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가 ‘동전 테러’까지”… 유치원 교사도 보호해주세요 [긴급점검]
최근 교권 향상 논의·대책에 유치원 교사는 소외된 모양새
“학부모가 유치원 교사를 교사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 많아”
전문가들 “유아교육법에 생활지도법 포함돼야” 한목소리
“학부모가 유치원을 찾아와 약 3만원 상당의 동전을 던졌어요.”
서울 한 국공립유치원에서 학부모가 100원짜리 동전이 300여개 든 봉투를 상담실에 던졌다. 왜 그랬을까.
◆폭언과 갑질, 아동학대 신고에 숨죽인 유치원 선생님들
경북 포항시 국공립유치원 A교사는 학부모 폭언과 갑질에 고통받았다. A교사는 물감을 사용하는 교육을 했고 원아 옷에 물감이 묻었다. 학부모는 물감이 묻어 옷을 버렸다는 이유로 분노해 유치원을 찾아왔다. 학부모는 “옷이 얼마인지 아냐”, “당장 물어내라” 등의 폭언을 하며 유치원 현관에 옷을 던졌다.
아이들 다툼을 말렸다가 학부모에게 폭언을 듣는 것도 일상이다. A교사는 교육활동 중 아이들 싸움을 제지했다. 그러자 일과 후 학부모는 A교사에게 전화를 했고 “경력이 몇 년이냐”, “애가 성격이 잘못되는 것은 다 교사 잘못이다”, “유치원에서 다툼이 일어나는 것 자체가 교사 자질이 없어서다” 등의 폭언을 내뱉었다.
인천시 국공립유치원 C교사는 아역 배우를 둔 학부모의 협박에 시달렸다고 털어놨다. C교사는 “아이들끼리 놀다가 얼굴을 맞았는데, 외상이 없어서 해당 사실을 미처 부모에게 말하지 못한 일이 있었다”며 “이후 해당 부모가 아이 인스타그램과 맘카페에 허위사실을 섞어서 글을 올리고, ‘내가 너 가만히 두지 않겠다’ ‘내가 방송국 드나드는 사람인데 그런 건 안 무서우냐’ ‘애가 없어서 그러는 거냐’ ‘교육청에 찔러도 문 안 닫겠지만 경찰에 신고하고 언론에 제보하겠다’ 등의 협박을 했다”고 말했다.
C교사는 “(학부모가)또 아이의 심리치료 비용을 달라며 협박했는데 교육청 변호사에게 자문한 결과 ‘지속 사과했고 더는 응할 필요가 없다’고 답변받았다”며 “이후에도 ‘선생님 끝까지 괴롭히겠다’ ‘아동학대 처벌을 받지 않겠지만 신고할 것’이라고 말하며 아동학대 방임으로 신고했다”고 설명했다. C교사는 조사 후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지만, 4개월여 조사 과정 동안 큰 고통을 받았다. 그는 현재 심리치료 5개월, 약물치료 7개월 차며 체중은 7㎏이나 감소했다. 게다가 현장에 있는 게 무서운 나머지 파견 신청으로 현장에서 벗어나 있는 상태다.
당정에서 쏟아내는 논의·대책이 초중고 교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상대적으로 유치원 선생님들은 소외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26일 중대한 교권 침해 행위를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교원지위향상법 개정안, 교사의 생활 지도에 아동학대 면책권을 부여하는 초·중등교육법 및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 등 교권 회복을 위한 법 통과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진보 교육감들 주도로 7개 시·도교육청에서 도입된 학생인권조례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윤지혜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유치원은 사립유치원, 국공립유치원 등 다양한 유형으로 구성돼 있으며 같은 연령의 유아를 보육하는 사회복지시설인 어린이집도 있다”며 “모두를 포괄해서 개정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국회에서는 계속 유아교육법 개정에 대해서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국회에서 개정을 추진 중인 교육지위법이 유아교육법보다 상위법이기 때문에 교원에 포함되는 유치원 교사도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유아교육법에 생활지도법이 포함돼야 유치원 교사가 생활지도법을 근거로 정당한 교육활동을 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역시 유치원 교사들의 교권 또한 초중고 교사와 마찬가지로 법률에 의해 보호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손혜숙 한국전문대유아교육과교수협의회장은 “유아교육법상에 생활지도법이 포함되어 유치원 교사도 교권을 보호받아야 한다”면서도 “그럼에도 생활지도법이 악용돼 유아교육 과정에서 아동학대 등의 과잉된 지도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의 생활 지도에 대한 권리가 보장되면서 아이들의 인권과 권리가 충분히 보장될 수 있는 균형 잡힌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미래교육연구팀 연구위원은 “학부모가 유치원 교사를 교사로 인정하지 않아 발생하는 교권침해 사건이 많다”면서 “가령 유아가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 기존 수업방식을 비판하면서 한글과 숫자 위주의 교육을 바라는 등 유치원 교사를 가르치는 사례가 그렇다”고 꼬집었다. 그는 “유아교육법에 생활지도법이 포함돼 유치원 교사의 교권이 보호되었으면 한다”며 “어쩌면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는 부분인데, 교권이라고 칭하며 교사의 권리를 찾아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아울러 “(교육지위법이 개정되면) 유치원 교사도 교원에 해당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겠지만, 유아교육법이 개정되어야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고, 유치원 교사의 교권 회복이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조성민 기자, 김지호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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