로 활약하면서 11경기 2승 5패 평균자책점 3.94를 기록했고, 퓨처스리그에 가서도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4경기 평균자책점 2.08을 마크했다.

잔여 경기가 가장 적은(51경기) 시점에서 키움은 41승 3무 49패로 9위에 머물러있지만, 올해 KBO리그 중위권이 역대급 혼전을 벌이고 있는 탓에 4위 NC 다이노스와 5.5경기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고 단장은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시즌을 포기할 순 없었다. 아직 4위와 경기 차가 많이 나지 않는다. (이주형 영입에는) 이정후가 빠진 영향도 조금 있다. 공격력을 강화하고 싶었다"면서 "정찬헌이 퓨처스리그에서 공을 던지고 있는데 올라와서 막아주면 선발진을 운영하는 데 크게 무리가 없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프로 4년 차·1군 35타석' 이주형-'퓨처스 ERA 4.08' 김동규, 왜 이들이었나... 키움은 아직 가을을 포기하지 않았다
LG 이주형.
LG 김동규./사진=LG 트윈스
프랜차이즈 스타를 내주고 데려온 이주형과 김동규에도 많은 관심이 쏠린다. 경남고를 졸업한 이주형은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전체 13순위로 LG에 입단했다. 내·외야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선수로 빠른 주력과 정교한 타격이 장점이다. 지난 2월 전역한 뒤 이번 시즌 18경기에 출전해 4안타 2타점 2득점 타율 0.267을 기록했다.

성남고를 졸업한 김동규는 2023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7번으로 LG에 입단했다. 큰 키에 유연성이 좋고 하드웨어를 활용해 위력적인 공을 던진다는 평가. 올 시즌 퓨처스리그 9경기에 선발 등판해 3승 5패 평균자책점 4.08을 기록했다. 키움은 "정교한 타격이 장점인 이주형은 득점 지원에, 선발 자원인 김동규는 불펜에서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냉정히 말해 이주형은 프로 4년 차에도 1군에서 35타석밖에 받지 못했고, 김동규는 퓨처스리그 평균자책점 4.08을 기록 중인 신인일 뿐이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내부 기대치는 조금 더 높았다. 고 단장은 " 하지만 이주형 선수가 우리 팀에서 기회를 받으면 공격력이 조금 더 강해질 거라 판단했다. 우리 내부에서도 평가가 좋았지만, LG에서도 평가가 굉장히 좋을 정도로 잠재력이 충분하다. 현장과 상의하겠지만, 꾸준한 출장을 위해 1루수 백업을 하면서 외야 한 자리를 맡아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동규는 키 195㎝, 체중 100㎏로 신체조건이 정말 뛰어나다. 큰 키에서 나오는 높은 타점에서 최고 시속 148㎞까지 나오는 묵직한 직구를 구사한다. 지난 드래프트 때도 우리가 지명할 생각으로 지켜본 선수인데 LG 가서 더 좋아졌다. 당장 중간 투수로 등판하겠지만, 미래에는 선발 자원도 가능하다고 봤다. 볼이 정말 좋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트레이드로 키움 유니폼을 입게 된 이주형, 김동규는 오늘(29일) 오후 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역대급 드래프트 신인 풀 믿는다' 키움, 3번의 트레이드로 올해 신인 드래프트 1R~3R 픽 추가 확보
마산용마고 장현석(왼쪽)과 장충고 황준서. 장현석과 황준서는 역대급 드래프트 풀을 가졌다 평가받는 2024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 2번으로 평가받는 초대형 유망주들이다. /사진=김동윤 기자
경북고 선수단이 27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8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결승에서 우승 직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키움이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또 한 번 올해 신인드래프트 상위 지명권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지난 겨울 주효상(26)을 KIA 타이거즈로 트레이드하면서 2라운드 지명권을 받아낸 키움은 올해 4월 김태훈을 삼성으로 트레이드해 이원석과 함께 3라운드 지명권을 가져왔다. 이번에는 LG의 1라운드 지명권을 가져오면서 키움은 1R 8번(최원태 트레이드), 1R 9번, 2R 16번(주효상 트레이드), 2R 19번, 3R 24번(이원석 트레이드), 3R 29번으로 3라운드 내에 총 6명의 선수를 뽑을 수 있게 됐다.

올해 드래프트 풀에 대한 어떠한 확신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과감한 행보다. 특히 "마음만 먹으면 KBO 1라운드를 모두 우완 투수로 지명 가능하다"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말이 있을 정도로 뛰어난 우완 투수들이 많다는 평가다. 전체 1번으로 여겨지는 장현석(19·마산용마고)을 필두로 김택연(18·인천고), 육선엽(18·장충고) 등 150㎞를 던지는 유망주만 5명이 넘는다. 좌완 중에서는 황준서(18·장충고)가 단연 톱이다. 최근 경북고의 30년 만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청룡기에서 또 다른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황준서를 "윤영철(19·KIA)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표현했다.

이 밖에도 전준표(18·서울고), 원상현(19·원상현), 김휘건(18·휘문고), 김윤하(18·장충고), 육청명(18·강릉고) 등이 주목받고 있고, 전미르(18·경북고), 조대현(18·강릉고)처럼 투·타 모두에서 재능을 보이는 선수도 있다. 대학야구에서도 1라운드 지명이 가능한 다크호스가 있어 내년 신인 선수 풀은 역대급 풍년이라는 현장 스카우트들의 평가다.

따라서 이번 드래프트에서는 상위 픽을 많이 보유하고 있을수록 유리할 수밖에 없다. 강정호-조상우-김하성-이정후-안우진-김혜성 등 역대급 선수들을 줄줄이 뽑았던 키움은 최근 지명한 선수들의 성장이 다소 지체되면서 꾸준한 성적 유지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이정후가 올 시즌 후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서고, 김혜성의 FA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비가 필요하다. 프랜차이즈 스타를 보내는 과감한 선택을 한 키움이 5강 진입과 리빌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야구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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