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에 상추 싸먹어야 할 판" 상춧값 3배 폭등에 결국 가격 역전.. 가계·식당 "얼었다"
논산·강원 등 상추·고추 산지, 호우 피해 집중
"고기에 상추 싸먹어야".. 업계 등 부담 가중
시금치 등 채소 한 달 새 2배↑ 밥상물가 '비상'
태풍·추석 변수 계속.. "중장기 안정대책 필요"
“돼지고기는 킬로그램(kg)당 2만 원 대인데 상추가 4만 원이면, 상추를 시켜야 고기를 줘야할 판이 되어 버린거죠” (김◯◯씨. 56. A음식점 운영)
“한 웅큼씩 가져다 올려놓고 샀었는데, 무슨 가격이 두세 배는 올랐어요. 남편하고 둘이 먹을 밥상인데, 깜짝 놀라서 절반은 덜어내고 샀어요”(유◯◯. 48. 문래동)
최근 집중호우와 폭염이 지속되면서 폭등한 상추 가격에 고깃집이며 자영업자들 부담을 키우는 모습입니다.
더불어, 장보기에 나선 주부 등 가계 한숨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밥상에 단골로 오르는 시금치며 미나리 등 각종 채소류 가격이 기본 2배 수준 뛰어버린 탓입니다.
여름휴가철 8월 불볕더위에 9월 태풍 시즌을 남겨둔데다 추석 연휴까지, 당분간 농산물 가격 상승곡선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물가 부담은 한층 더 가중될 것으로 우려됩니다.
■ "채소리필 1번만".. 상추 리필 '3000원'
장마철 폭우로 각종 쌈채소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자영업자들이 비상입니다.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 곳곳 주요 식당가 풍경이 비슷합니다. ‘무한리필’ 이란 문구를 찾아보기 어렵고, 가격대를 명시한 ’채소 리필‘이 대신했습니다. 사장이나 손님이나 서로 눈치보며, 알아서 주문해야할 정도로 상추 등 채소가 귀한 몸이 됐습니다.
마포에서 고깃집을 운영한다는 이◯◯(50)씨는 최근 ‘리필은 1번만’이라고 메뉴판을 아예 새로 만들었습니다. “고추나 상추 등 채소 가격이 최근 들어 엄청 올랐다. 가격이 내리나 싶었는데 폭우로 다시 채소 가격이 올라 2,3번 리필 한다는 건 적잖은 부담이 되는게 사실”이라면서 “매번 요구하는 손님들마다 안내하는 것도 서로 불편하고, 일단 고지를 하고 추후 상황을 봐서 가격을 정하던가 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제주 한 토속음식점 대표 양◯◯(46)씨는 “한 번은 무료, 이후 500원에서 1,000원 정도 리필 가격을 정하는 방법도 고민 중”이라며 “상추만 아니라 채소 가격이 너무 올라서, 아예 ‘리필 가격’을 명시한 곳도 생겨난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 채소류 등 도매가격부터 상승세, 파장 계속
이달 초부터 계속된 비로 농경지 침수에 생육 저하와 품위 하락이 이어져 중도매인들의 물량 확보를 서두르면서 채소 가격 오름세를 빚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본격 휴가철까지 맞물려 가격 상승이 확산되는 양상입니다.
비단 상추 뿐만 아니라 미나리, 쌈배추, 깐쪽파 등 채소류의 가격 상승이 나타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미나리(7.5kg) 도매가격은 6만 7,867원으로 한 달 전(3만 936원)보다 2배 이상, 마찬가지 전년(3만 1,950원)보다 2배 수준 높은 가격을 기록했습니다.
시금치(4kg)도 4만 9,800원으로 전날(4만 8,000원)보다 1,800원이 오른데다 1년 전(4만 608원)에 비해 23% 상승했습니다.
또 애호박(20개)은 2만 9,740원에 거래돼 한 달 전(1만 6,180원)보다 84%나 급상승했고, 1년 전(2만 3,564원)보다 26% 올랐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상추 등 일부 품목의 경우 산지 출하량 감소와 고품질 물량 부족 현상이 이어져 앞으로도 가격 강보합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 상추 가격, 삼겹살 이미 역전.. '金상추' 맞네
급기야 삼겹살보다 상추가 더 비싼 지경이기도 합니다.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28일 적상추(100g) 판매가격이 평균 2,476원으로, 같은 날 삼겹살(100g) 2,599원과 근접한 수준을 보였습니다.
이미 상추가 더 비싼 지역들이 속출하는 상황입니다. 서울은 물론, 많은 지역에서 높게는 100g 기준 2,600원에서 2,800원대 가격을 형성하면서, 같은 무게의 삼겹살 가격을 웃돌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같은 기준 가격은 마트의 멤버십이나 정부 농축수산물 할인지원 등을 포함한 가격이라 사실상 가격 인하가 적용되어도 그다지 체감 부담 폭을 낮추지는 못한다는 얘기로도 해석됩니다.
실제 제주만 하더라도 28일 기준 동문시장 상추가격이 2,500원, 마트 가격이 2,640원으로 삼겹살 가격에 육박하거나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같은 채소류 가격 상승에 밥상 풍경도 바뀌고 있습니다.
주부 한◯◯(47)씨는 최근 장을 보는 동선이 제법 복잡해졌다고 하소연합니다. 동네 마트부터 로컬 푸드마켓을 다 돌며 가격 비교를 하지만 오르지 않은게 없습니다. 배추가 그나마 가격이 낮았지만, 이마저도 수요가 늘어서인지 가격이 계속 오름세라 불안해졌습니다.
한씨는 “우선 김치 재료부터 덜 비싼 무로 바꿨지만, 김치 하나만 먹고 살 것도 아니잖은가”라며 “시내부터 동네 주요 마트를 다 돌아봐도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을 만큼 대부분 채소가격이 올라 장바구니를 제대로 채우질 못할 정도”라고 답답함을 전했습니다.
■ 당분간 채소류 등 장바구니 물가 ‘부담’.. 가격 안정 ‘비상’
이같은 가격 추이는 당분간 이어지질 것이란 관측입니다.
상추의 경우 주산지인 논산 등을 중심으로 침수 피해가 많은 탓에, 가격이 내릴 때까지 적어도 3주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나머지 채소류들의 경우, 일조량이 정상화되면 어느 정도 가격 수준이 안정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정부 당국이 수해로 인한 물가상승 억제 차원에서 최대 100억 원을 투입해 이달 말부터 농축산물을 최대 30% 할인하는 행사를 열기로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상추, 양파, 시금치, 깻잎, 닭고기, 감자, 대파, 오이, 애호박, 토마토 등이 할인 지원 대상입니다.
하지만 이미 진행되는 채소류 가격 인상 파고 외에도 가공이나 먹거리 등 각종 생활물가가 줄줄이 오름세라, 사실 가계나 자영업자 등 소비자들의 체감 부담은 커질대로 커진 실정입니다.
더구나 남아있는 태풍에, 추석 연휴 등 가격 인상 요인이 어떤 변수로 작용하느냐도 앞으로 가격 상승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부 차원의 품목별 할인 행사나 공급 확대 방안도 좋지만, 단순 일회성에 그쳐선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면서 “하반기 각종 물가 상승요인들이 가격을 자극할 수 있는만큼, 물가 안정을 담보할 수 있는 정책 기조를 바탕으로 구체적이면서 중장기적인 로드맵이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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