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에 있던 이준호는 알았을까? 10년 뒤 배우로 대성공할지 [Oh!쎈 이슈]
[OSEN=하수정 기자] "병원 천장을 보면서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구나' 생각했어요."
배우 겸 가수 이준호가 지난해 '유퀴즈'에서 했던 말이다. 그룹 2PM으로 활동 중 아크로바틱을 연습하다가 심한 부상을 당해 입원했고, 병원 천장을 보면서 자책했던 멘트였다고.
'옷소매'와 '킹더랜드'까지 대박을 터뜨린 대세 이준호를 떠올리면 상상할 수 없는 문장이지만, 지금의 톱스타 자리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신인상부터 대상까지 받은 인기 아이돌 2PM이었지만 데뷔 초반 개인 활동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의욕이 앞선 탓에 스스로에게 실망한 적도 많았고, 다른 멤버들이 연기와 예능을 병행할 때 숙소를 지키며 자신의 차례를 묵묵히 기다렸다.
유재석이 당시의 기분을 묻자, 이준호는 "제가 그 기분 잘 안다. 숙소 많이 지켰다"며 "진짜 많은 생각을 하고 진짜 외롭기도 했다. 질투는 절대 아니고 그냥 '나라는 사람은 언제쯤 사람들한테 온전히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나라는 사람은 언제 알아줄까?'라는 생각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룹에 일조하기 위해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 아크로바틱을 열심히 연습했는데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예정된 그룹 스케줄 때문에 수술을 미룬 채 진통제만 먹고 버티면서 2PM 활동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20대 초반 어린 나이에 "난 쓸모가 없네"라며 절망하다가 만난 게 영화 '감시자들'이었다. "참 신기한 게 기회라는 게 수술하고 일주일 동안 병상에 누워 있을 때 '감시자들' 오디션이 찾아왔다"며 "깁스하고 회복도 안 된 상황에서 수액 맞고 얼굴이 띵띵 부어 있었는데 '무조건 간다'고 했다. 내 마음이 너무 절박했는데 이미 그 절박함은 (깁스한 팔) 여기서 보인 거다. 다행히 감독님이 좋게 봐주셨고, 그때 이후로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며 운명같은 일화를 밝혔다.
2013년 영화 '감시자들'로 데뷔한 이준호는 대선배 설경구, 정우성 사이에서도 막내 다람쥐로 존재감을 발산했고, 300만을 돌파한 '스물'에서 주연으로 활약하며 호평을 얻었다. 이후 기억 KBS2 '김과장'에서 '먹보 소시오패스' 서율로 남궁민과 찰떡 호흡을 보여줬고, tvN '기억', JTBC '그냥 사랑하는 사이', SBS '기름진 멜로', tvN '자백' 등에서 주연으로 작품을 이끌었다. 탄탄한 필모그래피와 그보다 더욱 발전된 연기력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이돌이 흔하게 겪는다는 연기력 논란도 없었는데, 평소 본인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소문나 있다. '그냥 사랑하는 사이' 촬영 당시 주인공 강두에 몰입하려고 부산에서 5개월간 커튼을 닫고 햇빛을 보지 않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나중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흰 콧털이 나고, 헛구역질도 해서 굉장히 힘들었다고.
또한 이준호는 남자 배우들이 제일 부담스러워하는 제대 후 복귀작(MBC '옷소매 붉은 끝동')을 성공시켰고, '전작이 흥행하면 차기작은 잘되기 힘들다'라는 속설마저 깨버렸다. '우리집 준호'의 역주행이 전역 후 좋은 기운으로 작용하며 드라마까지 대박이 터진 것. 이게 단순히 운이 좋아서 였을까?
'기회'란 실력을 갖춘 자에게 찾아왔을 때 그 가치가 더욱 빛날 수 있고, 노력하는 사람에게 행운도 따르는 법이다.
'옷소매'로 국내를 점령했다면, 방영 중인 JTBC '킹더랜드'로 해외 접수를 시작했다.
최근 국내 모든 화제성 지표 1위를 올킬한 이준호는 배우 브랜드평판 두 달 연속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넷플릭스 전 세계 1위까지 거머쥐었다.
넷플릭스 TOP 10 공식 웹사이트에 따르면, '킹더랜드'는 470만뷰와 6,510만 시청 시간(7월 17일~7월 23일)을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부문 영어·비영어 통합 1위에 등극했다.
오리지널 시리즈를 제외한 국내 동시 방영 드라마 중에서 TV부문(영어, 비영어) 통합 1위에 오른 작품은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후 '킹더랜드'가 처음이다. 역대 두 번째 기록인 셈이다.
'킹더랜드'는 한국에서도 매회 11% 이상의 높은 시청률을 나타내 국내와 해외 글로벌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이준호는 올 하반기 일본 아레나 투어 단독 콘서트와 스페셜 싱글 앨범 발표 등 가수 활동에 집중하고, 차기작을 결정해 작품으로 돌아온다. 다재다능한 능력으로 늘 새로운 작품과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이기에 신작이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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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유퀴즈' 방송화면 캡처, 각 영화 드라마 포스터 및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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