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학부모에게 ‘법적 책임 물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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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21년부터 지속적으로 전화하는 단골 민원인에게 또 전화가 왔습니다.
그런데 '고객이 왕'인 나라에서 민원인의 '비위'를 맞추지는 못할망정 갑질에 항의해 업무 중단을 요구하는 대찬 직장인이 몇이나 될까요? '진상 고객'으로부터 직원을 보호하지 않았다고 과태료를 받은 사용자가 있기는 할까요? 결국 고객의 폭언과 팀장의 질책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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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인 갑질
Q. 2021년부터 지속적으로 전화하는 단골 민원인에게 또 전화가 왔습니다. 상습적으로 묻고 또 묻고, 맞다고 안내해도 그게 맞냐고 거듭 되묻고. 고의성이 다분해 매번 왜 같은 문의를 하시느냐 반문했더니 시비를 걸었고, 민원이 걸려 팀장에게 넘어갔습니다. 팀장이 다른 근무자들이 있는 곳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반말로 다그쳤습니다. 민원인을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받으래요. 악성 민원인이 많은데 왜 아무 조처도 안 해주는지 너무 괴롭네요. (2023년 7월 닉네임 ‘괴롭다’)
A.계속 전화해서 악의적으로 ‘시비 털고’ 못살게 구는 행위는 명백한 ‘갑질’입니다. 그런데 민원인 갑질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근로기준법은 ①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②같은 직장에서 한 행위만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해서, 민원인 갑질은 ‘직장 외’ 괴롭힘이라고 할까요? 직장에서 당한 일인데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니, 참 웃기는 법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할 수 있는 사람은 팀장입니다. 팀장이라는 ①지위를 이용해, 여럿이 있는 곳에서 고래고래 소리 질렀으니 ②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었다고 볼 수 있고 ③그로 인해 고통을 받았다면 직장 내 괴롭힘 3대 요건에 해당됩니다. 이런 행위가 반복됐다면 확실하겠죠. 녹음, 목격자 증언 등을 모아 신고하면 됩니다.
민원인 갑질도 법이 있기는 합니다. ‘감정노동자 보호법’이라고 부르는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인데요. 회사는 고객 폭언에 대해 예방 조치와 노동자 보호 조치를 해야 합니다. 폭언이 발생했거나 우려될 경우 ①업무 중단·전환 ②휴게시간 연장 ③치료·상담 지원 ④법적 소송 지원을 해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1천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또 업무 중단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하면 1년 이하 징역 등에 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고객이 왕’인 나라에서 민원인의 ‘비위’를 맞추지는 못할망정 갑질에 항의해 업무 중단을 요구하는 대찬 직장인이 몇이나 될까요? ‘진상 고객’으로부터 직원을 보호하지 않았다고 과태료를 받은 사용자가 있기는 할까요? 결국 고객의 폭언과 팀장의 질책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UCLA) 나오미 아이젠버거 교수는 2011년 마음의 고통과 신체의 아픔은 실제 뇌의 같은 영역에서 반응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언어폭력이 폭행만큼 큰 상처를 주고 나아가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합니다.
일기예보(주의보→경보)나 재난기본법(관심→주의→경계→심각)처럼 고객 갑질의 단계를 정하고, 직원이 ‘주의’를 알리면 팀장이 민원을 같이 듣고, 심각해지면 팀장이 책임지는 구조를 갖췄다면 어땠을까요? 교사들이 자기 아이밖에 모르는 학부모 때문에 위기감을 느꼈을 때 학교 관리자들이 녹음파일을 같이 듣고, 교사를 보호하면서 대책을 마련했다면? 교육청·학교 차원에서 갑질 학부모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면?
‘있으나 마나’ 한 감정노동자 보호법. 그마저도 교사나 공무원에게는 적용되지도 않는 나라에서 오늘도 상사와 민원인 ‘쌍갑질’을 견뎌내는 직장인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세상을 떠난 초등학교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
직장갑질119에서 평범한 직장인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노동권·인권 침해에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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