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리에게 백허그 하며 고백한 악귀, 귀신은 속임수 능하다던데..('악귀')
‘악귀’가 처절하게 저항하는 김태리를 통해 꺼내놓은 이야기는
[엔터미디어=정덕현] 구산영(김태리)은 끝내 악귀에 잠식당하게 될 것인가. SBS 금토드라마 <악귀>가 최종회만 남겨 놓은 상황에서 악귀 형상 그림자가 사라지고 자신의 그림자로 대치된 걸 보며 의미심장하게 웃는 구산영의 소름끼치는 모습이 등장했다. 머리를 산발한 그림자는 지금껏 악귀가 빙의된 구산영의 상태를 보여주던 표시였다. 하지만 그 표시가 사라지고도 어딘지 악귀가 빙의된 듯한 소름끼치는 웃음을 짓는 구산영의 모습은, 온전히 이 악귀가 구산영을 장악하게 된 걸 의미하는 게 아닐까. "끝났다"라고 한 악귀의 속삭임 또한 그걸 말해주는 게 아닐까.
악귀가 탄생하는 과정은, 누군가의 탐욕이 더해지는 과정이나 마찬가지였다. 마을사람들은 거듭된 흉년에 살아남고 돈을 벌기 위해 한 아이를 희생시키는 선택을 했고, 나병희(김해숙)는 중현캐피탈을 통해 더 많은 돈과 권력을 얻으려 남편도 아들도 죽게 만들었고 심지어 손자인 염해상(오정세)까지 희생시키려 했다. 심지어 악귀를 추적하던 구강모(진선규) 역시 유혹에 흔들렸고 뒤늦게 악귀를 제거하려 하다 죽음을 맞이했다.
붉은 댕기, 흑고무줄, 푸른옹기조각, 초자병 그리고 옥비녀. 이 다섯 가지 물건을 모아 봉인하고 악귀의 진짜 이름을 불사르는 것이 악귀를 제거하는 의식이라고 했지만 과연 그것이 사실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악귀가 염해상을 이용해 그 물건들을 모으게 했는데, 그 물건들은 하나같이 악귀가 된 향이(심달기)와 그 가족이 겪은 비극과 관련된 것들이다. 그 중에서도 마지막에 찾게 된 옥비녀는 향이를 죽이려는 무당의 것으로 향이는 그 옥비녀를 뽑아 무당을 공격했고 끝내 죽임을 당하고 나서도 부러진 옥비녀를 꼭 손에 쥐고 있었다.
어찌 보면 이 물건들을 찾아 봉인하는 과정은 그래서 향이와 그 가족들에게 닥친 비극의 전말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특히 옥비녀의 존재는 향이가 끝내 누구에게 죽임을 당했는가를 알려주는 증거물에 가까웠다. 자신과 가족들이 겪은 억울한 죽음을 알리고 나아가 음습한 지하에 숨겨진 시신을 수습해 양지바른 곳에 묻어달라는 것이 향이가 실제 원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악귀 스스로 자신을 봉인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를 조종하기 위해 무당이 봉인해 묶어놓은 걸 풀기 위한 것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만일 염해상과 구산영 그리고 이홍새(홍경)를 이용해 봉인을 풀려는 목적이라면, 악귀는 누군가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를 얻게 되는 셈이다. 누군가의 몸에 빙의되어 그 자의 탐욕을 통해 커지며 살아가는 악귀가 이제 그런 구속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되는 건 아닐까.
이제 악귀는 구산영이라는 청춘의 욕망을 건드리기 시작한다. "너도 억울했던 거잖아. 어리다고 돈 없다고 맨날 무시당했어. 언젠간 잘 되겠지. 숨통이 트이겠지. 열심히 살아봐야 세상은 똑같아. 갑갑하고 막막해서 죽을 것만 같아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나랑 같이 있자. 그럼 너도 행복할 수 있어. 넌 다를 줄 알아? 너한테 사기 친 보이스피싱범 니 할머니 다 니가 원해서 죽은 거야. 니 마음 깊은 곳에서 복수를 원했고 이 집을 갖고 싶어 했던 거잖아!"
악귀는 구산영이라는 청춘이 가진 아픈 현실을 툭툭 건드린다. 열심히 살아도 달라질 것 같지 않은 세상이 주는 절망감. 그 속에서 분노와 복수심이 피어오르고 누군가를 죽여서라도 갖고 싶은 걸 갖고픈 욕망 또한 생겨난다. 그건 악귀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였다. 돈이라면 사람을 죽여서라도 더 많이 갖고 싶어 하는 악귀 같은 세상이 악귀를 탄생시킨 이유라는 것.
"날 원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탐욕스러웠어. 돈이건 권력이건 모두가 날 이용해 뭔가를 가지려고 했지. 근데 넌 달랐어. 넌 너답게 살길 원했지. 그래서 네가 좋아. 난 너랑 계속 같이 있고 싶어. 그러면 안돼?". 악귀는 구산영에게 백허그를 하며 달콤하게 유혹한다. 하지만 구산영은 악귀의 그 제안을 거부하고 "너는 네가 있어야할 곳"인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라고 한다. 끝내 이 청춘은 악귀로부터 벗어나 그답게 살 수 있을까.
누군가를 희생시켜서라도 성공하려 하고 부자가 되려 하며 권력을 얻으려 하는 세상의 틈바구니 속에서 청춘들이 그들 모습 그대로 그답게 살아가기는 어려울 게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필요한 건 이 잘못된 사회 시스템을 직시하고 바꿔나가려는 노력이 아닐까. 유일한 어른으로서의 염해상과 선배인 이홍새 같은 이들이 벌이는 사투는 그래서 더 큰 여운으로 다가온다. 이제 단 한 회 남은 <악귀>에서 과연 이 비극 속의 청춘들이 그 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그게 가능하다면 어떤 방식으로 가능한지도.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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