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80% 보전’ 육아휴직 급여, 상한액 적용하니 40%로 ‘뚝’

국회예산정책처 “남성 육아휴직 늘리려면 상한액 올려야”

/조선일보DB

우리나라에서 육아휴직을 쓸 때 명목상으로는 통상임금의 80%를 받을 수 있도록 돼있지만, 상한액이 낮다 보니 실제로는 통상임금의 40% 정도만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부부 가운데 소득이 높은 남성이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29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을 토대로 남성들의 육아휴직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육아휴직 급여 상한액을 단계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지난 24일 발표됐다. 이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육아휴직 급여의 통상임금 대체율은 40%에서 80%로 올랐지만, 상한액은 150만원을 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도상으로는 육아휴직 중에 월급의 80%까지 받을 수 있지만, 상한액이 낮다 보니 현실적으로 받는 돈은 훨씬 적은 셈이다.

해외 국가들의 경우 육아휴직 급여의 통상임금 대체율은 북유럽 복지국가인 스웨덴(78%)과 아이슬란드(80%), 노르웨이(80~100%)를 제외하면 우리나라보다 낮다. 독일과 일본이 67% 수준이다. 그러나 상한액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실제로 육아휴직자가 받는 돈은 늘어난다.

연구진에 따르면, 작년 기준 우리나라의 월평균 임금인 388만원을 받는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썼을 때 명목상으로는 임금의 80%인 310만원을 받을 수 있지만, 실제로는 상한액 규정에 따라 150만원까지만 받게 된다. 실제 육아휴직 급여의 임금 대체율은 39%로 떨어지는 것이다.

이 같은 임금을 받은 독일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쓴 경우 상한액인 244만원까지 받을 수 있고, 일본 근로자는 통상임금 대체율에 따라 260만원가량을 받게 된다. 연구진이 다른 국가들의 평균 임금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썼을 때 받는 급여의 임금 대체율을 계산해보니, 50~100%로 우리나라보다 높았다.

롯데는 국내 대기업 최초로 남성 직원들 대상으로 최소 1개월 이상 육아휴직 사용을 의무화했다. 남성 육아휴직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대디스쿨(Daddy School)'도 진행하고 있다. /롯데 제공

육아휴직을 쓰면 벌이의 절반 이상을 포기해야 하다 보니 남성들이 육아휴직 사용을 꺼리게 된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자녀 양육을 위해 누군가 육아휴직을 사용해야 한다면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은 배우자가 육아휴직을 하게 되고, 이는 보통 여성”이라며 “실질 소득 대체율이 낮다 보니 가구의 주 소득원인 남성이 육아휴직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연구진은 지난 2021년 도입된 ‘3+3 부모육아휴직제’에 주목한다. 자녀가 태어난 후 12개월 안에 부모가 같이 또는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쓰면 첫 3개월 동안 육아휴직 급여의 임금 대체율이 100%로 오르고, 상한액도 첫 달에 200만원, 이후 두 달동안 250만원, 300만원으로 늘어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서 작년 남성 육아휴직자는 2021년보다 30.5% 늘었는데, 특히 300만원 이상 버는 남성들의 육아휴직 사용이 49.2%나 뛰었다.

현재 명목상의 임금 대체율인 80% 규정에 따라 상한액인 15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소득 규모가 187.5만원인데, 육아휴직 급여 상한액을 올려주면 이보다 임금이 높은 남성 근로자들의 육아휴직 사용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보고 있다. 연구진은 “다만 우리나라의 부모 합산 육아휴직 기간이 다른 나라들보다 긴 편이므로, 재정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