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못만든 세계 최고 무인기를?...‘북한판 글로벌호크’ 미스터리
북한이 지난 27일 열병식에 미국의 RQ-4 ‘글로벌호크’ 전략 무인 정찰기 및 MQ-9 ‘리퍼’ 무인공격기와 꼭 빼닮은 무인기들을 공개하고 비행까지 실시함에 따라 이들 무인기의 개발과정과 성능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호크는 세계 최고 성능을 가진 장거리 전략 무인정찰기이고, 리퍼는 이라크·아프가니스탄전, 대테러전 등 실전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돼 ‘침묵의 암살자’라는 별명을 얻은 대표적 ‘킬러 드론’ 무인공격기다.
중국·러시아·이란 등에서 이들 무인기와 닮은 짝퉁 무인기를 개발했지만 북한 무인기처럼 똑 같은 외형을 가진 경우는 없는 것으로 파악돼 미 제조업체 설계도를 해킹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안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RFA에 “북한은 그동안 전세계 군수업체를 대상으로 사이버첩보 활동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탈취해왔다”며 “이들 무인기도 그랬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외형은 똑같아도 엔진, 카메라·레이더 등 센서는 복제하기 힘들어 실제 성능은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지난 28일 조선중앙통신은 열병식 소식을 전하면서 “새로 개발·생산돼 우리 공군에 장비하게 되는 전략 무인정찰기와 다목적 공격형 무인기가 열병광장 상공을 선회하면서 시위 비행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TV는 열병식 녹화방송 전 이들 무인기의 비행 영상을 내보내며 전략 무인정찰기의 명칭을 ‘샛별-4형’, 공격형 무인기는 ‘샛별-9형’으로 소개했다.
공교롭게도 각각 ‘RQ-4 글로벌호크’와 ‘MQ-9 리퍼’ 명칭에 들어간 숫자와 동일하다. 열병식에서 공격형 무인기 ‘샛별-9형’은 차량에 실려 이동하는 형태로 4대가 포착됐다. 비행한 1대와 지상의 4대 등 최소 5대가 제작됐다는 의미다. 북한은 샛별-9형이 공대지 미사일을 발사하는 영상도 공개해 실제 개발이 상당수준 진척됐음을 과시했다.
이는 우리 군 당국과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빠른 것이어서 군 당국은 성능 분석 및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책기관의 한 전문가는 “최근 북한의 신형 무인기들이 미 민간 위성업체 사진에 포착돼 앞으로 1~2년쯤 뒤 제대로 비행하는 모습이 공개될 줄 알았다”며 “예상보다 너무 빨라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NK뉴스는 지난달 14일 평안북도 방현 비행장에서 날개폭이 약 35m인 드론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는데, 같은 달 3일에 같은 곳에서 포착된 약 20m 짜리보다 무인기 날개폭이 두 배 가까이 길다고 전했다. 미국 글로벌 호크와 리퍼의 날개 폭이 각각 40m, 20m 인 점을 감안하면 당시 민간위성에 포착됐던 무인기들이 이번에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 성능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우선 무인기의 체공성능(시간)을 좌우하는 엔진과, 감시정찰 능력을 좌우하는 전자광학(EO) 카메라 및 영상레이더(SAR)의 성능이 미국 것을 따라가기 힘들 것이라는 점이다. 미 글로벌호크는 추력 1만 파운드의 롤스로이스 터보팬 엔진을 사용해 32시간 이상 체공할 수 있으며, 최대 항속거리가 2만2000㎞에 달한다. 고성능 카메라로 고도 20㎞에서 30㎝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 길이는 14.5m이고 순항속도는 시속 570㎞다.
미 리퍼는 900마력 짜리 하니웰 터보프롭 엔진을 장착해 14~28시간 이상 체공할 수 있다. 길이 11m, 최대속도 시속 480㎞로, 항속거리는 6000㎞다. 7곳의 무장장착대에 최대 14발의 헬파이어 대전차 미사일을 비롯, 합동직격탄(JDAM), 레이저유도폭탄, 스팅어 공대공 미사일 등을 장착할 수 있다. 글로벌호크는 우리 공군도 4대를 도입해 운용중이지만 리퍼는 한국군이나 주한미군에는 없다. 주한미군은 리퍼보다 성능이 다소 떨어지는 그레이이글-ER 무인공격기 12대를 배치해 운용중이다.
정보 당국은 북한이 이들 무인기 엔진을 어떻게 도입했는지 도입 경로를 추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인기 엔진, 특히 글로벌호크 무인기 엔진(터보팬 엔진)은 북한과 무기거래가 많은 무인기 강국 이란조차 아직 개발하지 못해 북한 기술수준으로는 제작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 소식통은 “러시아·중국 등으로부터 엔진을 비밀리에 도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유엔 대북 제재에 또 하나의 구멍이 뚫린 것을 의미라는 것이어서 철저히 추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 무인기들의 전자광학(EO) 카메라 및 영상레이더(SAR), 데이터 링크 등 핵심 센서 및 장비 능력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북한이 발사에 실패해 우리 해군이 인양한 만리경-1호 군사정찰위성에서 나타났듯이 북한 전자광학 카메라 능력(해상도)은 크게 떨어지는 수준이다. 중·러·이란이나 서방세계에서 밀수입을 하지 않는 한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는 센서를 달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위성통신 능력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국장은 “위성통신이 없는 북한이 지상 중계소로 장거리를 실시간으로 정보를 받는 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북한판 글로벌호크는 전략적 차원보다는 전술적 개념에 가깝게 운용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최근 고체연료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8형 등 각종 탄도·순항 미사일, 소형 핵탄두(화산-31형), 중대형 무인기 분야에서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북한의 무기개발이 진척되고 있는 것을 결코 간과해선 안된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특히 중형급(중고도급) 이상 무인기의 경우 우리가 북한보다 앞서왔지만 이제 뒤처질 수 있는 상황이 된 데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는 국방과학연구소(ADD)와 대한항공이 10여년전 중고도 무인기(MUAV) 첫 비행에 성공한 뒤 현재 개발이 사실상 끝난 상태다.
‘한국형 리퍼’로 불리는 국산 중고도 무인기는 길이 13m, 폭 26m로, 미 리퍼보다 강력한 1200마력 터보프롭 엔진을 장착하고 최대 24시간 가량 체공할 수 있다. 리퍼처럼 대전차미사일 등 무장도 장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직까지 공식확인되지는 않았다. 전문가들은 우리가 무인기 분야에서 튀르키예보다 먼저 시작했지만 여러 제도적인 문제 등으로 지금은 오히려 뒤처진 전철을 북한에 대해서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이정석 전 국방과학연구소 무인기체계개발단장은 올해 초 한 기고에서 “(가혹한 평가라는 전제하에) 우리가 튀르키예보다 10년 먼저 시작했지만, 10년 이상 뒤처졌다”며 “절박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는 종합적인 발전계획의 부재, 핵심 기술의 확보 지연, 복잡하고 경직된 사업절차 등이 장기간 누적됐기 때문이라고 이 전 단장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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