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션스컵 준우승XFIFA72위' 끝장승부 모로코의 모든것[女월드컵 韓-모로코전],

전영지 2023. 7. 2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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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모로코와 '지면 끝장'인 단두대 매치에 나선다.

여자축구 대표팀은 30일 오후 1시30분(한국시각) 호주 애들레이드 하인드마시 스타디움에서 펼쳐질 H조 2차전에서 모로코와 격돌한다. 지난 25일 콜롬비아와의 첫경기에서 0대2로 패했다. 내달 3일 강호 독일과의 최종전을 앞두고 모로코전은 반드시 승점 3점을 잡아야 하는 경기다. 독일과의 1차전에서 0대6으로 대패한 모로코 역시 마찬가지다. 양팀 모두 패배는 2연패, 곧 16강 탈락을 뜻하는 말 그대로 벼랑끝 승부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월드컵이 처음인 모로코 여자축구에 대해 좀더 알 필요가 있다. FIFA랭킹 72위의 모로코는 H조 최약체로 꼽히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강인함을 지닌 팀이다. 지소연 역시 "이런 경기에선 랭킹은 무의미하다, 두 팀 모두 첫승이 절실한 만큼 치고받는 치열한 경기가 될 것이다. 누가 덜 절실한가, 누가 더 실수를 하지 않는가가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했다. "오직 승리만을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는 필승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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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 아랍국가 최초로 월드컵에 출전하는 역사를 쓴 모로코에 대한 현지 언론과 외신의 관심도 뜨겁다. 호주 현지 매체인 DW는 모로코의 월드컵 본선행은 우연이 아니며, 모로코 정부가 주도한 지속적인 투자의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모로코 축구협회는 2009년 여자축구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고, 2020년 푸지 레크야 모로코왕립축구연맹 회장이 여자축구 발전을 위한 4개년 계획을 수립하면서 현장이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1-2부로 나뉜 여자 프로축구 리그가 출범했고, 이를 통해 전구단의 모든 선수와 코칭스태프에 대한 최소한의 연봉을 보장하게끔 했다. 풀뿌리 여자축구를 위한 지원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대표팀에 대한 투자와 혁신도 감행했다. 프랑스 여자축구 명가 올랭피크 리옹에서 2017~2019년 재임 당시 두 번이나 여자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프랑스 출신 사령탑 레이날 페드로스 감독을 영입해 A대표팀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2018년 최인철 감독의 대표팀 감독 낙마 직후 한국 여자축구 감독으로도 하마평이 올랐던 인물이다. 페드로스 감독은 모로코 여자축구에 유럽 선진 축구의 훈련 기준과 전술을 도입하는 한편 선수들의 자신감도 함께 끌어올렸다. 1990년생 주장이자 정신적 지주 기즐란 셰바크와 잉글랜드 레딩 태생 로셀라 야야네(토트넘)와 야스민 음라베트(스페인), 엘로디 나카크(프랑스) 등 해외파들이 키플레이어로 꼽힌다. 첼시 시절 아야네와 함께 뛴 적이 있는 지소연은 "위협적인 선수다. 왼발, 오른발 가리지 않고 거리 관계없이 기회가 나면 어디서든 슈팅을 쏠 수 있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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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의 여자축구 열기는 상상 이상이다. 지난해 모로코 수도 라바트의 물라이 압달라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여자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나이지리아와의 4강전엔 무려 4만5000명이 넘는 모로코 여자축구 팬들이 운집했다. 모로코는 홈팬들의 일방적 응원 속에 11회 우승에 빛나는 '아프리카 1강' 나이지리아를 승부차기(1대1 무) 끝에 꺾고 결승에 올랐다. 나이지리아는 지난 27일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무대에서도 주최국 호주를 3대2로 꺾으며 아프리카의 힘을 보여준 강호다. 모로코는 남아공에 1대2로 석패하며 준우승했지만 이 대회 이후 여자축구 열기가 달아올랐다. 셰바크는 이 대회에서 3골 1도움을 기록하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셰바크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준우승 이후 모든 것이 변했다. 우리는 여자축구를 통한 사회적 참여를 이끌 수 있게 됐다. 팬들의 사랑은 우리가 계속 달릴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고, 모로코 축구협회는 최고의 컨디션을 만들어주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 물론 시간이 걸리겠지만 조만간 모로코 여자축구가 빛날 날이 올 것이라 확신한다"며 장밋빛 미래를 낙관했다.

셰바크의 아버지는 1970년대 모로코 남자축구대표팀에서 활약한 레전드 미드필더 라르비 셰바크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기즐란 셰바크는 "나는 축구를 사랑하는 가족들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제게 늘 조언을 해주신다. 이 월드컵을 통해 아버지를 더 자랑스럽게 해드리게 돼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러나 아랍권인 모로코에서 축구를 사랑하는 대다수의 여성들은 가족의 반대에 부딪친다. 셰바크는 "우리는 사회적 시선이나 가족의 반대로 인해 많은 재능들을 잃고 있다. 가족들이 딸에게 축구를 시키는 걸 두려워하거나 말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번 월드컵이 사회적, 문화적 편견을 깨는 계기가 되길 기대했다. 이어 그녀는 "우리는 단지 월드컵 참가를 위해 여기에 온 것이 아니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지만 결국엔 모든 이들을 놀라게 하는 팀이 되고 싶다"며 지난해 카타르월드컵 4강에 오른 남자대표팀처럼 '돌풍의 팀'이 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한편 이날 한국-모로코와의 2차전을 하루 앞두고 애들레이드 공항엔 일찌감치 도착한 모로코 팬들이 국기를 펼쳐들고 국내선 공항이 떠나가라 노래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며 뜨거운 응원전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호주 현지에는 1만 명 가까운 모로코 교민 커뮤니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들레이드(호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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