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풍수 보면 안 될까? [The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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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권에선 윤석열 대통령 관저(고위공무원에게 제공된 집) 이전을 둘러싼 '풍수' 논쟁이 한창입니다.
여당은 노무현 정부 때도 신행정수도(세종시) 이전 과정에 풍수지리 전문가들이 참여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풍수가에 조언을 구하면 안 되는 걸까요? 풍수지리학은 과학일까요, 아닐까요? '무당과 유생의 대결'이란 책을 쓴 종교학자 한승훈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에게 물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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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권에선 윤석열 대통령 관저(고위공무원에게 제공된 집) 이전을 둘러싼 ‘풍수’ 논쟁이 한창입니다. 지난해 관저 이전 과정에 후보지를 비밀리에 다녀간 사람이 무속인 천공이 아니라 관상가이자 풍수가인 백재권 사이버한국외대 겸임교수라는 사실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난 건데요. 여당은 노무현 정부 때도 신행정수도(세종시) 이전 과정에 풍수지리 전문가들이 참여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야당은 그런 사실이 백서에 투명하게 공개돼 문제가 없다고 반박합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풍수가에 조언을 구하면 안 되는 걸까요? 풍수지리학은 과학일까요, 아닐까요? ‘무당과 유생의 대결’이란 책을 쓴 종교학자 한승훈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에게 물어봤습니다.
[The 1] 풍수는 과학인가요?
한승훈 교수: (사회) 과학으로 보려면 그만한 방법론을 갖춰 연구가 이뤄져야 하는데요. 풍수는 그렇지 않습니다. 풍수는 과학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The 2] 대통령이 풍수를 보면 안 되나요?
한승훈 교수: 국정 운영에 참고할 수 있는 의견 중 하나로 볼 수는 있겠죠. (풍수설에 따라 집터나 묏자리의 좋고 나쁨을 가려내는) 지관이란 관직이 있던 조선 시대까지 가지 않아도 그런 예를 찾을 수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가 2004년 추진한 신행정수도 이전 과정에서도 풍수가 공적인 차원에서 거리낌 없이 논의되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이젠 시대가 바뀌었잖아요. 대통령이 조언을 받을 때 일종의 거리 두기 같은 게 필요한 시기라고 봅니다.
과거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4대 종교와 만났을 때 국민이 비판하지 않잖아요. 그들의 말이 곧이곧대로 정책 결정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이죠. 이런 상식적인 수준에서 출발하면 되겠죠. 물론 논의는 더 필요해 보이지만요.
[The 3] 백재권 교수의 전문 분야가 풍수보단 샤머니즘(무속)에 가깝단 사람들도 있어요. 어떻게 보세요?
한승훈 교수: (백 교수가) 샤머니즘적인 신비 체험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건지는 지금까지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판단하기 쉽지 않습니다. 다만 참고할만한 건 백 교수가 주목받기 시작한 계기인데요. 그는 한자나 어려운 개념을 쓰지 않아요. ‘윤석열은 악어상, 이낙연은 너구리상’과 같은 표현처럼 흥미롭고 쉬운 비유를 들어요.
그런 점에서 그는 변화에 잘 적응한 현대적 스타일의 술사(미래의 길흉화복을 점치는 사람)랄까요. (그런 스타일은) 전통 풍수 방법론은 아닌 것으로 보이고요. 어떤 경전에 근거한 것도 아닌 것 같아요. 풍수만 아니라 동물로 비유해 풀어가는 관상도 마찬가지죠.
[The 4] 대통령실은 왜 굳이 비공개로 백 교수에게 조언을 구했을까요?
한승훈 교수: 평소에 해 온 것처럼 했을 수 있겠죠. 풍수나 점복 등을 좋아하는 사람들 많잖아요. 자영업자, 금융 분야 종사자, 군인 중에서도 장성 진급을 앞둔 이들,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이 특히 그렇죠. 운명에 좌우된다고 할 정도로 변수가 많은 직종이라고 볼 수 있어요.
시기적으로는 정치인들이 혼란스런 정권 교체기에 많이 (풍수가나 무속인을) 찾기도 하죠. 과거 역사를 봐도 그래요. 왕조 교체기나 역모가 일어난 혼란기엔 술사들이 직접 권력자들을 찾기도 했어요.
[The 5] 대통령실이 백 교수에 휘둘리는 것처럼 보이세요?
한승훈 교수: 건진, 천공, 백재권 등 등장한 인물들만 봐도, (야당 주장처럼) 대통령이나 측근이 특정 인물한테 영혼을 지배당하는 식은 아닌 것 같아요. 등장인물들이 각각 ‘전문’분야가 있달까요. 그런 점에서 오히려 (통치자가) 술사‘들’ 속에 있단 게 맞지 않을까요. 백 교수도 그중 하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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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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