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사먹기 겁나네” 생수 1천원 시대… 휘발유보다 비싼 물값?
“날 더워서 물 좀 마시려다 깜짝 놀랐어요. 기름값보다 물값이 비싸더라니까요.”
수원의 한 편의점에 방문한 정모씨(63)는 생수 가격에 깜짝 놀랐다. 오전에 방문한 주유소에서 본 휘발유값보다 생수값이 더 비쌌기 때문이다. 정씨는 “물값이 이렇게 비싼지 몰랐다”며 “해외서 여러 공정을 거쳐 들어오는 석유보다 국내서 생산되는 물이 더 비싼 이유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생수 물가 상승률이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갈수록 오르는 생수값에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폭염 등으로 여름철 생수 수요는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필수재인 생수의 가파른 가격 인상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수값은 용량별, 판매처별 다르게 형성되는데, 소비자의 접근성이 좋은 편의점이 대형마트 등과 비교해 가격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경기일보 취재진이 시중 편의점에 유통되는 생수(500㎖) 6종류를 분석한 결과 생수 가격은 700원에서 2천200원대 사이에 형성, 평균 1천125원꼴이었다. 가장 비싼 제품은 수입 제품인 ‘에비앙’(2천200원)이었고, GS와 CU의 PB(Private Brand) 상품인 ‘지리산맑은샘물’과 ‘HEYROO미네랄워터’는 각각 700원으로 가장 저렴했다. 국내 생수 시장 점유율 1·2위인 광동제약의 ‘제주삼다수’와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는 각각 1천100원이었다.
이를 같은 날 기준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게재된 휘발유의 ℓ당 평균 가격(약 1천602원)과 같은 단위로 환산해 비교할 시 ‘기름값’(160.2원/100ml)보다 ‘물값’(225원/100ml)이 더 비싼 격이었다.
생수값 상승의 주된 이유는 업계 1,2위 제품들의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생수시장 점유율 1위인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는 지난 2월 ‘제주삼다수’ 출고가를 평균 9.8%,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12월부터 ‘아이시스’ 등 생수 제품 출고가를 평균 8.4% 올렸다. 업계에선 생수 마진율이 약 50%로 높은 편이고, 생수에 활용되는 페트값, 물류비용 상승 등도 원인으로 꼽았다.
국내 한 생수 제조업체 관계자는 “원‧부자재 및 물류비가 지속적으로 인상함에 따른 원가 인상 압박으로 불가피하게 출고가를 인상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생수가 필수재인 만큼 유통 과정, 유명 브랜드의 시장 지배력 등을 고려해 지나친 가격상승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물은 필수적인 소비재로 가격이 높아져도 소비를 줄이지 못한다는 특성이 있다”며 “특히 ‘물’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이 ‘건강하고 품질 좋은 물’을 마셔야 한다는 인식이 갈수록 형성되고 있는데, 이것이 업계 마케팅 트렌드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며 “시장 점유율이 높은 브랜드가 가격을 올릴 시 연쇄적으로 업계 전체 가격이 인상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유통 구조상 소비자가 불이익을 감수하게 되는 점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는 상품을 낱개로 판매할 수밖에 없는 편의점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관계자는 “유명 생수 브랜드는 마진율이 33%, 비교적 소비자 선호도가 떨어지는 제품은 60~70%가량의 마진이 남지만 이들은 1+1행사 등을 많이 해 다른 유통채널과 비교해 마진이 큰 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나경 기자 greennforest2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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