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G만에 FA 몸값 다 했다? KIA 나스타 저격에 홈런까지 쳤으니 ’가성비 갑’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수십억원에서 100억원대 계약이 일반적인 FA 시장에서 옵션을 포함해 1억2500만원 계약을 맺은 선수가 있다. 일반 연봉계약자 중에서도 이보다 좋은 조건의 계약을 맺은 선수가 수두룩했다.
그러나 FA 미아가 될 뻔했던 지난 겨울의 아찔함을 떠올리면, 본인도 구단도 서로 고마울 수밖에 없다. NC 우타 외야수 권희동(33)이 조용히 제 몫을 해낸다. 올 시즌 42경기서 133타수 36안타 타율 0.271 4홈런 18타점 18득점 OPS 0.815.
권희동은 얼마 안 남은 구단 초창기 멤버 중 한 명이다. 애버리지와 클러치능력, 장타력 모두 아주 특출난 건 아닌데 그렇다고 뒤처지지도 않는다. 주루와 수비도 마찬가지다. 딱히 뒤떨어지는 부분이 없다. 은근히 전부 갖춘 선수다.
그런 권희동은 2021년 55경기, 2022년 82경기 출전에 그쳤다. 코로나19 술판파동의 주인공 중 한 명이었다. 마침 FA 시즌이 찾아왔다. 운도 안 따랐다. 구단은 애당초 폼이 떨어진 권희동과 계약할 생각이 없었다. 퓨처스 FA 한석현,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김성욱, 타격 잠재력이 있는 천재환 등으로 외야 백업을 꾸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무더운 여름, 순위다툼서 상당히 중요한 이 시기에 NC 외야 한 자리를 지키는 건 권희동이다. 위에 언급한 외야 백업 모두 꾸준함이 떨어졌다. 권희동은 스프링캠프를 못 치렀으니 이들보다 늦게 기회를 얻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자신에게 기회가 오자 놓치지 않았다.
FA 1년 최대 1억2500만원 계약. 어쩌면 42경기만에 FA 몸값을 다했다고 봐야 한다. 1억원짜리 선수가 27일 창원 KIA전서 나성범(KIA)을 결정적 보살로 잡아내고 영양가 만점의 솔로포를 때렸으니 더 이상 바랄 수 없다.
어쩌면 권희동이 살아남을 수 있는 무기는 성실함이다. 지난 25~27일 창원 KIA전 취재 당시 뙤약볕을 맞으면서도 특유의 타격 딜리버리를 점검하고 있었다. 공을 치지는 않고 타이밍까지만 잡는, 일종의 루틴이다.
두 다리의 간격이 좁고, 어깨를 잔뜩 웅크린 채 상체가 이미 앞으로 나가 있다. 간결하게 ‘톡’하고 치는 듯한데 컨디션이 좋으면 질 좋은 타구가 쏟아진다. 그는 27일 경기 직후 “상무 시절 이후 조금 바꾼 것이다. 상체를 세웠다”라고 했다. 사실상 힘을 모으는 과정이 없다. 대신 히팅포인트까지 매우 빠르게 나가는 장점이 있다.
권희동은 “올스타브레이크에 잘 쉬며 훈련도 했다. 팀에 폐를 안 끼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임한다. 어린 선수들도 열심히 하니, 나도 매 경기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일(FA 협상기간의 마음고생)은 잊었다. 가족에 대한 믿음이 크다. 항상 나를 믿고 지지해준다. 시즌이 많이 남았다. 내가 할 일은 찬스에서 주자를 불러들이는 것”이라고 했다.
[권희동. 사진 = NC 다이노스 제공]-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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