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에서 위협받는 건강·안전…온열질환, 일하다 쓰러지는 사람들
29일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 등에 따르면 장마가 종료되며 폭염특보가 내려진 지난 26일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46명, 다음 날에는 62명이었다.
온열질환은 폭염에 오래 노출됐을 때 발생하는 열사병과 열탈진, 열실신, 열부종, 열경련 등의 질환을 말한다. 감시체계 운영이 시작된 지난 5월20일부터 7월27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누적 온열질환자는 868명, 추정 사망자는 3명이다.
연령별로는 50대가 183명(21.1%)으로 가장 많았고, 60대는 146명(16.8%), 40대와 20대는 동일하게 123명(14.2%)이었다. 온열질환자의 26.2%(227명)는 65세 이상 고령층인 것으로 조사됐다.
질환별로는 과도한 발한·피로·근육경련·구토 증상 등을 보이는 열탈진이 50.7%로 전체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장소별로는 작업장(31.6%), 시간대별로는 10~12시(18.0%)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
기상청은 주말 내내 불볕 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질병청은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야외 활동 자제를 권고했다. 꼭 밖에 나가야 한다면 챙이 넓은 모자나 밝고 헐렁한 옷을 착용하고, 충분한 수분 섭취와 이뇨작용 등을 일으키는 커피 등 카페인 음료의 섭취 자제도 조언했다.
두통, 어지럼증 등 온열질환 초기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시 시원한 장소로 이동한 뒤 옷을 헐렁하게 하고 몸을 식혀야 한다. 특히 임신부의 경우 일반 사람들보다 체온이 높아 더욱 온열질환에 주의해야 한다.
◆노동자에겐 있으나마나 한 폭염 대책
‘폭우 아니면 폭염’. 올 여름 더욱 심해진 극한 기후는 날씨 여파를 온몸으로 맞으며 일해야 하는 이들에게 더욱 큰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 6월 냉방 장비 없는 마트 주차장에서 카트를 정리하던 노동자가 온열 질환으로 사망했다. 택배 기사들은 호우경보가 뜨든 폭염경보 아래에서 일하든 배송 물품이 얼마나 무겁든 관계 없이 동일한 배송단가 3925원을 받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는 폭염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회사를 상대로 오는 8월1일 경고 파업을 예고했다.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지난 27일 서울 송파구 잠실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폭염 시기 휴식 시간 보장 등 제대로 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경고성 파업 이후에도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매시간 휴게 시간을 지키는 ‘준법 투쟁’을 이어갈 예정이다.
노동 현장에서 폭염 대책은 현재 유명무실한 수준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체감온도 33도 이상(폭염주의보)일 경우 매시간 10분 △체감온도 35도 이상(폭염경보)일 경우 매시간 15분의 휴게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쿠팡 노동자들은 여전히 물류센터 내 휴게시간이 하루 1회, 15분에 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병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지부장은 “끊임없이 대책을 요구했지만 휴게 시간과 작업 환경 개선 없는 사이 현장 노동자들은 온열질환으로 쓰러지고 있다”며 “하루 일당 포기는 물론 재계약 탈락 위험을 감수하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파업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김소연 쿠팡대책위 위원은 “열이 나면 기계도 고장 방지를 위해 운행을 잠깐 멈추는데 사람을 기계만도 못하게 대하는 것”이라며 “‘아프면 그만두겠지’라는 안일한 태도로 노동자들을 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쿠팡 측은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다각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쿠팡 관계자는 “정기적인 온열질환 예방교육은 물론 주기적으로 온·습도를 측정해 법정 휴게시간 외 추가 휴게시간도 부여하고 있으며 각종 냉방·환기 장치 운영, 보냉 물품 지급 등도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지난 26일 폭염 등에 업무를 일시 중지하거나 충분한 휴게시간 부여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폭염 산재 예방법’을 대표 발의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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