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뉴스' 전신 '리버티뉴스' 만든 황의순씨 별세

이충원 2023. 7. 29.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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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미 대사관에서 43년 11개월간 근무하며 '대한뉴스'(1953∼1994년 정부가 제작해서 영화관에서 상영한 영상보도물) 전신 '리버티뉴스'(1952∼1967년 미국공보원이 제작한 영상보도물) 등을 제작한 황의순(黃義淳) 전 주한미국대사관 공보고문이 28일 오후 1시께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향년 88세.

충북 옥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한국전쟁 중 피난지 부산에서 미군 부대 하우스보이로 일하며 미국과 오랜 인연을 시작했다. 1956년 용산고 후 졸업 후 미국공보원(USIS)이 창원군 상남면의 영화제작소 인력을 뽑을 때 지원해 합격했고, 그해 12월부터 2000년 11월30일 주한미대사관 공보고문으로 퇴직할 때까지 전 세계 미국 공관 최장기 근속연수인 43년 11개월간 미 대사관에서 일했다. 제4대 월터 다울링(1905∼1977) 대사부터 16대 스티븐 보즈워스(1939∼2016) 대사까지 13명의 대사와 함께했다.

처음엔 윌리엄 리지웨이 영화제작소장의 비서로 시작해 번역실 근무를 거쳐 1959년부터는 '리버티뉴스' PD로 일했다. 리버티뉴스는 미국공보원이 매주 목요일에 만들어서 전국 극장과 미 문화원·공보원, 이동영사기로 상영한 뉴스 매체였다. 뉴욕타임스(NYT)·CBS·NBC 등 외신기자들의 국내 촬영도 도왔다. 1960년에는 3·15 부정선거와 4·19 취재를 위해 입국한 외신 기자들과 함께 마산과 창원을 뛰어다녔다. 이 시기 USIS의 촬영감독 김태환과 함께 최루탄이 박힌 채 마산 부두에 떠오른 김주열 열사의 모습을 촬영했고, 이때 만든 4·19 기록영화로 '리버티뉴스' 제작팀을 대표해 미 국무부의 표창을 받았다. 당시 리버티뉴스의 영향력은 커서 경무대는 이승만 대통령을 언급할 때 인자하고 온화한 표현을 사용해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고 고인이 구술한 적이 있다.

USIS는 극영화도 만들었다. 1960년대에는 한국의 '영화감독 훈련소'로 불렸을 정도였다. 고인도 배우 김희갑(1922∼1993)이 출연한 시대극 영화 '억지 봉잡이'의 조연출을 맡기도 했다.

1967년 상남 영화제작소가 폐쇄된 뒤 1974년부터 미대사관 신문과의 언론 반응 분석관을 맡아 신문 사설의 번역 및 보고 업무를 했다. 1960∼1970년대 미국 쪽 채널이 별로 없던 국내 방송·영화인들의 현지 촬영을 위한 섭외를 전담해 원로 연예인 중에는 고인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였다. 장민호(1924∼2012)·최불암 등 배우들과도 친했다. 1976년 6월 부산에서 제22회 아세아영화제가 열렸을 때는 영화진흥공사 사장의 제안으로 부위원장을 맡아 영화제 해외 게스트 영접을 담당했을 만큼 유명 인사 대접을 받았다. 1980년대 군사정권 시절에는 주한 미 대사관을 드나들며 외신 자료를 구하던 당시 야권 인사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기도 했다.

1978∼1993년 미 대사관 공보 고문과 '미국의 소리(VOA)' 방송 서울지국장을 겸직했다. 2000년 퇴임할 때는 보즈워스 당시 대사가 퇴임 파티를 열어주기도 했다. 은퇴 직후 한겨레신문과 인터뷰에서 "40년을 넘게 일했지만 미 대사관에서 일하는 한국인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대학 졸업 뒤 처음 한국을 찾았던 수많은 미국인들이 높은 지위에 올라 다시 한국을 찾아도 저는 마지막 22년을 공보담당 고문이라는 자리에 머물렀어요. 아무리 한 분야에 프로라 해도 한국인의 자리는 따로 정해져 있고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수준도 어느 이상을 넘지 못하죠."라고 미대사관에서 일하면서 느낀 고민을 토로했다. 은퇴 후 2001∼2005년 유진벨재단 상임 고문으로 활동했다.

유족은 아들 황호연씨와 딸 황영실씨, 사위 홍천식·김영석씨, 며느리 강난희씨 등이 있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2호실, 발인 31일 오전 8시, 장지 양평 무궁화공원. ☎ 02-2227-7500

chung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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