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제탑 댄스' 안톤이 밝힌 빛창근 비하인드..."시메오네가 번호 따갔다던데?"
[OSEN=고성환 기자]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전화번호를 따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전으로 안 오면 아틀레티코로 간 것."
안톤(25)이 팀 동료 이창근(30, 이상대전하나시티즌)을 향해 대전팬이라면 마냥 웃을 수 없는 농담을 던졌다.
팀 K리그는 27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친선경기 맞대결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3-2로 제압했다. 이로써 팀 K리그는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스페인 거함' 아틀레티코에 패배의 쓴맛을 선물했다.
팀 K리그는 전반 12분 토마 르마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후반 4분 안톤이 세징야가 올려준 프리킥을 절묘한 백헤더로 연결하며 동점골을 터트렸다.
1-1로 팽팽하던 후반 막판 골 잔치가 열렸다. 아틀레티코가 후반 40분 카를로스 마르틴의 득점으로 승기를 잡는가 싶었지만, 팀 K리그가 대역전극을 썼다. 후반 43분 팔로세비치의 페널티킥 골로 2-2 동점을 만들었고, 후반 추가시간 이순민의 환상적인 극장골로 승리를 챙겼다.
안톤의 공이 컸다. 그는 후반 4분 아틀레티코 골문을 열어젖힌 뒤 이른바 '관제탑 세레머니'를 펼치며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안톤은 긴 양팔을 연신 접었다 폈다 하며 경기장을 가득 메운 6만 관중을 열광케 했다.
안톤의 꿈이 완벽히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그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기를 뽑아달라고 직접 홍보할 정도로 이번 경기를 기대했다. 경기 전부터 "정말 기분 좋다. 내게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라며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니라서 스스로 투표를 부탁했다. 아틀레티코 선수들과 나를 겨뤄보면서 내 기술과 실력을 증명하고 싶다"라고 눈을 반짝이던 안톤은 직접 골 맛까지 보며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경기 후 만난 안톤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좋은 경기였다. 경기 결과도 가져갈 수 있어서 모두에게 좋은 경험이었다. 승점 3점 가져간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안톤은 딱히 준비한 세레머니는 없다며 "일단 득점하는 게 우선이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득점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팬들 앞으로 다가가 완벽한 관제탑 세레머니를 선보였다.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자 안톤은 "기분 따라 하는 거다. 그때 경기장 에너지도 좋고, 팬분들께 힘을 얻었다. 팬분들에게 보답하고 싶어서 그런 세레머니가 나왔던 것 같다. 미리 준비한 건 아니다. 그냥 그 순간 나온 세레머니"라며 씩 웃었다.
아틀레티코에는 앙투안 그리즈만과 알바로 모라타 등 뛰어난 공격수가 많다. 안톤도 경기 전 "센터백으로서 강하고 경험 많은 스트라이커와 붙어보고 싶다. 엄청난 경험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전했다.
하지만 그리즈만과 모라타는 전반만 소화했고, 안톤은 후반에만 뛰면서 맞대결이 불발됐다. 후반에 나온 아틀레티코 선수들은 대부분 2군 선수들이었다.
기대가 컸던 안톤으로선 아쉬울 법도 한 상황. 그럼에도 그는 공격수 이야기가 나오자 "좋은 선수인 건 맞지만, 한 경기일 뿐이다. 어떤 선수랑 대결하지 못했다고 해서 아쉬울 건 전혀 없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후반전에 안톤이 분위기를 가져왔다면, 전반에는 이창근이 엄청난 선방쇼를 펼쳤다. 대전이 막고, 대전이 뚫은 셈. 그는 45분 동안 선방 6개를 기록하며 세계적인 공격수들의 슈팅을 번번이 막아냈다. 선방률은 무려 85.7%(6/7)에 달했다.
팬 투표 국내 선수 최다 득표자(52160)의 품격에 걸맞은 활약이었다. 그의 선방 퍼레이드를 본 대전 구단과 팬들은 '빛창근'을 외치며 환호했다. 홍명보 감독도 "이창근 선수의 선방으로 1실점만 내준 게 큰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라며 콕 집어 칭찬했다.
팀 K리그 선수들도 이창근의 활약을 인상 깊게 본 모양이다. 안톤은 이창근 이야기가 나오자 "아까 어떤 농담을 들었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이 이창근 전화번호를 따갔다고 하더라"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안톤 역시 이창근이 아틀레티코에 합류할 것 같다며 대전 팬들이 슬퍼할 농담을 던졌다. 그는 "다음 트레이닝 캠프 때는 이창근이 아틀레티코에 있을 것 같다. 대전으로 안 오면 아틀레티코로 간 것"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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