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일 수도 있었다"…잇단 또래 참사에 일상 공포 사로잡힌 MZ세대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21일 발생한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으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일상에서 느끼는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임 교수는 "또래 세대의 참사나 범죄에 자주 노출되다 보면 비슷한 범죄가 발생했을 때 과거 트라우마를 자극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며 "MZ세대가 겪는 심리적 문제가 이어지면 앞으로 10년, 20년 뒤 미래 사회의 안전도 담보할 수 없다"고 경계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 잇단 또래 참사 발생에
"아무도 나를 보호해주지 않을 것" 불안 증폭
SNS로 무분별 정보 공유·사회 신뢰 부족 영향
트라우마 반복되면 10년 뒤 미래 안전도 위험
"내가 당할 수도 있었던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 추모공간에 붙은 포스트잇 中
지난 21일 발생한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으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일상에서 느끼는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 3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20대 남성이 목숨을 잃고, 30대 남성 셋도 크게 다쳤다. 지난해 10월 159명이 숨진 '이태원 참사'와 올해 6월 '정유정 살인사건' 등 유독 또래가 희생된 사건사고가 잇따르면서 누구나 피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과 두려움이 증폭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불안·공포·무기력 호소하는 MZ, 이유는
MZ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새로운 범죄가 일어나니 우울하다', '사회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 지 오래다' 등 불안과 무기력을 호소하는 글이 다수 공유되고 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조모(26)씨는 "신림동 사건 이후 큰길처럼 사람이 많은 곳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아무도 나를 보호해줄 수 없다는 생각에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심리적인 불안 때문에 당분간 신림동 근처는 찾기가 꺼려질 것 같다"고도 했다.
'묻지마 범죄'가 처음 발생한 것도 아닌데 유독 MZ세대들이 불안을 호소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사회적으로 충격이 큰 사건이 이들 세대에 심리적, 물리적으로 가깝게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범죄가 발생한 장소를 자주 오가거나, 피해자가 또래일 경우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얘기다. 심민영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최근 발생한 사건 피해자들이 대체로 젊은 층"이라면서 "자신과 유사한 상황에서 피해가 발생했다고 할 때 일종의 동일시 현상이 작용해 두려움이나 불안을 크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전에 대한 인식도 과거 세대와 다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기성세대는 과거에 재난이나 연쇄살인범이 저지른 강력범죄 등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지만, MZ세대는 비교적 강력 범죄나 대형 재난 등에 노출될 기회가 적었다"며 "사회 발전으로 안전한 사회라는 인식이 큰 이들이 무방비로 상상하지도 못한 참사나 범죄에 노출되면서 충격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개인이 느끼는 불안도 과거보다 커졌다. 임 교수는 "치안 강화 등 사회는 과거보다 안전해졌을지 몰라도 개인은 더 불안해졌다"며 "특히 신림동 사건처럼 일상에서 '묻지마 범죄'가 발생하면서 젊은 세대들의 두려움은 더 커졌다"고 말했다.
MZ세대가 즐겨 사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제되지 않은 정보가 무분별하게 공유되면서 불안심리를 자극한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하주원 연세숲정신건강의학과 원장(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은 "범죄에 대한 자극적인 정보는 접할수록 무뎌지기보다 오히려 심리적 충격을 자극할 위험이 있다"면서 "반복할수록 취약성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잇단 참사에 취약해진 MZ, 10년 뒤가 더 위험
문제는 젊은 세대의 불안이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하 원장은 "일상에서 과도한 불안이 생기면 초반에는 작은 자극에도 놀라고 예민해진다"며 "하지만 불안이 지속되면 오히려 자극에 둔해지고 멍해지는 등 무기력으로 연결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심 센터장도 "MZ세대의 우울과 불안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태원 참사 등 해당 세대와 관련한 사건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면서 사회에 대한 신뢰를 다지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임 교수는 "또래 세대의 참사나 범죄에 자주 노출되다 보면 비슷한 범죄가 발생했을 때 과거 트라우마를 자극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며 "MZ세대가 겪는 심리적 문제가 이어지면 앞으로 10년, 20년 뒤 미래 사회의 안전도 담보할 수 없다"고 경계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MZ세대 불안을 낮추고 안정을 찾기 위해 먼저 ①심리적 충격을 유발할 수 있는 범죄 정보나 관련 영상을 찾아보기보다 멀리하고 ②많은 사람을 만나기보단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과 만나는 폭이 좁은 생활을 할 것을 권했다. 또 ③운동이나 명상으로 몸의 긴장을 풀어주거나 ④불특정 다수와 이타적인 활동을 해 공동체 의식을 높이는 것도 사회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된다.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자녀 결혼에 1.5억?"... 혜택은 상위 13%만 누린다
- 전현무, 10kg 감량 비법 공개 "현재 몸무게 75kg"
- 아동학대 밝히려 '몰래 녹음'한 주호민, 증거능력 인정될까
- 서울 출장 간다던 현직 판사, 알고보니 '조건만남 성매매'
- [단독] "교도소 가기 전 할머니 보러 간다"... 조선, 범행 예고 정황 속속
- [단독] 개그맨 김병만, 악플러 고소 "긴 고통의 시간 견뎠죠"
- 대필 의뢰가 들어왔다, 노인은 연쇄살인마였다
- 만사 제치고 달려가는 서포터즈… 그들이 축구에 미친 이유는
- 차로 변경에 앙심 품고 고속도로서 급정차… 사망사고 낸 30대 구속 기소
- 조병규 측, 학폭 폭로자 "100억 걸고 검증" 제안에 "대응 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